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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법원, 왕실모독죄로 역대 최고 43년형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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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법원, 왕실모독죄로 역대 최고 43년형 선고

입력
2021.01.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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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제 비판해 기소된 여성, 기존 최고 35년형 넘어서?
HRW "시위대 대응 최후 수단으로 왕실모독죄 이용"

지난해 11월 태국 방콕 북부 시암상업은행(SCB) 본사 앞 반정부 집회장에서 시위대가 왕실모독죄에 반대하는 팻말을 들고 앉아 있다. 방콕=연합뉴스

지난해 11월 태국 방콕 북부 시암상업은행(SCB) 본사 앞 반정부 집회장에서 시위대가 왕실모독죄에 반대하는 팻말을 들고 앉아 있다. 방콕=연합뉴스


태국 군주제를 수차례 비판한 혐의를 받고 있는 여성이 왕실모독죄 적용 역사상 최고인 43년형을 선고받았다. 현 정권이 지난해 11월부터 왕실모독죄 적용을 통한 반정부 시위 억압에 나선 상황에서 나온 판결이라 정국이 또다시 크게 요동칠 공산이 커졌다.

19일 태국 일간 방콕포스트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1심인 방콕 형사법원은 이날 왕실모독죄 위반 혐의로 기소된 60대 여성 A씨에게 징역 87년을 선고한 뒤 자백을 참작해 형량의 절반인 43년6개월을 최종 선고했다. A씨는 현 짠오차 쁘라윳 총리가 주도한 2014년 군부 쿠데타 이후 29차례에 걸쳐 페이스북 등에 군주제를 비판하는 동영상을 올리고 공유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선고 직후 반정부 투쟁 인사들의 무료 법률지원을 담당하고 있는 '인권을 위한 태국 변호사들'(TLHR)을 통해 즉각 항소했다.

A씨가 역대 최고 형량을 선고 받은 이유는 동일 혐의가 여러번 나뉘어 진 상태로 기소됐기 때문이다. 현 왕실모독죄(형법 112조)가 최대 징역을 15년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A씨처럼 모독 행위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경우 행위들을 최소 단위로 묶어 복수의 기소가 가능하다. 앞서 확정된 왕실모독죄 최대 선고 형량은 2017년 군사법원이 선고한 35년형이었다. 정권의 방패막 역할로 악용되는 왕실모독죄는 2018년 왕실 요청으로 실제 적용이 멈췄으나,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된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자 4달 뒤 부활했다.

A씨의 선고 소식에 국제 사회는 다시 태국 정부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앞서 국제인권단체들은 지난해 11월 이후 "왕실모독죄가 현실 정치에 개입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소지가 높다"고 반발해온 바 있다. 이날 휴먼라이츠워치(HRW)도 "등골을 서늘하게 하는 오늘 선고는 군주제 개혁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에 대응하는 최후의 수단으로 왕실모독죄가 이용당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우려가 현실화된 이상 앞으로 태국의 정치적 긴장도 갈수록 더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위대는 이날 선고에 대해 공식 입장을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 현재 왕실모독죄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시위대 인원은 40여명이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시위대 핵심 지도자들의 경우 A씨처럼 60년형 이상의 선고가 가능하다는 게 현지 분석이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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