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중반, 세련된 디자인으로 '휴대폰 명가'
스마트폰 변화 대응 못하며 부진의 늪 시작
G3 반짝 흥행했지만, G4·G5 품질 논란으로 쇠락
“LG전자는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전환할 때 기회를 놓쳤고, 3세대(3G) 이동통신에서 4G로 전환될 때는 다시 시장 지위를 높였던 기억이 있다. 최근 수년 동안은 과도한 기술 혁신을 시도하다 신뢰를 잃기도 했다.”
2년 후 상황을 미리 예견했을까. 2019년 2월 LG전자 스마트폰 사업 신임 사장 자리에 앉은 권봉석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본부장이 취임 후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진단은 냉정했다. LG전자는 당시에도 이런 '반성문'을 내놓았지만 결국 시장의 선택을 받는데는 역부족이었다.
사실 LG전자 휴대폰 사업이 처음부터 실패했던 건 아니다. LG전자 휴대폰의 전성기는 2000년대 중반이었다. 당시 LG전자는 감각적인 디자인을 갖춘 '초콜릿폰'을 시작으로 '샤인폰', '프라다폰' 등을 잇따라 히트상품 반열에 올렸다.
초콜릿폰의 경우 전 세계에서 2,000만대 이상 판매되면서 휴대폰 사업이 LG전자 전체 실적을 견인한 적도 있었다. 초콜릿폰이 출시된 2005년 4분기 LG전자 MC사업본부의 영업이익은 전분기보다 70% 늘어난 2,174억원이었다.
하지만 2007년 1월 9일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발표하면서 휴대폰 생태계는 완전이 뒤집어졌다. 이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노키아와 모토로라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변화 보단 안주를 선택했던 LG전자도 쇠락의 길로 들어섰다.
2011년 팬택에 국내 스마트폰 점유율 2위를 내주며 '굴욕'을 맛본 LG전자는 절치부심하고 'G시리즈' 개발에 집중했다. 2014년 내놓은 'G3'가 판매량 1,000만대를 넘어서면서 '휴대폰 명가의 자존심을 되찾았다'는 호평도 받았다. 하지만 다음해 출시한 'G4'가 문제였다. G4는 자동으로 꺼졌다 켜지는 '무한부팅' 현상이라는 치명적 문제가 있었다. 게다가 G4는 제품 커버를 가죽으로 제작했는데, 스마트폰에서 발생한 열기를 밖으로 내보내지 못해 성능이 저하되는 구조적 한계도 지적됐다.
반면 삼성전자는 2014년 내놓은 '갤럭시S5'의 부진으로 2015년 대대적으로 개선된 '갤럭시S6'를 내놓으면서 세계 시장 1위 자리를 공고히했다. 그때부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완전히 다른 길을 걷게 됐다. G4가 나온 2015년부터 LG전자는 길고 긴 적자의 터널에 들어섰다.
2016년 출시한 'G5'는 결정타였다. G5는 필요한 기능을 갖춘 모듈을 끼웠다 뺄 수 있는 '모듈형 스마트폰'이라는 콘셉트로 전세계 정보기술(IT)업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하지만 탈부착할 때마다 모듈 사이 틈이 벌어지는 유격현상이 보고되면서 초기 관심은 비판 여론으로 돌아섰다.
두 세대 연속으로 품질 논란을 피하지 못하면서 이후 출시된 제품 역시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결국 LG전자는 2019년 'G8'을 마지막으로 'G시리즈' 생산을 접었다. 이후 LG전자는 화면을 양옆으로 이어붙인 'V50씽큐', 두개의 화면 중 하나를 가로로 돌리는 '윙' 등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였지만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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