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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은 이제 문화입니다

입력
2021.01.22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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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 '흰 소'. 홍익대박물관 소장

이중섭 '흰 소'. 홍익대박물관 소장


한국에서 인기 있는 명절 선물의 하나는 축산물이다. 한우, 한돈, 닭고기는 우리 국민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그런 고기를 생산하는 축산업에 대해서는 '환경오염' '가축질병' '냄새' 등 부정적인 이미지를 많이 떠올린다. 농촌에서조차도 주변에 축사가 들어오는 것을 꺼리는 것이 현실이다. 축산업계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친환경 축산' '동물복지' '순환농업' 등 다양한 노력을 통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축산물을 통해 동물성 단백질을 공급받았다. 그러나 소비자의 관심이 단순히 음식에만 그치지 않고 환경으로까지 넓어졌다. 축산물을 공급하는 과정도 소비자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이왕이면 환경친화적이고 건강한 음식을 선택하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수입 축산물 시장에 이어, 최근에는 식물성고기를 앞세운 대체육 시장까지 국내 축산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식물성 패티가 일반 패티보다 온실가스를 절약하는 데 효과적이어서 환경보호에 일조한다는 주장이 소비자를 설득했기 때문이다.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는 국내 축산업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그들의 가슴 깊숙이 들어가 설렘과 감동을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가격과 품질을 뛰어넘는 문화 창출이 필요하다. 소비자가 국내 축산물을 단순히 비싸다고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이에 걸맞은 최고 수준의 문화를 지니고 있다는 자부심을 심어주어야 한다.

축산물을 이용해 다양한 요리를 제공하는 맛집과 유튜브 방송이 인기이다. 그러나 축산물에 특화된 '스타 셰프'는 바로 떠올리기 쉽지 않다. 안심, 등심, 삼겹살은 물론 특수부위를 재밌고 쉽게 요리하는 식당이나 방법을 소비자에게 소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이 축산업이 국민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한 걸음'이 아닐까 한다.

소에 관한 작품 전시도 하나의 방법이다. 문화가 만들어지려면 예술이 반드시 가미되어야 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소에 관한 대표적인 미술 작품은 이중섭의 '소'다. 굵은 붓으로 힘차게 그려진 소는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디지털 축산문화관을 운영해보는 건 어떨까. 상대적으로 재정적 부담과 제한이 적어, 오프라인 문화관보다 훨씬 접근이 쉬울 것이다. 어린이들도 온라인을 통해 소와 돼지를 키우며 축산을 보다 친근하게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배우 류승룡과 박해준이 출현하는 영화, '정가네 목장'이 올해 상반기에 촬영에 들어간다는 소식이 반갑다. 소를 키우는 두 형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을 통해 젊은 소비자들에게 축산현장을 조명하고 축산의 문화를 알릴 기회가 될 것이다. 동시에 환경과 생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축산인의 마음이 영화 속에 녹아, 그 진심이 전해지길 기대한다.

마침 농협에서 축산문화 운동 진행 계획을 밝혔다. 축산의 정체성 확립과 가치를 높이기 위해, 한우와 관련된 전통행사 재현, 다큐멘터리 제작 등 다양한 문화를 시도할 것이라고 한다. 김태환 농협축산경제 대표는 "한우를 단순히 먹거리가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로 만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우리 축산이 문화의 옷을 입고 소비자들과 함께 호흡할 날을 기대해 본다. 이러한 문화들이 한국 축산의 '격'을 높여, 그 위상을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민승규 국립한경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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