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 체제로 하루빨리 사무국을 개편해 혁신을 이뤄내고, 선수와 시민을 위한 구단으로 만들어 주길 부탁드립니다."
지난 5일 이용섭 광주시장 접견실. 시민프로축구단 광주FC 구단주인 이 시장은 전날 선임한 최만희 신임 대표이사를 만나 이렇게 말했다. 광주FC는 최근 기영옥 전 단장의 횡령 등 각종 비위 의혹으로 대표가 사임하는 등 홍역을 앓던 터였다. 이 시장은 축구선수와 지도자, 행정가를 두루 거친 최 대표를 광주FC 혁신 방안을 추진할 적임자로 봤다.
그러나 기대가 컸던 걸까. 최 대표 행보는 혁신과는 거꾸로 가고 있다. 최 대표가 취임 직후 멀쩡한 전용차량을 바꿔달라고 요구했다가 관련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자 제보자로 의심한 직원에게 욕설과 폭언을 퍼붓고 해고를 운운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18일 광주FC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후 6시 40분쯤 최 대표는 사무국 직원 A씨를 자신의 집무실로 불러들인 뒤 다짜고짜 "언론에 자네가 기사를 냈지"라고 쏘아붙였다. 두 시간여 전 최 대표가 구단에서 제공하는 전용차량 제네시스 G380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제네시스 GV80으로 교체해 달라고 FC사무국과 시에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였다. 최 대표 요구에 따라 광주FC가 임차 계약 기간(2022년 11월)이 남아 있는 전용차량을 교체하면 중도해지에 따른 위약금 850여 만원을 물어줘야 하고 임차료도 월 10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오른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두고 "혁신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던 최 대표가 과연 구단을 쇄신할 의지가 있느냐는 비판이 터져나왔다.
당시 보도를 접한 뒤 화가 났던 최 대표는 A씨에게 "그런 기사 나오면 자네가 '아니다'고 (기자에게)해명을 해야지 왜 안 했냐"고 추궁했다. A씨는 "언론에 제보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최 대표는 "이 새끼가 더티한 짓을 하네", "건방진 놈의 새끼", "싸가지 없는 새끼"라는 등의 욕설을 쏟아냈다. 최 대표는 A씨에게 폭언을 했다가 진정했다를 10여분 동안 반복했다고 한다. 사무국의 한 직원은 "최 대표가 큰소리로 욕을 하는 게 대표이사실 밖 직원 사무실에서도 들렸다"며 "누가 들어도 최 대표가 일방적으로 (A씨에게)화를 쏟아내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A씨는 "당시 최 대표에게 '욕을 자제해 달라'고 하자, 최 대표가 '내가 (수사)결과가 나오면 처분하려고 했는데, (26일 개최 예정인)이사회 때 두고 보자. 잘라버리겠다'고 하면서 협박했다"고 말했다. A씨는 최근 시간외 근무수당을 부당 수령한 게 광주시감사위원회 감사에서 적발돼 경찰에 수사 의뢰된 상태였다. A씨는 또 "최 대표가 '(광주FC를)시끄럽게 한 것만으로도 나가야 한다. 새 이사진을 거의 내 사람들로 꾸렸으니까 (너를)어떻게 하는지 봐라. 내가 그 정도 권한도 안 받고 (신임 대표이사로)왔겠냐'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고 말했다.
실제 사무국 직원들 사이에선 대표 전용차량 교체 요구 보도가 난 이튿날 최 대표가 업무 지원을 나온 광주시 직원들과 함께 A씨 해고 문제를 이사회 때 긴급 안건으로 올려 처리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는 뒷말이 돌고 있다.
최 대표는 이에 대해 "내가 화가 나서 더티하다는 말을 한 건 사실이지만 A씨에게 욕설을 하거나 이사진을 내 사람으로 구성했으니 잘라버리겠다는 등의 얘기는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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