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인도·유럽서 점유율 신기록?
쌍용차, 새 주인 찾기 협상 난항
르노삼성도 생존에 방점
코로나19로 인한 세계적인 자동차 수요 충격 속에 국내 완성차 업계의 명암도 극과 극으로 갈리고 있다. 위기에서 기회를 찾은 현대차·기아는 주요 수출 시장 점유율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반면, 르노삼성차와 쌍용차는 '코로나 파고'를 넘지 못하고 생사기로에 놓였다.
24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16년 만에, 수출은 17년 만에 최소를 기록했다. '차박(자동차+숙박)' 열풍과 신차 효과로 내수 판매는 전년 대비 4.7% 증가한 161만1,360대로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지만, 수출은 21.4% 급감한 188만6,831대로 2003년 이후 가장 적었다.
현대차·기아, 해외 시장서 점유율 고공행진
이 와중에서도 현대차·기아는 주요 해외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낸 지역은 인도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인도에서 전년 대비 1.6% 증가한 56만4,147대를 판매, 해외 주요 시장 중 유일하게 판매량을 늘렸다. 점유율 역시 4.3% 증가하며 23.1%를 기록했다. 2019년 하반기 준공된 기아 인도공장 가동 효과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인기가 겹치며 이뤄낸 성과다.
유럽과 미국 점유율도 끌어올렸다. 유럽에서는 진출 이래 처음으로 점유율 7% 고지에 올랐다. 전년 대비 2배 가량 증가한 친환경차의 판매 호조가 점유율 상승을 견인했다. 현대차·기아가 지난해 유럽에서 판매한 차량 5대 중 1대가 친환경차였다.
미국 시장에서도 8.4%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2012년(8.7%) 이후 8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 자동차 시장 자체는 위축됐지만, 팰리세이드·텔루라이드 등 대형 SUV와 아반떼의 인기에 힘입어 GM, 포드, 도요타 등 미국 시장에서 연간 50만대 이상 판매하는 주요 업체 중 판매량 감소폭이 가장 적었기 때문이다.
다만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는 고전이 이어졌다. 현대차·기아의 지난해 중국 판매량은 전년 대비 26.9% 감소한 66만4,744대로 중국의 산업 수요 하락폭(6.2%)보다 훨씬 컸다.
경영 위기 닥친 르노삼성·쌍용차
현대차·기아와 대조적으로 외국계 완성차 업체들은 치명타를 입었다.
인도의 마힌드라가 대주주인 쌍용차는 지난해 10만6,836대를 생산하며 2010년 이후 최소치에 그쳤다. 국내 완성차 5개사 중 유일하게 내수 판매가 감소하기도 했다. 실적 악화는 경영 위기로 이어져 지난해 12월 기업 회생을 신청했다.
다음달 28일까지인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 기간 내에 새 주인을 찾지 못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대주주인 마힌드라, 유력 투자자로 거론되는 미국 자동차 유통업체 HAAH오토모티브가 참여하는 협의체가 내부적으로 협상 마감 시한으로 정한 지난 22일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현재 쌍용차 지분 75%를 보유하고 있는 마힌드라가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일부를 매각한 뒤 잔여 지분을 남겨 주주로 남을지 등을 놓고 견해차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공식적으로는 협상이 깨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협상 데드라인이 이달 말인 점을 감안하면 마지막 물밑 조율이 이뤄질 것"이라며 극적 타결 가능성도 시사했다.
르노삼성차 역시 최근 '서바이벌 플랜'을 발표하며 생존에 방점을 찍었다. 르노삼성차는 지난해 내수와 수출을 더한 전체 판매 대수와 생산량 모두 2004년 이후 1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2012년 이후 8년 만에 영업이익 적자가 예상된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수익성 및 수출 경쟁력 개선 없이는 르노그룹으로부터 향후 신차 프로젝트 수주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임원의 40%를 줄이고 남은 임원에 대한 20% 임금 삭감, 모든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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