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의 외교 성공이 우리의 행동방침 아니다"
"北과 한미훈련 협의 가능" 文 발언에 경계 의도
오는 20일 이임하는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한미군사훈련을 지속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필요할 경우 한미군사훈련 재개 문제를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고 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경계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해리스 대사는 19일 화상으로 열린 제8회 한미동맹포럼 연설을 통해 "우리는 북한과의 외교가 성공적이기를 희망하지만, 그 희망 자체가 우리의 행동 방침은 아니라는 점을 알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한미동맹과 한미군사훈련은 한반도 평화를 뒷받침하는 동시에 준비 태세를 결코 내려놓지 않고 계속해서 유지하도록 설계돼 있다"면서 "71년 전 운명적인 날(6·25전쟁)이 있었던 것처럼 준비하지 않았을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보여준 역사적 전례는 얼마든지 있다"고 강조했다.
해리스 대사가 새삼 한미 군사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전날 문 대통령의 발언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남북 간에는 한미 합동 군사훈련에 대해 남북군사동공위원회를 통해 논의하게끔 합의돼 있다"면서 "필요하다면 북한과 (한미군사훈련 재개 문제를) 협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연례적이고 방어 목적의 훈련"이라며 훈련 정당성을 앞세워 온 기존 정부 입장과 다른 것이어서 주목됐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도 20일 정례브리핑에서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어떠한 문제도 (9·19 남북 군사합의에 따라) 남북군사공동위원회 등을 통해 협의해나갈 수 있다"고 문 대통령 발언을 뒷받침했다. 이에 해리스 대사는 북한의 훈련 중단 요구를 쉽게 받아들여선 안 된다는 미국 측 의중을 담은 메시지를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해리스 대사는 "북한이 더는 한국의 적이 아닐 수 있지만, 김정은이 8차 당대회에서 한 위협과 불의의 상황에 대비해 북한의 핵전쟁·억제력과 군사력을 강화하겠다고 한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안타깝게도 아직 북한은 미국 대통령과 세 차례 회담, 한국 대통령과 세 차례 회담에서 제시한 기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 겸 총비서가 잠재적 기회를 인식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일 간 긴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일 양국의 적극적인 개입 없이는 안보·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서 한미일 3각 협력 체제 복원 중요성도 강조했다. 전시작전권 전환에 대해선 "안보는 서두를 수 없다. 우리는 전환을 제대로 하기 위한 충분한 시간을 갖기를 원하고 그럴 필요가 있다"면서 준비가 덜 됐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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