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법이다.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는 온 겨레의 염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이렇게 말했다. 외교ㆍ안보부처 업무보고도 서면이 아닌 대면으로 진행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날, '새로운 미국의 시간'에 맞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NSC 회의를 주재한 건 취임 후 이번이 10번째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난 후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2019년 3월 4일 열린 후로부터 1년 10개월여 만이다. 통상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하는 회의를 문 대통령이 직접 소집한 건 그간 주춤했던 '평화 외교'를 본격화하겠다는 뜻을 드러낸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가야만 하는 길"이라며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오랜 교착 상태를 하루속히 끝내고 북미 대화와 남북 대화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여 평화의 시계가 다시 움직여 나가도록 최선을 다해 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조급하게 서두르지 않으면서 우리 정부에 주어진 마지막 1년이라는 각오로 임해주시기 바란다"며 관계부처에 "주도적인 자세"를 주문했다.
NSC 회의 종료 후 문 대통령은 외교ㆍ통일ㆍ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올해 업무보고도 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감안, 청와대는 서면 보고를 기본 방식으로 정했는데 외교 안보 부처에 대해서만 대면 보고를 진행한 것이다. 이는 그만큼 한반도 평화를 비롯한 대외 전략에 비중을 싣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미 현지시간으로 20일 열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과 맞물린 이 같은 일정은 바이든 행정부의 공식 출범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의 계기이자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가 반영돼 있다. 문 대통령은 전날에도 남북미 대화ㆍ협력을 이끌어온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며 한반도 평화를 위해 마지막으로 온힘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축하전문을 보내 "한국은 미국의 굳건한 동맹이자 신뢰할 수 있는 동반자로서 바이든 행정부의 여정에 언제나 함께할 것"이라며 "가까운 시일 내에 바이든 대통령과 직접 만나 우의와 신뢰를 다지고 공동의 관심사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트위터를 통해서도 "미국의 새로운 시작은 민주주의를 더욱 위대하게 만들 것이다. '하나 된 미국'(America United)을 향한 여정을 우리 국민들과 함께 성원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한일 관계 개선 의지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이웃 나라 일본과는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함께 지혜를 모아 건설적·미래지향적 관계로 발전시켜야 한다"며 "올해 도쿄 올림픽을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한 대회로, 성공적으로 치르도록 협력해 한일 관계 개선과 동북아 평화 진전의 기회로 삼아야겠다"고 밝혔다. 올림픽을 계기로 과거사 및 수출규제로 답보 상태에 빠진 한일 관계를 풀어보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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