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길 애플스토어 외 매장은 '재판매 매장'
애플 정책상 재판매 매장 교환·환불 제한
공식 AS센터 통해 진행된다지만 개수 부족해 불편
애플 마니아인 직장인 박경희(43)씨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해야만 했다. 이마트내 애플 제품 판매 매장에서 구매한 신형 스마트워치인 '애플워치6'가 불량품으로 밝혀지면서다. 구매 직전, 직원에게 초기 불량이 있을 수 있으니 개봉해 볼 것을 권유 받으면서 "개봉을 하게 되면 반품이나 환불은 안 된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직원이 보는 앞에서 개봉하면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박씨의 머리를 스쳤다. 문제는 개봉한 애플워치6가 실제 불량품으로 나오면서 불거졌다. 시계 결합 부문에 결함이 발견된 것. 박씨는 그 자리에서 환불을 요구했지만 매장 직원에게 "미리 안내한 것처럼 이곳에서는 환불이 안된다"며 "애플의 애프터서비스(AS) 센터에 맡겨야 한다"는 말만 들어야만 했다. 박씨는 "불과 1분 전에 하자 있는 제품을 샀는데도 환불이 바로 안된다니 이해하기 어렵다"며 "자녀에게도 아이폰을 사줄 정도로 애플 제품을 오래 써왔는데, 이제는 더 이상 애플 제품을 쓰고 싶지 않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애플의 이해하기 어려운 AS 정책에 국내 소비자들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애플이 국내에서 20%가 넘는 제품 점유율을 기록하면서도 소비자들의 편익과 동떨어진 AS 전략만 고수하면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국내에 공식 판매점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애플스토어에만 두고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애플 제품 판매 매장은 애플의 인증을 받은 '재판매(리셀러)' 매장이다. 애플은 재판매 매장에서 구입한 제품의 경우 자체적인 환불이나 교환을 제한하고, 공식 AS센터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한 판매 업체 관계자는 "애플의 정책 때문에 직원들이 고객에게 구입 전 항상 AS 문제를 안내한다"며 "결국 제품 문제가 발생하면 우리도 난감하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전자, LG전자 제품은 자체 매장 뿐 아니라 이마트, 롯데하이마트 등에서도 손쉽게 교환·환불이 가능하다. 국내 전자 업체들은 자사 제품이 판매되고 있는 전자 제품 매장에 별도로 판매 전용 직원을 파견보내기 때문이다.
결국 애플 이용자는 AS센터를 통해 교환이나 환불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애플이 애플스토어 외에 복수의 외부 협력업체를 통해 AS를 처리하면서, 수리 업체별 서비스 품질이나 수리 기준이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AS센터의 개수도 지난해 기준 92개로, 삼성전자(178개), LG전자(171개)의 절반에 그친다. 충북, 제주 등에는 AS센터가 1개 밖에 없다.
한편 국내에 단 하나 뿐인 애플스토어 역시 최근 AS 과정에서 '갑질 논란'으로 이용자들로부터 뭇매를 맞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한 이용자가 맥북 프로의 업데이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기기가 먹통이 되어 무상수리를 요청했지만 애플스토어 직원은 "업데이트는 고객 선택"이라며 책임을 넘기고, 책임자를 불러 달라는 요청에는 "미국인 책임자인데 영어 할 줄 아느냐"고 하는 등의 대응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일단 단말기만 많이 팔고 사후 서비스 이용은 소비자 몫으로 돌리는 영업 행태"라며 "충성 고객들 사이에서도 애플의 AS는 불만이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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