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출국금지 수사 신중 접근 분석
"윗선 수사 가능성 열어둔 포석" 해석도
이틀째 압수수색… 실무진 조사도 병행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출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법무부 고위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제시한 영장 피의자란에 실명이 적혀있지 않고 '성명불상자'로 기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민감한 사건인 만큼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한 후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의중으로 해석되지만, 불법 출국정보 조회 등을 지시한 윗선으로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을 열어둔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수원지검은 22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와 감찰담당관실 및 인천국제공항 출입국·외국인청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이틀째 실시했다. 전날 시작한 압수수색 대상 가운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부 부서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인 셈이다. 검찰은 이날 김 전 차관 긴급출금 당시 출입국 당국에 근무했던 실무자들도 불러 조사했다. 김 전 차관 긴급출금을 요청했던 이규원(44) 검사 사무실과 자택, 이 검사와 출금 관련 논의를 했던 대검 정책기획과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한국일보 취재결과 검찰이 법무부에 제시한 고위인사 대상 압수수색 영장 피의자 성명란에는 ‘성명불상자’라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피의사실이 기재된 부분에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와 관련한 구체적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 2019년 3월 인천공항 직원에게 개인정보인 민간인(김 전 차관)의 출국정보를 조회하고 보고하도록 지시해 의무 없는 일을 하도록 했고, 이를 통해 김 전 차관이 출국할 권리를 침해했다는 의혹을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법무부 과장급 이하 실무진들을 대상으로 한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에는 피의자 성명이 적시됐다.
검찰이 압수수색을 하면서 피의자를 ‘성명불상자’로 적시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지방검찰청의 고위간부는 “민감한 사건을 수사할 때 피의자를 ‘성명불상’으로 기재해 영장을 발부 받았다면, 어느 선까지 피의자로 입건할지 정해지지 않아 판단을 유보해 둔 상태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언론과 정치권에서 공익제보 내용를 바탕으로 박상기 전 장관 및 김오수 전 차관, 차규근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이용구 차관(당시 법무실장) 등을 수사대상으로 거론하고 있지만, 검찰은 일단 진상규명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압수수색 영장의 '성명불상' 기재가 검찰 수사가 윗선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특수수사 경험이 풍부한 전직 검찰 간부는 “공익제보 내용에 따르면 법무부 인사들 외에도 청와대 인사들까지 거론되고 있지 않느냐”며 “상부 지시로 부적절한 출금 조치가 이뤄진 사실이 드러날 경우, 검찰의 칼끝이 어디까지 미칠지 가늠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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