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갈등으로 지지자에 위협
가루가 든 출처 불명의 편지봉투부터 살해위협까지.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극심한 갈등을 빚었던 앤서니 파우치 국립 알레르기ㆍ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당시 겪었던 고충을 언론에 털어놨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4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파우치 소장과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일하며 가장 충격 받았던 일 중 하나로 ‘가루테러’를 꼽았다. 지난해 사무실로 온 편지 봉투를 연 순간, 속에 든 가루가 퍼지며 얼굴과 가슴 전체를 뒤덮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파우치 소장은 “가루를 보며 ‘어떻게 하지’라고 생각했고, (보안팀이) 방호복을 입고 와서 소독액을 뿌렸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물질을 검사한 결과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결론 났지만, 무서운 경험이었다”면서 “만일 그게 (독극물) 리신이었다면 나는 죽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우치 소장은 자신과 가족이 지난해 3월 이후 살해 위협을 받았던 사실도 언급했다. “무엇보다 화가 났던 점은 아내와 자녀들을 괴롭힌 것”이라며 “그들은 아이들이 어디서 일하고, 어디서 사는지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파우치 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심각성에 관한 과학적 설명을 쉽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잘못된 발언을 면전에서 직접 반박하면서 대중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트럼프 지지자들은 그를 ‘딥 스테이트(그림자 정부)의 첩자’라고 비난했고, 온라인상에서도 “파우치를 없애야 한다”는 공격성 발언이 비일비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파우치 소장에 대한 해고를 공공연하게 거론하며 적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위협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자 보건당국은 지난해 4월 개인 경호를 강화했다. 그는 업무 외 자택에 머무르는 시간에도 경호를 받았다.
파우치 소장은 NYT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변 사람들은 감히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반박한다는 사실에 상당히 화가 났었다”며 “(대통령 역시) 코로나19에 감염돼 병원에 입원한 후에도 내가 옳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미국 감염병 최고 권위자인 파우치 소장은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유임돼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대통령 수석 의학고문을 맡게 됐다. 그는 최근 백악관 브리핑에서 바이든 행정부에서 일하는 소감을 “다소 해방감을 느낀다”는 말로 표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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