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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 모른채 목숨 잃은 '제주 4·3 행불 수형인', 첫 재심서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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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 모른채 목숨 잃은 '제주 4·3 행불 수형인', 첫 재심서 '무죄'

입력
2021.01.21 15:30
수정
2021.01.21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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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10명 유족이 재심 청구
70여 년간 생사조차 확인 못해

제주법원 전경

제주법원 전경


70여 년 전 제주4·3 당시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가 목숨을 잃은 ‘4·3 행불 수형인’들에 대한 재심에서 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렸다.

제주법원 제2형사부(부장 장찬수)는 20일 1948~1949년 국방경비법 위반 등으로 군사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사형당하거나 행방을 알 수 없게 된 행불 수형인 10명에 대한 재심 재판을 열고 피고인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정부가 발표한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에 따르면 4·3 당시 제주도민들을 대상으로 한 군법회의는 1948년 12월과 1949년 7월 두 차례에 걸쳐 실시됐다. 정부기록보존소가 소장한 ‘군법회의 명령’ 자료에는 2,530명의 피고인 명단이 남아 있다. 군법회의 대상자들은 서울, 인천, 대전, 대구, 전주, 목포 등 전국 형무소에 분산 수감됐다가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상당수는 집단학살 당했으며, 일부는 행방불명 됐다. 행불 수형인은 대부분 1947∼49년 내란죄 등의 누명을 쓰고 징역 1년에서 최고 사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재심은 행불 수형인들의 유가족이 2019년 6월 청구했고, 이들 외에 330여명의 행불 수형인 유족들이 재심 개시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검찰은 이날 “피고인들이 내란죄, 국방경비법 위반 등을 했다는 것을 입증할 자료가 없다”며 “이러한 사정을 참작해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이어“피고인들의 생사 여부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 한 재심 청구인들이 이번 재판으로 실추된 명예가 회복되고, 아픔과 고통도 조금이나마 치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형사재판에서 범죄 입증 책임은 검사에게 있지만 검사는 공소사실을 입증할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다. 이는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무죄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국가 정체성도 찾지 못한 시기에 이념의 대립으로 인해 피고인들의 목숨마저 희생됐고, 유족들도 연좌제의 굴레에 갇혀 살았다”며 “오늘 (무죄) 선고로 피고인과 유족이 굴레를 벗고 나아가길 바란다”고 위로했다.

김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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