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빈곤층의 ‘아메리칸 드림’이 이번엔 실현될 수 있을까. 온두라스 이민자 수천명이 빈곤과 폭력을 피해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 벌써 중간에 가로 막혀 유혈 충돌까지 빚는 등 여정은 힘겹기만 하다. 곧 출범하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를 향한 기대감에 강행군을 마다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거꾸로 바이든 행정부도 이민정책의 첫 시험대를 맞게 됐다.
17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과테말라 군경은 이날 국경 지역 바도혼도의 고속도로를 봉쇄하고 온두라스 이민자들을 강력 저지했다. 바리케이드를 밀고 들어오는 이들을 최루탄과 곤봉, 방패로 때리며 행렬을 진압한 탓에 부상자도 속출했다.
가난과 정치적 박해에서 벗어나 미국으로 가려는 중남미 이주민 행렬을 ‘캐러밴’이라 부른다. 대규모로 무리지어 이동해 붙여진 이름이다. 이들의 당면 목표는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안전하게 도착하는 것. 어린 딸과 함께 고국을 등진 다니아 히네스트로사(23)는 AFP통신에 “일자리도 음식도 없어 미국행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온두라스를 두 번이나 강타한 허리케인 여파로 캐러밴 숫자는 크게 늘었다고 한다.
과테말라는 이들의 1차 경유지다. 15일 온두라스 산페드로술라에서 3,000여명으로 시작한 행렬은 현재 7,000여명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며칠 전 과테말라 당국이 무단입국을 시도한 1,000여명을 돌려보냈지만 합류 인원은 계속 늘어 국경마저 뚫렸다.
우여곡절 끝에 과테말라를 통과한다 해도 2차 관문인 멕시코가 버티고 있다. 멕시코는 이미 과테말라와의 남쪽 국경에 병력을 대거 배치해 입국을 강력 저지할 태세다. 멕시코 외무부 역시 일찌감치 “어떤 형태의 불법 이민도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멕시코와 과테말라의 강경 대응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등장과 맞물렸다. 트럼프 행정부가 2018년부터 경계를 크게 강화하면서 캐러밴의 미국행 도전은 번번이 좌초됐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행정부는 중남미 정부에 관세와 원조를 빌미로 이민자들이 미국 국경에 도달하지 못하도록 단속을 압박했다”고 전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각국이 국경 경비 인력을 확충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그래도 캐러밴이 발걸음을 멈추지 않은 건 순전히 바이든 당선인 때문이다. 미국의 이민정책이 유연해지지 않겠느냐는 바람이 담겼다. 바이든 당선인은 취임 첫날 미국 내 불법 이민자 1,100만명에게 시민권 획득 기회를 제공하는 이민법 개편안 발표를 공언하는 등 친(親)이민정책을 예고한 상태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온두라스 이민 행렬은 새 미국 행정부 이민정책의 방향을 가늠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무분별한 이민자 유입을 거부하는 미국 내 여론도 높아 바이든 행정부가 무작정 문을 열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인수위원회 관계자는 이날 NBC뉴스에 “정부는 지금 미국으로 들어오려는 사람이 아닌 현재 미국에 거주 중인 불법 이민자들을 위한 행정 등록을 먼저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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