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中 외교부장, 베트남만 빼고 아세안 순방?
中, 쿼드 접근 용인·백신 다각화 베트남에 불만?
베트남, '남중국해ㆍ메콩 가뭄' 反中 정서 여전
‘공산주의 동맹’인 중국과 베트남의 외교적 균열이 길어지고 있다. 단순한 갈등이 아니라 틈새가 점점 더 벌어지는 형국이다. 중국은 미국에 밀착하는 베트남의 태도에, 베트남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 역내 이슈에서 고압적 자세로 일관하는 중국이 영 못마땅한 눈치다.
양국의 소원한 관계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에 맞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순방에 나선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행보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베트남만 쏙 빼놓고 아세안 9개 회원국들을 챙긴 것이다. 특히 중국의 전략은 베트남이 25일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제13차 공산당 전당대회를 앞둔 점을 감안할 때 더욱 의미심장하다는 분석이다. 통상 중국은 베트남 전대가 진행되면 양국의 비공식 외교라인을 총동원해 영향력을 유지하려 많은 신경을 써 왔다.
중국의 변화는 지난해 베트남의 ‘실용주의’ 노선이 두드러지면서 심화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베트남은 역내 국가 중 처음으로 중국 국경을 폐쇄했다. 최근엔 베트남이 4개국(미국 일본 호주 인도)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 합류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중국의 불만은 폭발했다. 실제로 미국은 베트남에 에너지 산업 투자(30억달러)를, 일본과 인도는 방산장비 수출 등을 각각 약속하며 노골적으로 베트남 키우기에 나선 상황이다. 중국 정부는 얼마 전 캄보디아에 코로나19 백신 100만회분을 무상 지원하는 등 자국의 동남아 ‘백신 외교’에 베트남이 동참하지 않는 점도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다.
중국의 간접적 ‘경고’에도 베트남은 자주외교 의지를 굳건히 하고 있다. 우선 베트남은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및 메콩강 가뭄 분쟁 등 첨예한 양자 문제에서 군사력을 동원한 힘의 외교로 일관하는 것에 감정이 많이 상해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의 혜택을 보고 있는 점도 중국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강점으로 꼽힌다. 과거처럼 중국의 대규모 투자에 의존하지 않아도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이어지고 있어 견실한 경제성장 동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물론 양국이 갈라설 가능성은 희박하다. 가뜩이나 인도와 국경 분쟁으로 골치가 아픈 중국은 접경국인 베트남에 완전히 등을 돌리기가 힘들다. 베트남 역시 과거 전쟁까지 치른 미국의 그늘 안으로 들어가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동남아 전문가인 수리핑(徐麗萍) 중국사회과학원 교수는 1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양국 관계에 대한 기대와 현실 사이에 괴리감이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미국과 베트남 지도부 교체 뒤 최고위층을 중심으로 대화 재개를 모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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