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주민·환경단체 입장 엇갈려
"정치적 부담 의식 무책임한 결정"
다음 정권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해체의 공을 또 다시 유역 주민들에게 떠넘겼다. 금강 세종보와 영산강 죽산보 해체시기를 못 박아야 한다.”(대전환경운동연합)
“수천억 원을 들여 지은 공주보를 10년도 안 돼 또다시 막대한 국민 세금을 들여 부수겠다는 엽기적인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정진석 국민의힘 의원)
정부가 4대강의 16개 물막이용 보(洑) 중 일부를 철거하거나 부분 해체하기로 결정했지만, 해체 시기는 정하지 않고 지자체 등에 두루뭉술하게 떠넘겨 또 다른 논란을 키우고 있다. 앞서 18일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는 금강 세종보ㆍ영산강 죽산보 해체, 금강 공주보 부분해체, 금강 백제보ㆍ영산강 승촌보 상시 개방으로 5개 보의 처리방안을 확정했다. 그러나 해체나 부분해체 시기에 대해선 “환경부가 주민과 지방자치단체, 시민단체, 관계부처와 협의해 시기를 정해 보고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반대 의견을 의식한 것이지만, 정치적 부담을 고려한 무책임한 결정이란 지적이다.
5개 보와 관련한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단체, 주민들은 다양한 입장을 쏟아내고 있어 의견수렴이 제대로 이뤄질지 미지수다. 금강 세종보 철거와 관련해 세종환경운동연합은 “결국 개발 욕구에 떠밀려 향후 흐지부지될 게 뻔하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정부 차원의 해체 동력이 약해질 수 있으니 당장 해체 시기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이춘희 세종시장은 “환경부와 국토교통부, 한국수자원공사와 함께 금강의 자연성 회복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며 “연구용역 결과와 시민위원회 회의 결과가 나오는 대로 세종보 해체시기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질개선뿐 아니라, 경관까지 고려한 만족스러운 방안을 도출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장 해체시기를 못 박아야 한다는 환경단체의 요구와는 확연히 다른 입장이다.
지자체들은 이번 결정을 대체로 받아들이면서도 환경단체와 시민들 사이의 입장이 엇갈리는 상황이 계속될 것을 우려했다. 백제보를 관할하는 충남 부여군 관계자는 “지하수를 개발하는 방안이 있지만 주민들 사이에선 상시개방으로 농업용수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당장 공주보 유지를 기대했던 공주보해체반대투쟁위원회는 크게 반발하고 있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윤응진 사무국장은 “공주시민 10명 중 8명이 공주보 해제나 부분해체를 반대했음에도, 정부는 2019년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가 제안한 내용을 그대로 결정했다”며 “주민 의견을 무시한 처사에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주를 지역구로 둔 정진석 의원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전국의 농민들, 금강수계 주민들과 온몸을 던져 공주보를 끝까지 지키겠다”고 밝혔다. 죽산보 철거반대대책위원회 역시 “영산강 보는 국가재난 방지시설”이라며 “어느 정권도 정치적 논리로 단시간에 철거를 결정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정부의 떠넘기기로 해체 이행시기와 방법을 합의하는 절차가 남았지만, 지자체나 기관, 시민단체마다 의견이 크게 엇갈려 또다시 지역민간 갈등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 어렵사리 의견 수렴을 한다고 해도 구체적 실행계획을 마련해야 해서, 이들 보에 대한 철거나 부분해체 시기는 다음 정부로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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