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카타르서 클럽월드컵 첫 경기
편집자주
2021 시즌 준비를 위해 국내에서 구슬땀 흘리는 K리그 구성원들의 다짐과 목표, 그리고 팬들을 향한 목소리를 전합니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한국대표팀 주장을 맡아 4강 신화를 이끈 홍명보(52)가 2021시즌 울산 사령탑으로 K리그 무대에 돌아왔다. 1992년 포항에서 선수로 프로 무대에 데뷔한 지 약 30년 만에 감독으로 K리거 인생 2막을 연 셈이다. 한 해 전부터 K리그 무대에서 자신의 지도 철학을 펼치고 있는 김남일(성남)과 설기현(경남), 그리고 같은 해 대전과 전북에서 각각 감독과 골키퍼코치로 새 출발하는 이민성, 이운재 등 2002 멤버들과 함께 K리그 흥행에 불을 지필 예정이다.
2021년엔 또 ‘초롱이’ 이영표가 강원 대표이사를 맡아 행정가로 새 출발하고, ‘산소탱크’ 박지성은 전북 클럽 어드바이저로 위촉되면서 ‘2002 레전드’들의 귀환으로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 울산의 전지훈련지인 경남 통영시에서 18일 만난 홍 감독은 “2002 월드컵 무대를 통해 해외진출을 하고 본인의 명예도 쌓은 선수들이 K리그를 위해 현장에서든 행정에서든 질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면 굉장히 좋은 일”이라면서 “나 역시도 현장에 돌아와 팀이나 리그 전체가 조금 더 조명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든 것 같아 기쁘다”고 밝혔다.
미국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 LA갤럭시에서 2004년 현역 생활을 마친 그는 이듬해 축구대표팀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 2008 베이징올림픽 대표팀 코치를 거쳐 첫 지휘봉을 잡은 2012 런던올림픽 무대에선 한국 축구역사상 첫 동메달의 쾌거를 이뤘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4 브라질월드컵 사령탑을 지낸 뒤 중국 프로축구 무대를 경험한 그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한축구협회 전무를 맡아 행정가로도 활약했다.
K리그 강호 울산을 이끌게 된 그는 “대표팀의 경우 단기간 안에 많은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프로팀은 긴 호흡으로 고민하고 많은 이들과 충분히 문제를 공유해가며 해결할 수 있다”며 “또 행정을 할 땐 이따금씩 사회나 축구계 전체를 향한 메시지를 누군가를 거쳐 전달했다면, 이젠 우리 팀, 울산 팬들과 직접 소통할 기회를 얻었다”며 '전직'들과 비교해 장점을 들었다.
홍 감독은 “K리그의 경쟁력은 젊은 선수들의 약진”이라면서 한국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막강한 자금을 투입했던 중국, 일본에 밀리지 않는 저력으로 “유소년을 성장시키는 노하우가 생겼다고 보고, 나 또한 울산에 있는 유소년 선수들을 어떻게 성장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수년 사이 지도자 연령층이 눈에 띄게 낮아진 데 따른 변화로 지도자와 선수의 소통이 원활해진다는 점은 큰 강점”이라면서 “소통은 사회적인 이슈이기도 한데, 나 역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이후 선수들과의 소통을 우선시 해왔다”고 밝혔다.
2003년 울산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이호(37) 플레잉코치를 영입한 것 또한 선수와 지도자들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해줄 구성원이 필요해서다. 홍 감독은 “이호 코치가 선수들의 편에 서서 의견을 많이 듣고 전달해줬으면 좋겠다”며 “선수들이 지도자들의 결정에 무조건 따르는 게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고 편하게 의견을 전하는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울산에 있는 동안 행복하게 축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홍 감독은 현역 시절 국내 클럽 가운데 유일하게 몸담았던 포항과 이제는 라이벌전인 ‘동해안 더비’를 펼쳐야 하는 얄궂은 운명도 맞았다. 포항 스틸야드 원정벤치석에 앉게 될 그는 “현역 때는 스틸야드에서 상대팀이 아무것도 못하고 간 기억이 많았는데, 내가 그 상대편이 됐다”며 “원정팀 벤치 맞은편엔 해병대가 앉아 응원하는데 그분들 앞에 앉아있어야 한다니 기분이 묘할 것 같긴 하다”며 친정팀과 매치를 그려보기도 했다.
홍 감독의 울산 감독 데뷔전은 다음달 1일 카타르 도하에서 개막하는 2021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무대가 될 예정이다. 오는 29일 출국하는 울산은 다음달 4일 첫 경기를 펼친다. 이청용(33) 등 일부 핵심 선수들이 컨디션 회복 등의 이유로 불참하는 점이 아쉽지만 홍 감독은 “갈 수 있는 한 높은 곳까지 올라가고 싶다”며 “3년의 계약기간 동안 젊고 균형 잡힌 팀으로 만들고, 우승에 대한 갈증도 확실히 풀고 싶다”고 각오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