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채 40대 친모의 손에 생을 마친 여덟 살 여아가 친부와 함께 한 줌의 재로 하늘나라로 떠났다. 친부는 딸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뒤 숨진 채 발견됐다.
20일 인천 미추홀구 등에 따르면 숨진 A(8)양과 그의 친부 B(46)씨의 시신은 전날 장사시설인 부평구 인천가족공원에서 화장됐다. B씨의 친형 등 유족들은 지난 18일 미추홀구 한 장례식장에 이들 부녀의 빈소를 마련했고, 전날 유해를 모처에 안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부가 사망한 A양은 출생신고가 안돼 사실상 '무연고 시신'이었으나 사건을 조사한 경찰이 친부 사실을 확인해줘 유족들이 장례를 치를 수 있었다.
A양을 살해한 혐의(살인) 구속된 A양의 친모 C(44)씨는 이날 검찰에 넘겨졌다. 그는 지난 8일 오전 미추홀구 한 주택에서 딸의 호흡을 막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C씨는 딸의 시신을 일주일 간 집 침대 위에 방치하다가 지난 15일 오후 "아이가 죽었다"고 119에 신고했다. 그는 신고 후 화장실 바닥에 이불과 옷가지를 모아 불을 지르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지만, 현재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이다.
C씨는 경찰 조사에서 "생활고 때문에 딸을 살해했고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했다"고 진술했다.
C씨와 사실혼 관계인 B씨는 지난 15일 오후 10시쯤 인천 연수구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B씨는 C씨가 딸을 살해한 이후 경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딸 사망 사실을 전해 듣고 죄책감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A양은 출생신고가 안된데다 친모 C씨가 전입신고도 하지 않아 기초자치단체와 교육당국이 그 존재를 알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A양은 지난해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였지만 학교는커녕 어린이집도 다니지 못했다.
B씨와 C씨는 2013년 A양을 낳았으나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다. C씨가 전 남편과 이혼을 하지 않아 출생신고를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혼부 자녀로 출생신고를 하는 방법도 있으나 이 경우 친모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사유를 소명하는 자료 등을 제출해야 해 기피한 것으로 추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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