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볼' 낙하실험, 플라스틱 트레이 없으면 부서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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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볼' 낙하실험, 플라스틱 트레이 없으면 부서질까

입력
2021.02.0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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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제품, 플라스틱 트레이 빼고 낙하 실험 해봤다
카스타드 등 3개 제품 트레이 없어도 전혀 파손 안돼

[쓰레기를 사지 않을 권리]<3>플라스틱 트레이

편집자주

기후위기와 쓰레기산에 신음하면서도 왜 우리 사회는 쓸모없는 플라스틱 덩어리를 생산하도록 내버려 두는 걸까요. '제로웨이스트 실험실'은 그 동안 주로 소비자들에게 전가해온 재활용 문제를 생산자 및 정부의 책임 관점에서 접근했습니다.

지난달 21일 강원 원주시 연세대 미래캠퍼스에 플라스틱 트레이 충격 실험에 사용된 식품들이 진열돼있다. 왼쪽부터 해태제과의 '홈런볼', 롯데제과의 '카스타드', 농심' 생생우동', 동원F&B '양반 들기름김', 롯데제과 '엄마손파이'. 모두 12차례 떨어뜨린 것으로, 홈런볼과 엄마손파이를 제외하고는 전혀 파손되지 않았다. 서재훈 기자

과자나 김의 비닐 포장을 뜯으면 으레 나오는 것이 플라스틱 트레이(상자형 용기). 부서지기 쉬운 내용물을 보호한다는 명분이다.

여기서 근본적인 의문 하나. 이 플라스틱이 없으면 정말 부서질까. 막연히 '부서질 것 같아서' 사용하는 플라스틱을 용서할 만큼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의 상황은 한가하지 않다.

시장 조사기관 닐슨코리아는 2019년 조미김 트레이로 쓰였던 플라스틱만 3,055톤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재활용 선별업체들에 따르면 재활용도 잘 안 된다고 한다. 트레이는 보통 폴리스티렌(PS) 재질을 쓰는데 PS는 재활용 시장이 작고 이익 단가가 안맞아서, 투명 PET 소재를 사용하는 조미김은 크기가 작아서 선별이 안 된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PE·PS·PP? 플라스틱 재질 읽는 3가지 방법)

한국일보 기후대응팀은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제품들을 골라 트레이를 제거하고 파손 여부를 확인하는 실험에 나섰다. 대상은 해태제과의 '홈런볼', 롯데제과의 '카스타드' '엄마손파이', 농심 '생생우동', 동원F&B의 '양반 들기름김'이다. 홈런볼과 들기름김은 2중 포장(제품을 트레이에 넣고 비닐로 포장), 카스타드·엄마손파이·생생우동은 3중 포장(비닐로 개별 포장 돼있는 것을 트레이에 담은 후 다시 비닐로 포장) 돼 있다.


150cm 높이서 12번 낙하… "실생활보다 강한 충격"

실험은 박수일 연세대 패키징학과 교수 연구실의 도움으로 진행했다. 트레이가 있는 원래의 제품, 그리고 이 제품들에서 트레이만 제거한 뒤 열 접착기로 재포장한 제품을 낙하시켰다. 모든 제품은 기존 제품의 포장을 뜯어 상태를 확인했다.

연세대 패키징학과 연구원이 트레이를 제거한 홈런볼 봉투를 열어 보이고 있다. 트레이를 뺀 경우 원래 포장의 약 3분의 1 크기로 부피가 줄어든다. 현유리PD

실험은 자유낙하 충격시험기를 이용해 150cm 높이에서 제품을 위·바닥·모서리·세로 4가지 방향으로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소비자가 과자봉지 등을 들고 갈때 떨어뜨릴 수 있는 가능성을 모두 실험한 것이다. 4가지 방향을 1차수로 묶고 1차(4회 낙하)·2차(8회 낙하)·3차(12회 낙하)로 나눠 실험했다.

실험을 진행한 장현호 연구원은 "낙하 충격에 대한 시험절차가 별도로 규정돼 있진 않다"며 "실험 표본이 적은 점을 감안해 실생활보다 강한 충격을 주는 가혹조건으로 실험을 설계했다"고 말했다.

연세대 미래캠퍼스에서 박수일 패키징학과 연구실 연구원들이 낙하 실험(사진 왼쪽)과 제품 재포장(오른쪽)을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결과는 플라스틱 트레이를 빼고도 '카스타드' '생생우동' '양반 들기름김'은 전혀 파손이 없었다. 카스타드와 김은 부드럽거나 얇아서 파손될 것이란 예측은 심리적 착각에 불과했다. 홈런볼은 실생활에서 발생하지 않을 듯한 충격을 줬을 때만 파손됐다. 엄마손파이는 트레이의 유무와 상관없이 부서지기는 했지만, 트레이가 있을 경우 파손이 적었다.

①해태제과 '초코 홈런볼(소형)'

1차수(4가지 방향으로 총 4회 낙하): 전제품 파손 없음.

2차수(4가지 방향으로 총 8회 낙하): 전제품 파손 없음.

3차수(4가지 방향으로 총 12회 낙하): 트레이가 없을 경우 7~8개 알갱이 파손. 트레이 있는 경우 전제품 파손 없음.

② 롯데제과 '엄마손파이(대형·254g)'

1차수: 트레이 있을 경우 낱개 파이 총 40개 중 10~20% 파손. 없을 경우 대부분 파손.

2차수: 트레이 유무와 관계 없이 대부분 파손.

3차수: 트레이 유무와 관계 없이 대부분 파손.

가장 가혹한 조건인 12회 낙하 실험 결과 홈런볼과 엄마손 파이의 모습. 홈런볼(위쪽)은 트레이가 있는 경우(왼쪽)와 없는 경우(오른쪽)의 파손 차이가 적고, 엄마손 파이는 차이가 더 크다. 서재훈 기자

③ 롯데제과 '카스타드(대형·12개입)'

1차수: 전제품 파손 없음.

2차수: 전제품 파손 없음.

3차수: 전제품 파손 없음.

④ 농심 '생생우동'

1차수: 전제품 파손 없음.

2차수: 전제품 파손 없음.

3차수: 전제품 파손 없음.

⑤ 동원F&B '양반 들기름김(식탁용)'

1차수: 전제품 파손 없음.

2차수: 전제품 파손 없음.

3차수: 전제품 파손 없음.


카스타드(사진 왼쪽)와 김(오른쪽 위), 생생우동(아래) 제품의 12회 낙하 실험 결과. 각 제품군 별로 트레이를 넣은 채 낙하실험을 한 결과(각 왼쪽)와 트레이를 제거한 결과(각 오른쪽)에서 아무런 차이도 보이지 않았다. 서재훈 기자

장현호 연구원은 "홈런볼의 경우 3차수는 제품을 150cm 높이에서 12번이나 떨어뜨리는 상황으로 실생활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며 "엄마손파이도 모든 차수에서 제품이 파손됐으므로 트레이가 충격 방지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평했다.

택배로 보내보니… 박스 부서져도 제품은 멀쩡

우체국 택배 박스에 트레이를 뺀 제품들이 들어있다. 제품 외에 별도의 완충재를 넣지 않았음에도 파손이 거의 없었다. 김현종 기자

과자를 택배로 실어나를 때는 소비자가 떨어뜨릴 때보다 더 많은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이 5개 제품에서 트레이를 빼고 배송하면 과연 많이 부서질까. 한국일보는 트레이를 제거한 제품을 택배 박스에 담아 운송해 봤다. 우체국 택배를 이용해 서울 3개 지역(강동·마포·동작)에서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로 한 상자씩 제품을 보냈다. 상자는 부피 60㎤(2호)로, 트레이를 뺀 제품 5종류를 한개씩 담았다. 별도의 완충재를 넣거나 파손 주의 스티커를 붙이진 않았다. 운송은 박스별로 3, 4일 걸렸다. 아래는 제품 별 파손 정도.

①해태제과 '초코 홈런볼(소형)'

모든 박스에서 파손 없음

② 롯데제과 '엄마손파이(대형·254g)'

1개 박스에서 파손 없음. 나머지 박스에서는 40개 중 파이 낱개 기준 각각 4개·20개 파손.

③ 롯데제과 '카스타드(대형·12개입)'

모든 박스에서 파손 없음.

④ 농심 '생생우동'

모든 박스에서 파손 없음.

⑤ 동원F&B '양반 들기름김(식탁용)'

모든 박스에서 파손 없음.

택배로 배송 받은 제품들의 상태. 측면이 파손된 박스(사진 위쪽 가운데)도 있었지만, 엄마손파이를 제외하고는 파손이 전혀 없었다. 이한호 기자

특히 운송 과정에서 큰 충격을 받아 측면이 찢어진 박스가 있었는데, 내부 제품은 엄마손파이를 포함해 어느 것도 깨지지 않았다. 다른 박스에서도 엄마손파이만 각각 4개·20개 깨졌을 뿐이었다.

정미란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박스가 찢어질 정도로 거친 환경에서 운송된 제품들도 파손이 없었다"며 "운송 환경이 보다 정돈된 기업의 물류 과정에서는 파손이 더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미김 트레이 없애면 국민 340만명 텀블러 쓰는 효과"

지난해 12월 경기 평택의 한 폐기물 선별업체에 폐플라스틱이 잔뜩 쌓여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실험 결과를 보면, 파손되지 않은 카스타드·조미김·생생우동 3개 제품은 플라스틱 트레이가 불필요해 보인다.

실제 동원 F&B는 지난해 7월부터 식탁용 김에서 트레이를 제거한 ‘에코패키지’를 유통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역시 식탁용김을 유통하는 풀무원은 “김이 파손된다”며 트레이를 유지하는 실정이다.

카스타드의 경우, 오리온에서도 비슷한 제품을 유통하는데 트레이 없이 종이박스에 포장돼있다. 롯데제과도 소포장 제품은 트레이 없이 종이박스에 유통하지만, 대포장에 대해서만 “파손 방지 목적”이라며 트레이를 사용한다.

생생우동은 파손보다 공정상의 이유를 들고 있다. 보통 라면 공정은 컨베이어벨트에 면을 두고 면 위에 스프를 떨어뜨린 뒤 이를 봉투로 감싸는 순서로 포장되는데, 우동면은 굴곡이 심하고 미끄러워 별도로 트레이를 받치지 않으면 스프가 흘러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12일 해태제과가 홈런볼을 대상으로 자체실험한 결과물 사진. 해태제과는 실제 운송에 쓰이는 홈런볼 박스를 150cm에서 15회 떨어뜨렸다. 그 결과 트레이 없는 제품에서 깨진 알갱이는 총 261개 중 9개였고, 트레이가 있는 경우는 4개였다. 해태제과 제공

홈런볼을 생산하는 해태제과는 파손 비율이 적다고 해도 조금이라도 파손이 되는 이상 트레이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자체 실험 결과 트레이가 없을 때 한개 제품당 0~2개 알갱이가 깨졌다"며 "홈런볼은 한개라도 파손이 되면 초콜릿이 흐르는 등 제 기능을 하기 어려운 과자여서 트레이가 필수"라고 말했다.

롯데제과는 엄마손파이에 대해 "제품 보호 차원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대신 트레이 두께를 기존에 비해 0.05mm 줄이는 등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21일 실험에 사용한 제품들의 포장재와 플라스틱 트레이가 어지럽게 쌓여있다. 현유리PD

실험에 포함된 이들 제품 외에도 시중에서는 밀키트·채소·과자 등 불필요해 보이는 트레이를 사용한 제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환경적 영향력이 지대한 만큼, 폐플라스틱 감축을 이끌어낼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정부는 '자원재활용법'에 따라 플라스틱 트레이에 kg당 100~200원대의 분담금을 부과하고 있다. 이는 유럽연합(EU)이 지난달부터 도입한 플라스틱세 kg당 0.8유로(한화 약 1,000원)에 한참 모자라, 실질적인 감축 유도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재영 서울시립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플라스틱 남용은 편리성·경제성 때문"이라며 "EU는 이에 패널티를 부과함으로써 기업들이 종이 등 대체재를 이용하거나 아예 플라스틱을 없애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미란 활동가는 "조미김 제조업체들이 한 해 배출하는 플라스틱 3,055톤은 국민 약 340만명이 1년 동안 플라스틱컵을 사용하지 않아야 줄일 수 있는 무게"라며 "정부가 일일이 모든 트레이를 없애도록 규제할 수 없다면 분담금이라도 현실화해 자발적 감축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분담금을 현실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종 기자
장수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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