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외환유동성 관리제도 개선방안' 발표
증권 등 비은행 ‘외환 유동성 모니터링 3종세트’ 도입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7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태현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장,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 박병홍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 권기섭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 연합뉴스
정부가 증권사와 보험사 등 비은행 금융기관의 외환 관리 상황을 매달 점검하기로 했다. 해외투자가 늘어나면서 외화자금시장에서 증권, 보험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지만 이들을 관리할 만한 제도와 지표는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ELS가 불러온 아찔한 기억 반복 안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20일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외화유동성 관리제도 및 공급체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은행이 아닌 증권사, 보험사의 외환 관리 시스템에 주목한 것은 지난해 3월 아찔했던 경험 때문이다. 당시 코로나19 확산으로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달러를 선호하게 되면서 우리 금융시장은 외환위기나 금융위기를 떠올릴 정도로 긴박한 상황을 겪었다.
지난 3월 19일 장중 원달러 환율은 2009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1,296원까지 치솟았고, 다음날 코스피 지수는 장중 1,439.43포인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김성욱 기재부 국제금융국장은 “국내 외환시장 불안은 2주 정도 짧은 기간이었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고 회상했다.
정부는 이 같은 시장 불안이 비은행권의 단기 차입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에는 은행의 단기 차입 상환(267억3,000만달러),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자금 유출(79억3,000만달러) 등이 외화자금시장 불안을 촉발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국내 증권사들이 발행한 해외 주가연계증권(ELS)이 외화자금시장 불안을 초래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증시가 폭락하면서 이를 기초로 하는 ELS 증거금 납입 수요가 108억3,000만달러나 발생해, 외환자금 시장에 연쇄 충격을 줬다.
이 외에도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44억7,000만달러), 국내 투자자의 해외 증권 투자(12억2,000만달러) 등 증권 분야의 유출이 외화 자금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외환 모니터링 ‘3종세트’ 도입
정부 제도의 핵심은 은행을 제외한 다른 금융기관의 외화 유동성을 상시 점검할 ‘모니터링 3종 지표’를 도입하는 것이다.
우선 증권사, 보험사 등 금융기관은 매달 향후 30일간의 외화 자금 소요와 조달 계획을 작성하고, 채권자가 빌려준 외화를 조기에 갚으라고 요구하는 등 우발적 수요도 주기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전체 외화 자산 중 부채를 뺀 순자산 비율이 얼마인지도 매달 점검해 시장충격이 발생했을 때 외환시장, 외화자금시장에 얼마나 큰 영향이 생길지를 미리 살펴볼 의무도 있다. 금융기관이 조달한 외화, 운용 중인 외화 상품의 만기도 점검해 조달-운용 상품 간의 만기 미스매치가 발생하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이와 별도로 현재 국내은행에서만 진행하는 스트레스 테스트도 외화자산과 부채 규모가 큰 증권, 보험회사, 일부 외국계 은행 한국지점 등으로 확대한다. 전 세계 증시가 20% 이상 급락하는 상황, 외국계 은행 본점이 차입을 중단하는 상황 등을 가정해 금융기관들이 버틸 수 있는지를 점검하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개별 금융회사뿐 아니라 금융그룹 단위의 외화 유동성 관리체계를 도입하고, 외환 건전성 규제도 정비하는 등 리스크 관리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라며 "위기가 발생했을 때 외화 조달이 힘든 증권사를 위해 한국증권금융을 통해 달러를 빌려주는 방안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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