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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320㎞ ·친환경 '동력분산식 고속열차'…비밀은 객차 아래 있다

입력
2021.01.23 04:30
수정
2021.01.23 08:08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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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동력분산식 고속열차 'KTX-이음'
각 객실 하부 전동기 24개가 출력↑
가감속 뛰어나 국내 곡선주로 지형에 유리

이달 초 영업운행을 시작한 동력분산식 고속열차 KTX-이음이 플랫폼에 정차해 있다. 1차로 운행하는 KTX-이음은 최고속도가 시속 260㎞이고, 순차적으로 시속 320㎞ 열차가 투입된다. 왕태석 선임기자

이달 초 영업운행을 시작한 동력분산식 고속열차 KTX-이음이 플랫폼에 정차해 있다. 1차로 운행하는 KTX-이음은 최고속도가 시속 260㎞이고, 순차적으로 시속 320㎞ 열차가 투입된다. 왕태석 선임기자


"기차길 옆 오막살이 아기 아기 잘도 잔다~칙폭 칙칙폭폭 칙칙폭폭 칙칙폭폭."

동요 <기차길 옆 오막살이> 中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은 이 동요를 듣고 가사를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 ‘칙칙폭폭’ 기차 소리는 과거 증기기관차를 상징했고, 현재도 디젤기관차에서 비슷하게 들을 수 있지만 이제 곧 모든 기차들이 소음이 적은 저탄소ㆍ친환경 고속열차 'KTX 이음(EMU-260)'으로 대체되기 때문이다. 지난 4일 문재인 대통령은 새해 첫 경제 일정으로 KTX-이음을 시승한 자리에서 “2029년까지 모든 디젤 여객기관차를 KTX-이음으로 대체하겠다”고 공언했다.

새해 시작과 함께 영업운행에 들어간 KTX-이음은 선로에 혁명을 불러올 3세대 고속열차다. 2004년 4월 프랑스 테제베(TGV)의 기술로 처음 도입한 고속열차 KTX는 시속 300㎞로 달리며 전국을 일일 생활권으로 만들었다. 2세대는 국내 기술로 개발해 2010년 등장한 'KTX-산천'이다. 세계에서 네 번째로 고속열차 기술자립화에 성공한 모델이다.

기존의 KTX가 남북으로 긴 한반도의 남쪽을 경부선과 호남선을 축으로 주행했다면 지난 5일부터 운행을 시작한 KTX-이음은 그동안 KTX 구간에서 소외됐던 강원, 충북, 경북 내륙 지역을 관통하며 전국 생활권역을 2시간대로 만드는 초석을 마련했다. 현재 무궁화열차로 서울 청량리~경북 안동 구간은 3시간 36분이 소요되지만 KTX-이음을 이용하면 93분을 단축해 2시간 3분에 주파가 가능하다. 앞으로 KTX-이음은 서해선, 경전선(경남 밀양~광주), 동해선 등에서 운행하며 대한민국 국토를 누빌 예정이다.

KTX-이음은 국내 최초의 '동력분산식 고속열차'란 게 이전 세대 고속열차와의 차별점이다. 고속 주행을 하면서도 승차감을 놓치지 않고 친환경성까지 겸비한 동력분산식의 비밀은 객차 아래에 숨어 있다.

동력분산식이 뭐길래

동력집중식과 동력분산식의 차이. 현대로템 제공

동력집중식과 동력분산식의 차이. 현대로템 제공

KTX-이음을 KTX-산천과 비교하면 동력분산식의 의미를 알기 쉽다. KTX-산천은 동력집중식으로, 동력장치가 열차 맨 앞과 뒤에 달려있다. 머리 칸과 꼬리 칸은 동력차라 승객이 탈 수 없다. 반면 동력분산식은 맨 앞과 뒤를 제외한 객차마다 하부에 동력장치가 분산 배치돼 모든 칸에 승객이 탈 수 있다. 현재 운행 중인 'ITX-새마을'과 'ITX-청춘', '누리로'는 물론 지하철도 동력분산식이지만 이 열차들은 고속열차가 아니다. 무궁화열차는 맨 앞의 동력차가 끌고 가는 동력집중식이다.

영업운행을 시작한 현재의 KTX-이음은 최고속도가 시속 260㎞지만 순차적으로 시속 320㎞를 달리는 KTX-이음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런 속도를 위해서는 열차를 달리게 하는 추진장치, 멈추게 하는 제동장치, 선로에서 전기에너지를 받아 들이는 집전장치(판토그라프), 열차 신호장치와 같은 여러 장치들이 필요하다. 이 중 추진장치는 바퀴에 힘을 전달하는 견인전동기와 이를 조정하는 주전력변환장치 등으로 구성돼 있다. 자동차로 따지면 엔진에 해당하는 이 장치들은 동력객차의 하부마다 자리잡고 있다.

1만2,220마리의 말이 끄는 KTX-이음

동력분산식은 동력집중식보다 가속이 빠른 것도 장점이다. 현대로템 제공

동력분산식은 동력집중식보다 가속이 빠른 것도 장점이다. 현대로템 제공

견인전동기는 전기에너지를 회전력으로 변환해 바퀴에 전달한다. 전기자동차의 전기모터와 같다. 동력집중식으로 열차 10량이 기본 구성인 KTX-산천은 주전력변환장치가 들어 있는 동력차 하부에 1,100킬로와트(㎾·1마력은 0.75㎾) 견인전동기 8대가 설치된다. 총 견인출력은 8,800㎾이고, 운용 가능한 최고속도는 시속 305㎞다.

시속 320㎞급 KTX-이음은 주전력변환장치와 380㎾ 견인전동기가 동력객차 하부에 6개씩 설치됐다. 6량 열차 중 앞 뒤를 뺀 4량이 동력객차라 견인전동기는 총 24개다. 이를 합친 전체 견인출력은 9,120㎾로 KTX-산천보다 높다.

동력 단위를 마력으로 바꾸면 KTX-이음은 약 1만2,220마리의 말이 끌고 달리는 것과 같은 힘을 낸다. KTX-산천은 약 1만1,790마력이다. 초기 가속도도 KTX-이음이 높아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45초다. KTX-산천은 이보다 17초 느린 62초다.

각 객차들이 동력을 발휘하고 제동을 해 가감속 성능이 뛰어난 KTX-이음은 곡선선로가 많고 역간 거리가 짧은 국내 철도 환경에 적합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KTX-이음 개발사인 현대로템 관계자는 “곡선 구간에서도 고속으로 주행하기 위해 운동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바꿔 충격을 흡수하는 장치인 댐퍼 설계를 최적화했다”고 설명했다.

KTX-이음 열차의 받침대로 사용하는 대차. 현대로템 제공

KTX-이음 열차의 받침대로 사용하는 대차. 현대로템 제공


승차감 높이고 환경친화적인 기술

승객의 발 밑에 동력장치가 있는 동력분산식은 소음이나 진동이 동력집중식보다 커 승차감이 떨어진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KTX-이음을 체험한 이들은 대체로 정숙한 승차감을 느꼈다고 했다.

현대로템은 객실 바닥에 적용한 플로팅 플로어(바닥 패널이 바닥에서 떠 있는 형태) 기술이 동력장치에서 차체로 전달되는 소음과 진동을 줄인 이유라고 설명한다. 그 결과 KTX-이음의 실내 소음은 시속 260㎞에서 70dBA 이하를 기록했다. 국가소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하철 내부(80dBA)보다 낮은 수준이다.

동력분산식은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다른 열차들처럼 KTX-이음도 제동을 위해 공기제동과 회생제동을 동시에 사용한다. 공기제동은 압축공기의 압력을 사용해 물리적으로 제동하는 것이고, 회생제동은 제동을 하며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방식이다. 브레이크를 밟을 때 배터리가 충전되는 전기자동차의 회생제동과 유사하다.

물론 이전 세대 KTX도 회생제동을 하지만 KTX-이음은 견인전동기 개수가 24개로 가장 많다. 그만큼 고속에서 회생제동 시 에너지를 절약하며 운전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브레이크 패드의 마모가 적어 유지보수 비용도 절감된다. 현대로템에 따르면 KTX-이음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승용차의 15%, 디젤기관차의 70% 수준이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개발한 고속열차 중 가장 우수한 성능을 자랑하는 KTX-이음이지만 여기가 끝은 아니다. 개발이 끝나 상용화 준비에 들어간 고속열차 ‘해무(HEMU-430X)’가 기다리고 있다. 동력분산식의 장점을 두루 갖춘 해무의 최고속도는 시속 430㎞에 달한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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