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3000? 찍는 자산시장 열풍 속 대중과 대화 나서
"반도체·클라우드· 전기차 시장, 흐름이 좋다"
"가치주·성장주 구별보다 혁신이 있느냐로 봐야"
직원 200~300명과 온라인 회의를 한 적은 있지만 동영상으로 찍어서 텔레비전에 출연하는 것은 처음이라 좀 긴장이 됩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국내 금융업계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박현주 신화'를 만들었지만 좀처럼 바깥 활동을 하지 않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이례적으로 자사 유튜브 영상에 출연해 금융시장 투자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박 회장은 14일 미래에셋대우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미래에셋 스마트머니'에 '박현주 회장과 함께 하는 투자미팅'이라는 영상에 출연, 서철수 리서치센터장과 각 산업 분야 분석을 맡은 연구위원 등을 데리고 산업별 투자 전망을 얘기했다.
박 회장은 1년에 절반 이상을 해외 출장을 다니고 국내에 머무는 동안에도 언론 인터뷰 등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때문에 업계 에서는 '은둔의 구루'라는 말을 붙이기도 한다.
"자율주행보다 플라잉카가 먼저 상용화할 것"
금융사들의 자산시장 분석은 대체로 시장의 분위기를 반영하며 위험한 예측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박현주 회장은 이날 때때로 날카롭고 직접적인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박 회장은 늘 '과대평가' 이야기가 나오는 전기 자율주행차 제조사 테슬라의 높은 주가에 대해서 "정당화할 수 있다"고 봤지만, 동시에 "안전 문제 때문에 자율주행차 기업으로서의 가치 평가는 좀 고민이 된다"고 했다.
외려 "자율주행보다 플라잉카(Flying Car)가 먼저 나올 것으로 본다. 이미 드론이 상당히 디자인이 발전하고 있으니까"라며 '플라잉카'의 가능성을 더 높게 보며 눈길을 끌었다.
박 회장은 특히 미국 등과 통상 분쟁의 형태로 패권 다툼 상황에 놓인 중국 시장에 대해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테슬라와 BMW 등이 중국 공장을 세우는 것을 들어 "전기차의 생산 메카가 중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제조업의 문제는 중국의 제조 가격이 20~30%까지 싸다는 것이고 이건 관세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하나는 대부분의 산업에 걸쳐서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시작부터 끝까지 "혁신 또 혁신"
이렇게 과감하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명확한 판단 기준이 있기 때문이다. 박현주 회장은 '혁신'이란 키워드를 수 차례 반복해 가며 자신의 판단을 설명했다. "보통 기업을 가치주(기존에 실적이 좋았던 기업)와 성장주(지금 성장하는 기업)로 나눠 보는데, 나는 혁신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로 본다"고 했다.
이어 "2016년 한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국민들이 아마존, 톈센트, 테슬라에 투자하자고 한 적이 있다"며 "종목을 찍었다고 하는데, 그게 아니라 혁신을 찍은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주식 가격이 고평가됐는지의 척도로 활용되는 주가수익배율(PER)에 대해서도 시장 투자자들의 상식과는 다른 평가 기준을 제시했다. 일반적으로 PER이 낮으면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보는데, 박 회장은 PER을 "애널리스트들이 편하게 말하기 위해 내놓는 척도"라고 하면서 "혁신 기업은 항상 PER이 높았고, PER이 낮아지면 오히려 주가가 오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 유튜브 영상에서 다룬 반도체, 클라우드,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에 대해서 박 회장은 "전반적으로 트렌드가 좋기 때문에 시장 상황에 상관없이 잘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특히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LG화학에 대해 "구본무 회장 계실 때 LG화학이 배터리 사업을 시작한 것은 대단한 선견지명이었다"며 "지금도 구광모 회장 시대에 혁신을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자산시장 열풍에 유튜브 나온 박현주... 틈새 ETF 홍보도
'신화'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금융권에서 이름값으로는 단연 유명한 박현주 회장이지만, 그는 언론과의 접촉조차 극히 드문 인물이다. 그런 박 회장이 비록 녹화 영상이긴 하지만 유튜브에 등장한 것 자체가 눈길을 끈다.
박 회장은 영상 서두에 "직원 200~300명 대상으로 제가 주도하는 온라인 회의를 맡은 적은 있지만 동영상으로 찍어서 (공개적으로) 출연하는 것은 처음이라 좀 긴장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종목 별 분석에 들어가자 분위기는 확 바뀌었다. 각 분야 애널리스트과 해당 종목의 과거 현재 미래를 얘기하는 중간중간 날카로운 질문을 거침없이 던졌고, 상대방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여러 차례 보였다.
이어 "한국 증시(코스피 지수)가 3,000을 넘어오고, 여러 가지 관점이 있어 2021년이 상당히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 같다"면서 "내가 시장 타이밍을 사는 사람은 아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어떻게 봐야 될지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최근 유튜브에서 라이브 투자 설명회를 진행하고, 유명 경제 유튜브에 산업 분석 담당 연구위원을 대거 출연시키는 등 대중과의 접촉을 늘리고 있다. '동학개미 열풍' 등으로 대중의 관심이 자산시장으로 쏠린 상황에서 박 회장의 등장은 기업 홍보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노림수인 셈이다.
박 회장은 이날 "중국 반도체 분야는 특정 기업보다 여러 산업군 전반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는 류영호 선임연구위원의 의견에 "우리가 홍콩 증시에 상장한 반도체 ETF가 있지 않냐"며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만든 ETF를 은근히 홍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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