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명 높은 파키스탄의 이슬람 종교 배타성
40대 무슬림 기독교 소녀 납치해 악행 지속
경찰·법원도 나몰라라... 종교적 박해 관대
인구의 97%가 이슬람교를 믿는 파키스탄에서 소수종교를 탄압하는 비열한 방식이 또 도마에 올랐다. 한 기독교 소녀가 무슬림 남성에게 납치돼 강제결혼을 당하고 인간 이하 취급을 받아온 사실이 공개된 것이다. 처음 있는 일도 아니었고 심지어 약자를 보호해야 할 당국 역시 눈을 감았다. 극단의 종교적 배타성에 파키스탄을 비난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8일(현지시간) 파키스탄 펀자브주(州) 파이살라바드에서 40대 무슬림 남성에게 유괴돼 5개월 동안 지옥 같은 삶을 견뎌낸 12세 소녀의 사연을 소개했다. 경찰 조사 결과, 해당 남성은 지난해 6월 중순 소녀를 납치한 뒤 집 마당에 있는 가축우리에 묶어두고 학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소녀의 가족은 “온종일 가축 배설물을 치워야 했고 강간까지 당했다”고 주장했다.
더 심각한 건 치안당국의 태도다. 경찰은 가족이 사건을 알린 지 3개월이 지난 9월이 돼서야 수사에 착수했다. 이마저 영국 가톨릭 자선단체인 ‘고통받는 교회 돕기(ACN)’ 도움이 없었다면 사건 접수조차 불가능했다. 존 폰티펙스 ACN 대변인은 “매년 파키스탄에서 기독교와 힌두교를 믿는 수백명의 소녀들이 유괴되고 있다”고 전했다.
법원도 종교 탄압에 단죄를 내리기는커녕 강 건너 불구경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파키스탄 신드주 카라치에서 일어난 강제결혼 사건에서 법원은 납치된 소녀가 “본인 의지로 결혼했다”고 인정하고 납치범에게 소녀의 양육권까지 부여하는 황당한 판결을 내렸다. 이후 인권단ㆍ종교단체들이 일제히 법원을 비난하며 거리시위 등 행동에 나선 뒤에야 판결은 뒤집혔다. 매체는 “사법 당국이 이슬람 강경론자들의 눈치를 보면서 인권 침해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파키스탄에서 소수종교를 믿으려면 목숨을 내놔야 한다. 이 나라는 ‘신성모독법’이라는 엄격한 잣대를 앞세워 소수 종교인들을 통제하고 있다. 이슬람교 창시자인 무함마드나 경전인 쿠란을 모욕했다는 죄목이 씌워지면 사형까지 당할 수 있다. 실제 고무줄 법에 의해 억울한 혐의로 숨진 기독교인들은 부지기수다. 기독교박해감시단체인 국제기독연대(ICC) 보고서를 보면 지난 30년간(2019년 기준) 약 1,500명의 기독교인이 파키스탄에서 신성모독 혐의로 기소됐다. ACN도 1990~2017년 기독교인 23명이 이슬람교를 모욕했다는 이유로 목숨을 잃었다고 폭로했다.
2010년 신성모독죄로 사형 선고를 받고 8년간 복역하다 풀려난 기독교 여성 아시아 비비는 지난해 9월 ACN 인터뷰에서 “신성모독법 굴레에 갇혀 고통받는 어린 소녀들이 너무 많다”며 “총리와 정부가 나서 같은 국민인 소수 종교인들을 보호해 달라”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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