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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넘은 경항모 때리기

입력
2021.01.19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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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항모 조감도. 해군 제공

경항모 조감도. 해군 제공


군이 추진하는 무기 획득사업이 이 정도로 매도당한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 경항모 얘기다. 그 동안 일부 언론과 유투버들이 이 사업을 비판하긴 했지만 해군이 당연히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 모 일간지가 경항모가 6조원짜리 쇼이며, 실제로는 국민세금 10조원이 들어갈 것이라고 주장하는 데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군은 경항모 건조에 소요되는 비용을 2조3,000억원으로 예상한다. 국내 개발이므로 밖으로 나가는 돈도 없다. 함재기인 F-35B 20대 구매에는 약 2조원이 들어간다. 이 모든 걸 합쳐도 5조원을 넘지 않는다. 그런데 이 돈은 10여 년 동안 나누어 지출된다. 전력화에 최소 13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 규모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쇼를 한다는 주장은 너무 나갔다. 지금부터 열심히 달려도 2030년대 중반에 전력화되는데 어떻게 '쇼'를 한단 말인가. 독도함을 아시아 최대 '행사용' 함정이라 규정하고 있으니 더 할 말이 없기는 하다. 든든한 정치적 지원세력이 없는 해군이니 이 정도 막말은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경항모 사업을 구한말 일본으로부터 양무호를 구입한 결정과 같은 거라 몰아가는 데는 광기마저 느껴진다. 대한제국을 허세의 제국이라 칭하며, 그런 허세 때문에 망할 수밖에 없었고, 21세기 대한민국도 경항모 허세를 부리다 망할 것이라는 주문을 거는 것 같다.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일본 미쓰이 물산이 25만엔에 구입하여 9년을 사용한 화물선을 군함으로 치장하고 55만엔에 조선에 넘긴 것이 양무호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일제의 상당한 압력이 있었다. 고종에게 이 사업 추진을 종용했던 군부대신 윤웅렬은 후에 일제로부터 남작 작위를 받았다. 친일반민족행위자다. 대충 그림이 그려지는가.

양무호를 경항모에 대비시키는 것은 이 사업 추진을 위해 밤낮으로 뛰는 이들에 대한 모욕이다. 해군이 경항모 얘기를 꺼낸 것이 김영삼 정부 때였다. 보수 진영에 있는 많은 이들도 경항모 사업을 지지한 바 있다. 아니 지지를 넘어 새로운 모멘텀을 만들려고 백방으로 뛰었던 적이 있다. 그 사실을 모르지 않을 터인데 왜 이러는 걸까.

글은 때로 칼과 같다. 최근의 경항모 때리기는 피아를 가리지 않고 모두를 베어 버리기로 작정한 것과 같은 살기가 느껴진다. 정부를 때릴 여지만 있다면, 실패의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악의적 주문을 건다. 이런 주문은 도처에 있다. 조만간 경제가 몰락하여 베네수엘라처럼 될 것이라는 주문, 코로나 방역이 실패하리라는 주문, 안보가 무너졌다는 탄식들이 그것이다.

억지를 부리다 보니 스텝이 꼬였다. 경항모는 대형 표적이 될 운명이므로 그 돈으로 공군 기지의 방어능력을 향상시키라고 한다. 북한 미사일은 너무나 신묘하여 우리 방어망이 다 뚫린다고 장탄식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이런다. 사실 공군기지 방어능력도 향상시키고 경항모도 확보하는 게 맞다.

이제 경항모를 추진하는 이들은 모 일간지 칼럼을 벽에 걸어 놓고 절차탁마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할 것 같다. 우리가 만드는 경항모는 6조원짜리 대형 표적이 아니라 불침의 항모가 될 것이며, 우리나라가 경항모 정도는 거뜬히 보유할 수 있는 강한 나라가 되도록 말이다. 싸울 필요 없다. 증명해 보이면 된다.



부형욱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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