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키즈'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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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키즈'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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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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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것에 돈을 쓸까? 우리나라 소비시장에서 발견되는 주요 트렌드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향후 기업과 시장에 가져올 변화 방향을 예측해본다.


©게티이미지뱅크


투자 열기로 대한민국이 달아오르고 있다. 최근 시장의 두드러진 변화는 단연 20~30대 젊은 투자자가 부쩍 늘었다는 점이다. 대학생 사이에서는 '투자연구회' '부동산학회' '국제금융재무학회' '가치투자동아리' 등 각종 투자 동아리가 대세다. 온라인 재테크 커뮤니티에는 친구들이 게임할 동안 게임회사의 주식을 산다는 투자자의 글도 올라온다. 군부대 내에서 스마트폰 사용이 가능해지면서 군인 신분의 개인투자자를 의미하는 '병정개미'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영화나 방송 얘기를 하던 젊은이들이 친구들과 모이면 투자얘기부터 시작한다.

젊은 세대의 투자 열기는 단지 경제 불황과 같은 외부요인 때문만은 아니다. 이들은 기성세대와 사뭇 다른 경제관념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냉전에 대한 기억이 있는 기성세대는 '자본주의'라는 단어를 '사회주의'나 '공산주의'와 같은 거시적 개념으로 인식한다. 반면 요즘 젊은 세대에게 '자본주의'란 그저 '돈' '경제'와 동의어일 뿐이다. 커피가 별로 마시고 싶지 않은 순간에 부장님께서 타주신 커피를 마시면서 마음에도 없는 웃음을 지어 보일 때 '자본주의 미소'라고 놀리는 것처럼, 요즘 세대에게 자본주의란 그리 심각한 단어가 아니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서는 대한민국에 자본주의 경제가 정착한 이후 태어나, 자본주의만을 경험하고 성장하여, 자본주의 논리를 가지고 놀 줄 아는 요즘 세대를 일컬어 '자본주의 키즈'라고 명명한다.

'금융생활은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는 경제 논리를 써가고 있는 자본주의 키즈는 투자도 공부한다. '내 돈은 내가 지킨다'는 자세로 유튜브를 보면서 자산운용을 위한 기초지식을 익히고, 주식거래차트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라이브방송을 보며 간접 실습을 한다. 투자 노하우를 공유하는 오픈채팅방과 스터디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유튜버 '신사임당'은 직장인의 부업 및 창업 노하우를 소개하는 콘텐츠로 채널을 시작한 지 2년 만에 구독자 100만 명을 넘어섰다. 전문적인 학습을 원하는 경우 '클래스101'과 같은 유료 강의 플랫폼에서 '제휴 마케팅으로 부수입 만들기' '캐릭터로 이모티콘 연금 만들기' 등의 수업을 수강하기도 한다.

자본주의 키즈의 등장으로 관련 업계도 덩달아 분주하다. 자본주의 키즈의 재테크 입문을 돕는 '잔돈금융'이 대표적이다. 카카오뱅크의 '저금통'은 계좌에 남은 1,000원 미만의 잔돈이 자동으로 저축되는 서비스다. KB국민은행은 커피 한 잔이 생각날 때 커피를 사는 대신 스마트폰에서 커피 아이콘을 누르면 커피 비용이 자동으로 적립되는 적금 상품을 선보였다. 신한카드는 카드결제 시에 발생하는 자투리 금액으로 아마존·애플·나이키·스타벅스 등 인기 해외주식을 0.01주 단위로 매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자본주의 키즈의 활약이 커질수록 '돈이면 다 된다'는 금전만능주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이라는 뜻의 '자낳괴'라는 신조어는 그러한 우려를 대변한다. 분명한 것은 기성세대와 달리 자신만의 언어로 자본주의 시장에 대응하고자 하는 젊은 세대의 갈증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체계화된 경제교육이다. 젊은 세대의 투자 열기를 코로나19 시대의 부작용으로 발현된 광풍으로만 치부하기보다는, 지금이야말로 '금융'이 대한민국의 핵심 경쟁력의 하나로 성장해 나가는 기로의 순간임을 명심해야 한다.

전미영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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