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모욕죄는 아이돌 의지에 달려?
음성 가공물은 성폭력처법법 의율 가능성
아청법은 소설까지 확장 적용할 지가 관건
남성 아이돌을 소재로 동성간 성행위를 묘사하는 알페스(RPS·Real Person Slash)가 성착취물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형사 처벌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알페스가 글로 쓰여진 허구의 창작물이라는 점에서 처벌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 아동 청소년 성보호의 관점에서 적극 해석해야 한다는 의견이 분분하다.
20일 한국일보가 형사 전문 변호사 등 법조계의 견해를 들은 결과, 문제가 된 알페스 사건에서는 1차적으로 묘사 대상이 된 아이돌 가수 또는 그 소속사의 의지가 형사 처벌 여부를 좌우할 것이라는 견해가 주를 이뤘다.
당장 적용 가능성이 있는 형법 조항은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나 모욕죄다. 허위사실 명예훼손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지만, 피해자 의사에 반해 기소할 수 없는 반의사 불벌죄에 해당한다. 모욕죄는 1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지만, 피해자 고소가 있어야만 기소하는 친고죄다. 그런데 △알페스가 아이돌에 대한 동경·선망에서 비롯된 창작물로 소속사에서도 마케팅 차원에서 일부 용인해 왔다는 점 △팬 반응을 고려해야 하는 아이돌의 현실적 한계 등을 고려할 때, 팬의 형사처벌을 염두에 둔 조치를 취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수 있다.
아이돌의 음성을 신음 소리처럼 가공해 유통하는 섹테(Sex Tape의 약자)의 경우 딥페이크(동영상을 실제 인물의 얼굴과 합성하는 기술)와 유사한 딥보이스에 해당돼, 성폭력처벌법상 허위영상물 반포에 해당할 수 있다. 성폭력처벌법은 사람의 얼굴·신체 또는 음성을 대상자 의사에 반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편집·합성·가공하거나 반포한 경우 징역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알페스 게재가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유포에 해당한다는 점에도 대체로 이견이 없다. 정보통신망을 통해 음란한 부호·문언·음향·화상·영상을 배포·판매하거나 전시한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 김영미 변호사는 "음란성 정도에 따라 음란물 유포 적용의 여지가 있다"며 "음성이나 영상을 이용한 경우에는 성폭력처벌법까지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적용 가능성도 있다. 아동청소년성착취물로 인정될 경우 대상자가 처벌을 원치 않더라도 만든 사람과 본 사람 모두 처벌된다. 제작·판매·배포하면 5년 이상, 구입·소지·시청하면 1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는다. 알페스 대상인 아이돌 가수 중 미성년자가 많다는 점에서 청소년성보호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다만 아동청소년성보호법에서 '필름·비디오물·게임물 또는 컴퓨터나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한 화상·영상 등' 형태로 된 것으로 성착취물을 규정하고 있어 알페스가 포함될지는 불분명하다. JY법률사무소의 이재용 변호사는 "알페스에 명예훼손, 모욕, 음란물 유포와 딥보이스 관련 조항이 적용될 것은 비교적 명확하나, 소설을 '화상·영상 등'에 포함해 확장 해석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관련법을 개정해, 영상 외 콘텐츠도 포함하도록 '알페스 처벌법'을 입안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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