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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변호사 "약촌오거리 사건 판·검사 중 누구도 사과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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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변호사 "약촌오거리 사건 판·검사 중 누구도 사과 안 해"

입력
2021.01.15 10:00
수정
2021.01.15 10:01
0 0

"누명 씌운 공무원들 현직에 있는지 모르지만…"
최씨 "그때로 돌아가면 목격 진술 안 했을 것"

2000년 전북 익산에서 발생한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10년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최모 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맡은 박준영(오른쪽) 변호사가 선고 공판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은 박 변호사와 최씨 사건 재심을 맡았던 황상만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 뉴스1

2000년 전북 익산에서 발생한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10년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최모 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맡은 박준영(오른쪽) 변호사가 선고 공판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은 박 변호사와 최씨 사건 재심을 맡았던 황상만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 뉴스1

전북 익산에서 발생한 '약촌 오거리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린 최모(37)씨가 20여년 만에 누명을 벗었지만, 당시 사건을 맡았던 판사와 검사, 경찰관 중 최씨에게 사과한 사람은 아직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을 목격해 경찰 조사에 협조했다가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썼던 최씨는 법정에서 '그때로 다시 돌아가면 경찰에게 목격담을 진술했을 것 같냐'는 질문에 "안 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씨를 대리해 약촌 오거리 사건 재심과 국가배상 손해 소송을 맡았던 박준영 변호사는 14일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관과 검사, 잘못된 유죄 판결을 내렸던 판사 중 최씨에게 사과한 분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분들 중 아직 누가 현직에 계신지 잘 모르겠다"며 "(잘못 수사했던) 경찰관의 자살 사고 이후 저도 처음에는 모든 분들한테 책임을 추궁해봐야 되겠다고 호기롭게 얘기도 했었다"고 말했다.


검사·경찰관에게 배상금 일부 직접 내라고 판결

2016년 11월 17일 오전 광주 법원 앞에서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재심 청구인 최모(가운데)씨가 무죄를 선고 받은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2016년 11월 17일 오전 광주 법원 앞에서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재심 청구인 최모(가운데)씨가 무죄를 선고 받은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5부(이성호 부장판사)는 앞서 13일 최씨가 국가와 경찰관, 검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국가가 최씨에서 13억여원, 최씨 어머니와 동생에게 각각 2억5,000만원, 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전체 배상금 가운데 20%는 최씨를 강압 수사했던 경찰관 이모씨와 이후 진범으로 밝혀진 용의자를 불기소 처분한 검사가 부담하도록 했다.

최씨는 16세였던 2000년 8월 10일 전북 익산 영등동 약촌 오거리 부근에서 택시기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10년을 확정받고 복역했다. 경찰은 최씨가 복역 중이던 2003년 진범이 따로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김모(40)씨를 붙잡았지만 물증이 없다는 이유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만기 출소한 최씨는 2013년 경찰의 강압 수사에 못 이겨 허위로 자백했다며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2016년 11월 최씨가 불법 체포와 감금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며 최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사건 목격 진술해 범인으로 몰고 간 경찰"

2000년 전북 익산에서 발생한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1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최모 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했다. 사건의 재심을 맡은 박준영 변호사와 진범을 체포했던 황상만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이 이날 선고공판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2000년 전북 익산에서 발생한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1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최모 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했다. 사건의 재심을 맡은 박준영 변호사와 진범을 체포했던 황상만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이 이날 선고공판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박 변호사는 배상 손해 소송에서 승소한 뒤 "최씨가 사실 감정 표현을 잘 안 하는데, 목소리를 들어보니 좋아하는 것 같았다"며 "원고가 제기한 주장과 요청, 요구들을 대부분 받아들인 판결이다. (같이 재심을 통해 무죄를 이끈) 황상만 전 형사도 기뻐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통 공무원들의 불법 행위에 대해 공무원에게 직접 책임을 추궁하는 판결은 잘 안 나오는데, 이 사건의 경우 고의 중과실이 있다고 봤다"며 "20%면 상당히 큰 금액인데, 거액의 배상을 공무원이 직접 책임지라고 판단까지 해 준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박 변호사는 당시 경찰이 15살이던 최씨를 범인으로 몰고 간 이유에 대해 "최군은 사건 직후 오토바이를 타고 현장을 지나갔는데 두 명이 뛰어가는 뒷모습을 목격했다"며 "평소 알고 있는 경찰에게 아까 두 명이 뛰어가는 걸 목격했다고 진술을 했고, 목격자 조사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범인을 잡지 못하자 최군을 주목했고, 최군이 직장을 천안으로 옮겼는데 이걸 도주로 오해해 여관으로 데려가 자백을 종용하고 폭행·협박한 것"이라며 "법정에서 최씨가 '다시 그때로 돌아가면 어떻게 했을 것 같냐'고 물으니 '안 했을 것 같다'고 했다"고 말했다.

진행자인 표창원 전 의원은 이에 대해 "너무 슬프고 아픈 이야기"라며 "시민들께서도 앞으로 목격 진술 안 하고 신고도 안 하겠다고 할까 봐 걱정된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재심 계속하는 이유? 서로 응원하는 게 필요"

SBS TV 금토드라마 '날아라 개천용' 측이 정우성과 권상우의 모습이 담긴 현장 사진을 5일 공개했다. 연합뉴스

SBS TV 금토드라마 '날아라 개천용' 측이 정우성과 권상우의 모습이 담긴 현장 사진을 5일 공개했다. 연합뉴스

재심 전문 변호사로 알려진 박 변호사는 최근 드라마 '날아라 개천용'의 인기로 주목을 받고 있는 데 대해 "많은 분이 저를 공익의 상징으로 이야기하신다"며 "제가 이런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뭘까, 포털 사이트에서 (제가) 제 이름을 자주 검색하는데 그 이유가 뭘까 (고민했다)" 고 털어놓았다.

이어 그는 "주변 분들의 눈치를 보는 것 같다. 정의로운 이미지를 눈치 보면서 이런 일을 계속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심경을 전했다.

박 변호사는 마지막으로 "우리가 미움과 갈등의 사회에서 좋게 보고 또 격려하고 응원하는 것도 때론 필요하다"며 "그게 사람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변화시킬 것 같다"고 강조했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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