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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쉬운 선거 한번도 없었다… 패트 강경투쟁 지금도 옳다 생각"

입력
2021.01.21 20:00
수정
2021.01.21 20:31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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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원의 질문] 선명 보수 강조하며 서울시장 출마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국민의힘 후보 경선에 나선 나경원 전 의원이 20일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한국일보 김희원 논설위원을 만나 서울시장으로서 비전을 밝히고 있다. 오대근 기자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국민의힘 후보 경선에 나선 나경원 전 의원이 20일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한국일보 김희원 논설위원을 만나 서울시장으로서 비전을 밝히고 있다. 오대근 기자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경선을 시작한 나경원 전 의원은 가족의 일상, 소탈한 모습을 노출하며 호감도 높이기로 첫발을 뗐다. 동시에 "짜장(우파)이든 짬뽕(좌파)이든 잘 만들어야지 섞어버리면(중도) 이도저도 아니다"며 선명한 보수 노선을 부각시켰다. 나 전 의원이 추구하는 보수 이념과 서울시장의 비전은 무엇인지 20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물었다.


"장애인 딸 이용 논란이야말로 차별 아닌가"

-지난 5일 TV조선 ‘아내의 맛’ 방영 후 나 전 의원에 대해 인상이 좋아졌다는 반응이 많다.

“본 모습이 호감도가 높아 다행이다. 원내대표 때는 아침 회의, 국회 활동 등 똑같은 모습만 보이다가 있는 그대로를 다 보여서 그런 것 같다. 요즘 머리도 묶어본다. 팔도 걷어붙일까 한다.”

-딸이 ‘엄마 아빠 먹여 살리겠다’고 말한 대목이 울컥했다. 그런데 장애인 딸을 노출시키는 데 대한 비판과 부담이 있지 않나.

“그 동안 방송 섭외가 많았는데 안 했다. (딸 논란이 있는 것은)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안 된 것이다. 지난 총선 출정식에 딸이 나왔을 때도 왈가왈부했다. 유승민 전 의원의 딸은 반응이 좋지 않았나. 장애인 딸이라고 응원 안 하고 싶은 게 아니다. 한번은 집에서 한 정거장 떨어진 곳에서 유세하고 있었는데 딸이 스스로 찾아왔다. 엄마를 돕고 싶어 온 거다. 비장애인 자녀를 두고는 예쁘다, 어떻다 뉴스가 되는데 장애인이라고 이용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 자체가 편견이고 차별이다.”



"짜장면론, 중도층 무시한 것 아냐"

-최근 ‘중도 연하지 않겠다’거나 짜장면론을 주장하며 보수 우파의 선명성을 강조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을 포용하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5·18 망언도 사과하고,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관련 사과도 했는데 이런 노력이 의미 없다고 보는 건가.

“그건 이념과 관계없이 당연히 해야 한다. 가치와 이념에 있어서 우파, 좌파가 있지만 중도 이념이란 없다는 이야기를 했을 뿐이다. 중도층을 무시한다는 뜻도 아니다.”

-그러면 본인의 이념 지향을 정책으로 물어보자.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이나 경제3법에 김 위원장은 긍정적이었는데 당내에 이견이 있었다. 어떤 쪽인가.

“더 안전한 작업환경, 더 공정한 시장질서에 반대할 사람이 있나. 그런데 악마는 디테일이 있다고, 디테일이 잘못돼 중대재해처벌법이 누더기가 됐다. 사업주의 형사처벌을 강하게 한다고 해서 안전이 확보될지, 지난해 산재 사망이 더 늘었다는 통계도 있고, 하여튼 디테일을 더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서울 시정에 이념으로 부딪칠 이슈가 있겠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정도나 그럴 것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전 도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주겠다고 한다.

"정부가 1조4,000억원의 1차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했을 때 소비 증가는 30% 정도였다는 분석이 있었다. 자영업자 지원금 100만원, 200만원은 한 달 임금 정도다. 몇 달간 유동성 위기에 빠진 이들에게 큰 도움이 안 된다. 그래서 소상공인·자영업자·특수고용노동자·문화예술인을 대상으로 1인당 5,000만원까지 3년거치 5년 상환 초저리(1%) 대출을 해 주는 숨트론(숨통트임론)을 만들려 한다. 서울시가 6조원 기금을 마련해 서울신용기금을 통하면 90조원 대출이 가능하다."


"패스트트랙 상황 다시 와도 똑같이 싸울 것"

-5일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에도 출연했다. 진행자 말로는 나 전 의원도 지난 총선을 부정선거라고 보지만 소송에 반대했을 뿐이라는데 사실인가.

“사전 투표와 본 투표 사이 득표율 차이가 너무 많이 나니까 그런 얘기를 한다. 사전투표에서는 제가 26%포인트 차로 졌고 본 투표에서는 7%포인트를 이겼다. 3일 새 이렇게 차이가 나는지 의심이 간다. 그러나 지금 이를 왈가왈부하는 건 맞지 않다고 본다. 다만 사전투표 용지, 투표함 관리엔 허술한 부분이 제법 있고 개인 식별이 가능해 비밀투표 원칙에 반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제도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5월 투표용지 바코드에는 선거명, 선거구명 등 정보가 담겼을 뿐 개인 정보는 전혀 포함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가세연 방송에서 야당이 좀더 강하게 싸워야 한다는 이야기도 했다. 원내대표를 맡았던 당시 강경 일변도였고 선거법·공수처법 패스트트랙 관련 원내 폭력 사태까지 벌이다가 국민의힘이 호감을 잃은 것 아닌가.

“우리가 반대했던 게 결국 다 맞지 않았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선거에서 1인 1표 값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터무니없는 제도다. 정당(비례대표) 득표율이 30%라도 지역에서 30% 넘게 의석을 얻으면 비례 의석은 하나도 못 받고, 그러면 내가 한 투표값은 0이다. 과거 헌법재판소가 지역구 후보자 개인에 대한 투표를 정당에 대한 투표로 볼 수 없다고 위헌 판결을 내려서 1인2표제가 된 것인데, 정당 득표율에서 지역구 당선자 수를 빼는 것은 기본 설계가 민주주의 원칙에 반한다. 총선 지나고 나니 민주당이 폐기하자고 한다.

공수처는 고위 공직자 범죄 비리를 막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 측근 비리를 감추기 위한 것이라 반대했다. 민주당은 공수처장 지명 때 야당 측 비토권을 보장하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됐나. 결국 정권이 무리하게 출범시킨 것은 최근 나오는 탈원전 관련 비리,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등을 덮기 위한 수순 아닌가. 다시 그 상황이 돼도 똑같이 할 것이다.”

-5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검토에 합의한 건 정당 득표율과 전체 의석 사이 비례성을 강화하자는 취지였고, 그게 엉망이 된 건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어서다.

“검토한다고 했지 언제 받아들인다고 했나.”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에 도전하는 나경원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박원순 시정 잃어버린 10년, 재도약을 위한 약속' 발표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에 도전하는 나경원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박원순 시정 잃어버린 10년, 재도약을 위한 약속' 발표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박원순 시민 참여 시정 좋지만 시민단체만 참여 비판도"

-서울시장은 꼭 하고 싶었다는 말을 했는데 이유는.

“서울에서 태어났고 서울에서 4선 의원을 했다. 누구보다 서울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크다. 한 번 도전해 봤는데 이제는 잘할 것 같다. 서울은 잠재력 많은 도시고 서울시민, 대한민국 국민은 엄청난 능력자다. 변화에 빨리 적응하고, 주도하고, 신상품 테스트베드가 되는 역동적인 곳이다. 서울 수장이 조금만 더 잘 하면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물론 세계적 도시와 어깨를 겨룰 것 같은데 그 조금이 안 되는 것이 안타까웠다. 고향 서울을 세계적 도시, 아시아의 수도로 만들고 싶은 게 오랜 꿈이다.”

-서울시장이 되면 가장 역점을 둘 시정은.

“당선되면 1년짜리이자 5년짜리 시장이다. 우선 시민의 삶이 코로나로 인해 팍팍해진 것, 단순히 일자리와 경제 형편만 아니라 교육, 보육 등 삶의 피폐를 극복하는 게 가장 먼저다. 또 큰 문제는 역시 부동산이다. 내가 살고 싶은 곳에 원하는 집을 구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정부도 이제는 공급 확대로 기조를 바꾼 것 같아 다행이다. 다음은 안전과 교육이다. 차곡차곡 풀겠다. 올해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의 주제가 디지털 시티인데, 스마트 시티를 넘은 디지털 시티 서울을 만들어가고 싶다. 서울에 사는 것이 편리하고 좋아서 세계적 기업들이 들어올 수밖에 없는, 디지털 허브로 만들고 싶다. 만들고싶은 서울의 기조를 ‘마음껏 서울’이라고 이름 붙였다. 지금은 규제로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되는데, 살고 싶은 데 살고 교육받고 싶은 것을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부동산 대책으로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제시했다. 공급은 빨리 늘릴 수 있지만 경험상 결국 부동산값 상승을 부추긴다.

“장기적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재개발·재건축 하면 투기 수요가 늘 것 아니냐 하는데, 그래서 분양가 상한제 폐지도 이야기한 것이다. 분양가를 묶어놓으니 당첨되면 로또이고, 그러니 투기 수요가 많은 것이다. 원하는 지역에 충분한 공급이 있으면 수요·공급의 원리에 따라 가격이 안정될 것이다. 제가 만난 40대 친구가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자 돈 다 끌어 모아 집을 샀는데 대박이라고 했다. 왜 샀냐고 물었더니 진보정권이 들어서면 규제로 공급을 틀어막아 집값이 꼭 오른다는 것이다. 그런 기대가 집값을 더 견인한다. 서울 집값은 박원순 전 시장도 관련이 있다. 서울의 주택공급이 많이 줄었다. 주택보급률이 105~110%는 돼야 적정하다고 하는데 96% 정도다.”

-공급에 소홀했던 점은 정부도 반성하나 고가 주택에 대한 과세는 별개다. 공시지가를 너무 오르지 않게 하겠다는 등 높은 세금 부과에 반대하고 있는데.

“공시지가는 고가 주택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2, 3년 안에 서울 주택의 50% 정도가 종부세 부과 대상이 될 것이라는 보도를 봤다. 지금 서울의 평균 아파트 가격이 이미 9억대다. 그러니 공시지가 인상을 막는 것은 부자 감세가 아니라 서민 감세다. 공시가격이 오르면 재산세, 양도세, 취득세, 상속세가 오르고 건강보험료도 오른다. 1주택을 가진 고령자뿐만 아니라 30, 40대에 주택을 마련한 분들에게도 큰 부담이다. 사당동에서 만난 한 아주머니는 작년보다 재산세가 거의 곱절이 됐다며 100만원이나 나왔다고 화를 내셨다. 공시지가 인상에 따른 세부담을 줄여야 살고 있는 분 부담도 덜고 집을 사고 파는 것도 원활해진다. 지금은 팔고 싶어도 양도세 때문에 못 팔겠다는 생각이 많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시정을 살펴봤다면 계승할 점, 개선할 점을 꼽을 수 있나.

“박원순 시정은 시민 참여, 시민과 가깝게 가는 시정이었던 것 같다. 민주주의의 발전 과정에서 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시민이 아니라 시민단체만 참여했다는 비판이 있다. 그걸 걷어 내야 한다. 또 너무 구시대적인 도시관을 고수하지 않았나 싶다. 도시 재생에만 집중하고 혁신이나 발전은 도외시한 면이 있다.”


"아직도 선별지원? 그런 인식으로 뭘 하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지금도 무상급식을 저소득층만 선별 지원하는 원칙이 맞다고 주장한다.

“무상급식은 무상교육 확대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 지금 시대에 무상급식 선별 지원이 맞다는 인식이라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오 전 시장은 나 전 의원을 ‘인턴 시장’이라 했고 아무래도 행정 경험은 그의 장점일 것이다. 본인이 우위에 있다고 할 만한 강점은 뭔가.

“정치 경험을 통해 꾸준히 국정 전반을 들여다 봤다. 10년 전 서울과 지금의 서울은 많이 바뀌었고, 서울의 시대정신은 나 같은 사람을 필요로 할 것이다. 특히 지금은 비상 시정의 시기이고, 결단력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또 행정 편의주의에 의해 일방적으로 행정을 던지면 안 된다. 지원금 100만원, 200만원 일괄적으로 주니까 옆집 매출이 얼마고 나는 얼마인데 똑같이 주냐는 불만이 많다. 섬세하게 행정을 해야 하고, 그런 면에서 제가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장실 필요 없다, 운동화 신고 뛰겠다, 현장에 가겠다고 했다. 그래서 머리 질끈 동여매고 운동화 신고 나왔다.”

-방법은 상관 없으니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3자 구도도 해 볼 만하다는 생각인 듯하다.

“단일화는 국민, 서울시민의 열망이라 생각한다. 민주당 정부가 너무 브레이크 없이 가니 그걸 끊고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생각이 많고, 그런 면에서 단일화는 해야 한다. 지도부가 결정할 것이다.”

나경원 전 의원이 20일 여의도 캠프에서 한국일보 김희원 논설위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나경원 전 의원이 20일 여의도 캠프에서 한국일보 김희원 논설위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원내대표까지 한 4선 의원의 정치 경력 중 가장 큰 성과, 가장 힘들었던 점을 꼽는다면.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으로서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킨 걸 제일 큰 성과라 생각한다. 어려웠던 건 정치 여정 내내 쉬운 선거가 없었다. 비례대표로 국회에 들어와 재선 때 서울 중구에 출마했는데 좋은 지역이라고 공천한 게 아니라 민주당 대표가 출마할지 모른다며 나가라고 했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오 전 시장이 사퇴해 열렸고 안 대표가 박원순 후보를 밀어서 지지율 45%가 되니 우리 당이 이길 수 없는 선거였다. 제발 출마해 달라고 해서 당을 위해 나갔다. 2014년 7월 서울 동작구 국회의원 보궐선거도 세월호 참사 후라 다 안 한다 해서 제가 후보등록 시한 이틀 앞두고 나갔다. 한 번도 쉬운 선거가 없었고 헌신한다는 마음으로 했다. 그만큼 지역주민과 소통하려고 애썼다. 지역구 민생이 어떤지 듣는 ‘토요 데이트’를 꾸준히 가졌다. 이것이 정치근육으로 자리잡았다고 본다. 2019년 11월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역구 관리를 너무 잘했다’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지난 총선도 민주당이 씌운 (친일 등) 프레임으로 상당히 고생했다. 시민단체를 앞세워 고발하고, MBC가 3번이나 의혹을 제기하는 방송을 해 낙선했다. 그래도 떳떳하게 살았기에 검찰이 모두 무혐의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시련들이 정치를 더 바르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확신한다.”

김희원 논설위원
정리= 변한나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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