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대체텍스트

알림

"함께 버려졌나"…약국 앞 유기견 두 마리의 사연

입력
2021.01.28 10:00
수정
2021.01.28 15:02
0 0

편집자주

유실?유기동물에 주어진 보호기간은 10일. 이 기간에 보호자를 찾지 못하면 동물의 생사여탈권은 지방자치단체로 넘어간다. 구조부터 보호기간 종료까지 동물들은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 또 보호기간이 끝난 이후는 어떻게 되는지 유기동물들의 생존기를 추적했다.


지난달 6일 저녁 서울 도봉구에서 구조된 유기견 두 마리가 경기 양주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 보호센터에 입소했다.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 제공

지난달 6일 저녁 서울 도봉구에서 구조된 유기견 두 마리가 경기 양주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 보호센터에 입소했다.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 제공


"한 마리는 신고자 품에 안겨 있고, 다른 한 마리는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구조 하려 하니 두 마리가 자연스럽게 한 자리에 모이더라고요. 비교적 수월하게 구조할 수 있었죠."

서울 도봉구청 직원 정모씨



D-10: 6일 저녁 함께 구조된 유기견 두 마리

서울 도봉구청 소속 직원 정모씨는 구조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6일 오후 5시50분. 정씨는 일요일 저녁 당직근무 중 한 약국 앞에서 믹스견 두 마리가 발견됐다는 신고전화를 받았다. 서울과 경기지역 유기동물 구조·보호를 담당하는 동물구조관리협회(이하 동구협)에 연락하니 곧바로 현장에 갈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는 사이 개들이 다른 장소로 이동할 수 있어 정씨가 출동했다. 그는 두 마리를 구청으로 데려와 보호했고, 이후 도착한 동구협 구조대원에 인계했다. 두 마리는 1차 격리장에서 첫날 밤을 보냈다.

보호센터에 들어온 지 1일째였던 지난달 7일 철창 속 개가 사시나무 떨듯 온 몸을 떨고 있다. 고은경기자

보호센터에 들어온 지 1일째였던 지난달 7일 철창 속 개가 사시나무 떨듯 온 몸을 떨고 있다. 고은경기자

D-9 오전: 온 몸으로 표현하는 불안감

구조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7일. 두 마리는 이른 바 '신입방'을 떠나 입소 일자와 덩치 별로 구분되어 있는 보호시설로 옮겨졌다. 수의사의 간단한 검진 결과 각각 한 살, 두 살 추정의 강아지로 확인됐다. 둘 다 중성화 수술은 되어 있지 않았고 눈물자국에 털도 때가 탄 상태였다. 겁 많고 소심한 성격이지만 사람을 잘 따르는 것으로 보아 한 가정의 반려견임이 분명했다. 아무래도 두 마리가 함께 버려진 게 아닌가 추측할 뿐이었다.

구조된 다음날인 지난달 7일 유기견이 혀를 내밀고 불안해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고은경기자

구조된 다음날인 지난달 7일 유기견이 혀를 내밀고 불안해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고은경기자

보호소에서 만난 두 마리는 사람이 다가가자 호기심을 보이면서도 겁을 잔뜩 먹은 것처럼 보였다. 시츄 믹스로 보이는 한 마리는 몸을 떨었고 철창 문을 열자 움찔하며 뒷걸음질 쳤다. 퍼그를 닮은 또 다른 개는 아예 몸을 뒤로 돌린 채 사람을 바라봤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자 이내 다가오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지난달 6일 구조됐던 반려견 두 마리가 내장칩 덕분에 하루 만에 보호자와 재회했다.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 제공

지난달 6일 구조됐던 반려견 두 마리가 내장칩 덕분에 하루 만에 보호자와 재회했다.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 제공


D-9 오후: 보호자를 찾았다

보호기간인 열흘 이후에도 보호자나 입양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동물보호단체 팅커벨프로젝트 황동열 대표와 두 마리의 구조를 논의하던 중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그 사이 우연히 시츄를 닮은 개에게서 내장칩이 확인됐고 보호자와 연락이 닿았다고 했다. 내장칩이 없는 개까지 포함해 두 마리 모두 같은 보호자가 기르는 게 확인됐다. 다음날 협회를 방문하기로 했던 보호자는 마음이 급했는지 그날 저녁 개들을 찾아갔다. 보호자에 따르면 잠시 대문을 열어 놓은 사이 두 마리가 문밖으로 나갔고, 배회하던 두 마리를 본 시민이 신고를 했다고 한다. 내장칩과 이름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사례였다.

아직 국내 반려동물의 등록 수준은 저조하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2019년 신규 등록된 반려견은 79만 7,081마리로 누적 209만 2,163마리다. 국내 반려동물 수가 1,000만마리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아직 10마리 중 2마리에 불과하다. 동구협에 들어오는 유기견의 경우 내장칩이나 이름표가 있는 비율은 이보다 더 낮다. 임성규 동구협 사무국장은 "칩이 있는 경우는 100마리 중 5마리 이하"라며 "아무래도 이름표나 외장칩이 있으면 보호소에 들어오기 전 보호자를 찾지 않겠냐"고 설명했다.

경기 양주시에 있는 한국구조동물관리협회 소형견사 내부. 고은경 기자

경기 양주시에 있는 한국구조동물관리협회 소형견사 내부. 고은경 기자

내장칩이나 이름표가 유기동물을 줄이는 데 능사는 아니다. 보호소 관계자들이 칩을 확인하고 연락하면 보호자가 연락처를 이미 바꾼 경우도 있다. 또 보호자임에도 인수 의향이 없다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땐 구청에 해당 내용을 신고한다.

한편 유기동물의 칩이나 이름표가 없는 경우 보호소 관계자들은 어떻게 보호자임을 확인하고 인계할까. 먼저 보호자라고 밝힌 사람의 거주지를 확인한다. 동물이 구조된 장소와 떨어져 있을 경우 보호자일 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인의 집에서, 혹은 여행을 갔다 잃어버렸을 때는 거주지와 구조 장소가 다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다. 또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찍었던 사진, 영상 등도 중요한 판단 요소다. 최종적으로 해당 동물과 보호자를 만나게 해 동물의 반응을 살핀다.

유기동물 구조보다 발생부터 줄여야

취재 도중 팅커벨프로젝트가 구조한 모찌가 입양가족을 찾고 있다. 팅커벨프로젝트 제공

취재 도중 팅커벨프로젝트가 구조한 모찌가 입양가족을 찾고 있다. 팅커벨프로젝트 제공

유기동물을 구조, 입양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유기동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시급하다. 그렇다면 왜 유기동물이 계속 늘고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서울의 경우 유실·유기동물은 2018년 8,207마리에서 2019년 7,508마리로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추세다. 그럼에도 전체 유실·유기동물 수가 늘고 있는 것은 경기를 비롯 다른 지방에서 제대로 관리받지 못하는 동물들이 입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취재 도중 팅커벨프로젝트가 구조한 성탄이가 임시보호 가정에서 지내고 있다. 성탄이는 입양가족을 찾고 있다. 팅커벨프로젝트 제공

취재 도중 팅커벨프로젝트가 구조한 성탄이가 임시보호 가정에서 지내고 있다. 성탄이는 입양가족을 찾고 있다. 팅커벨프로젝트 제공


비글구조네트워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전국 276개 지자체 보호소에서 서울 지역 유기동물 수는 15%나 줄었지만 경기(22%), 충남(50%), 제주(52%)를 비롯해 영호남 보호소 유기동물 증가율은 80%에 달한다. 줄에 묶어 밖에서 키우는 일명 마당개나 방치해서 키우는 방견에 대한 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유기동물 가족 찾습니다

취재 도중 팅커벨프로젝트의 도움을 받아 기사에 소개된 다섯 마리 이외에 보호기간이 끝난 믹스견 강아지 두 마리를 추가로 구조했다. 이들은 현재 흑미, 토토, 모찌, 성탄이라는 이름으로 새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입양을 원하는 이들은 팅커벨프로젝트로 문의하면 된다.



고은경 애니로그랩장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