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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의심행위 200건...인천 서구 어린이집서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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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의심행위 200건...인천 서구 어린이집서 무슨 일이

입력
2021.01.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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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무기로 얼굴에 물 뿌리고
발로 차고 밀고 팔을 꺾고…
경찰, 보육교사 6명 입건
구청, 자격정지·집중 점검

장애가 있는 다섯살 아들을 학대한 인천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를 강력히 처벌해달라고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장애가 있는 다섯살 아들을 학대한 인천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를 강력히 처벌해달라고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자폐증 판정을 받은 다섯 살 A군의 어머니 B씨는 지난달 23일 긴급보육을 신청해 아이를 인천 서구의 국공립 어린이집에 보냈다. B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가정보육을 했는데, 어린이집에서 성탄절 행사를 한다고 해서 모처럼 등원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나 귀에 상처가 난 채로 집에 온 A군은 밤새 울면서 엄마를 때리는 등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것처럼 행동했다. A군은 이후에도 며칠간 밤에 잠을 못자고 울었다.

B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남편과 어린이집을 찾아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인하려고 했지만, 어린이집 원장으로부터 "절차가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돌아왔다. B씨는 어린이집이 CCTV 영상을 삭제하거나 조작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경찰을 대동해 지난달 23일 오전 10시부터 11시 40분까지 영상을 확인했다. 영상은 충격적이었다. 보육교사 4명이 말도 제대로 못하는 A군 얼굴에 분무기로 물을 뿌리고 발로 차는가 하면, 팔을 꺾고 돌아가면서 학대를 한 것으로 의심되는 장면이 찍혔기 때문이다. 아이를 때리는 보육교사를 말리는 교사도 없었다.

B씨는 지난달 3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인천 서구 국공립 어린이집 장애아동 집단학대 사건'이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려 철저한 수사와 진상규명,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글쓴이는 "장애가 있는 아이는 어린이집 입소 경쟁이 치열하고 장애통합반이 있는 곳도 많지 않은 상황에서 아이에게 피해가 될까 두려워 쉽게 말을 꺼내기 힘들었는데 CCTV를 확인하고 분개했다"며 "아이가 심리치료를 받으며 고통 속에서 살고 있는데도 해당 교사들이 사과 한번 없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학대한 것이 아니다'라고 증언하고 있어 더욱 화가 난다"고 적었다.

경찰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경찰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경찰, 보육교사 6명 불구속 입건

B씨로부터 지난달 28일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해당 어린이집 7개 교실의 11월과 12월 두 달치 CCTV 영상을 확보해 분석했다. 경찰 분석 결과 어린이집 20~30대 보육교사 6명은 A군 등 원생 10명에게 학대로 의심되는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200여차례 했다. 보육교사들은 A군에게 분무기로 물을 뿌리거나 발과 손으로 때리는 듯한 장면이 포착됐다. 다른 원생을 사물함으로 밀어넣은 뒤 문을 닫거나 머리채를 잡아 넘어뜨리는 장면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보육교사 6명 전원을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전날 이들을 모두 소환해 해당 CCTV 영상을 열람시켰다. 경찰은 아동보호전문기관의 CCTV 영상 분석결과 등을 검토해 보육교사들에 대한 처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보육교사들을 추가로 조사하고 어린이집 원장이 관리·감독을 제대로 했는지 수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원장·보육교사 자격정지 처분

인천 서구는 해당 어린이집 원장과 보육교사들에 대해 자격정지 등 행정처분을 하고, 원생들이 다른 어린이집으로 모두 옮긴 뒤 어린이집 문을 닫기로 했다.

서구 측은 "어린이집 원장과 보육교사들을 즉각 원생들과 분리하고 대체 인력을 투입해 긴급돌봄을 하고 있다"며 "장애아동 보육을 위해 인근 어린이집에 장애아동 통합반을 신설해 전원 조치하고 피해 아동과 가족에 대한 심리치료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서구는 지난달 29일 해당 어린이집에 대한 현장점검을 벌인데 이어 같은달 30일 어린이집 CCTV 영상 열람을 한 뒤, 이달 5일 보육교사 6명 중 4명에 대해 자격정지 처분 사전통지를 했다. 서구는 경찰 조사과정에서 아동학대 혐의를 받는 보육교사가 추가됨에 따라 자격정치 처분 대상도 확대했다.

이재현 서구청장은 "아동학대 관련자들에 대해선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조치를 하는 등 엄정 대처할 것"이라며 "모든 어린이집을 집중점검해 철저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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