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장관 직권 출금도 가능" 주장했지만
'긴급출금' 김학의 사례에 직접 적용 어려워
'허위 내사번호' 등 핵심 의혹도 해명 부족
법무부가 16일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출금) 의혹'에 대해 문제될 게 없다는 공식 입장을 냈지만, 법조계에선 법무부 주장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공익신고서에 기재된 핵심 쟁점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은데다,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법무부는 16일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긴급출금) 일부 절차와 관련한 논란은 출금 자체의 적법성과 상당성에는 영향을 미칠 수 없는 부차적 논란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사기관 요청 없이도 법무부장관 직권으로 출금 조치가 가능한 점 △출금 요청서 작성자인 이규원 검사에게 내사번호 부여·긴급출금 요청 권한이 있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문제는 법무부가 제시한 근거들이 대부분 이번 사건을 촉발시킨 공익신고서 내용에 직접 적용하긴 어렵다는 점이다. 먼저 법무부는 '법무부장관은 범죄 수사를 위해 출국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사람에 대해 1개월 이내 기간 동안 출국을 금지할 수 있다'고 규정한 출입국관리법 4조를 제시했다. 김 전 차관이 피의자 신분이었는지, 출금 요청자가 누구였는지는 부차적 문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김 전 차관 출금은 대검 진상조사단에 파견됐던 이규원 검사가 '긴급' 출금 조치를 취한 것으로, 이 경우 같은 법 4조의6이 적용돼 '수사기관'이 '범죄 피의자'에 대해서만 출금 요청을 할 수 있다.
법무부는 "긴급출금 요청이 없었다면 장관 직권으로라도 했을 것"이라고도 주장하지만 이런 논리가 당시 긴급출금의 적법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결국 김 전 차관 출국 시도 직전까지 장관 직권으로 출금이 이뤄지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공익신고서에 따르면 김 전 차관 출국 시도 전부터도 법무부 내에서 장관 직권 출금 사례를 검토하고, 출금 사후 승인 과정에선 장관 직권으로 수정하는 것을 논의한 정황이 있지만 모두 실행되지 않았다.
법무부 역시 이 같은 맹점을 의식한 듯 '이규원 검사가 긴급출금을 요청한 세부 과정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동부지검 검사직무대리였던) 이 검사는 수사기관에 해당해 내사 및 내사번호 부여, 긴급출금 요청 권한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역시 공익신고서에 대한 완전한 답변은 아니다. 공익신고서도 이 검사에 대한 직권남용죄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는 대목에서 이 검사를 수사기관이라고 전제한 뒤, '그 직무권한을 남용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제보자는 "진상조사단에 파견된 이규원 검사는 수사기관이 아니다"라고 주장한 게 아니라 △긴급출금요청 사유가 수사가 아닌 과거사 진상조사였던 점 △요청 주체가 수사기관의 장이 아니었던 점 △2013년 무혐의 종결된 사건번호와 허위 내사번호(서울동부지검 2019년 내사 1호)를 요청서에 기입한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그런데 법무부는 이에 대해선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동부지검 보고 라인을 거치지 않은 내사번호를 임의로 사용해 출금 조치한 것은 문제의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김 전 차관 출금 나흘 전부터 177차례에 걸쳐 이뤄진 출금 정보 검색 논란에 대해서도 ‘언론 대응ㆍ업무수행을 위해 과거 출국규제 기록 등을 적법하게 검색한 것’이라고만 해명했다. 출국규제가 되지 않은 사람에 대해 출국 여부를 실시간 모니터링한 근거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
검찰 내에선 '법무부가 무리하게 의혹을 일축하려다 스텝이 꼬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수도권 검찰청 간부는 "당시 출금을 못했다면 직무유기 논란이 일었을 수 있지만, 이같은 해명은 향후 정상참작 차원에서 제시할 내용이지, 수사시작 단계에서 사실관계를 부인하듯 내놓는 설명으론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