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 보편지급 비판에?
“국민 폄하, 의식 수준 무시” 발끈
“여러분 같으면 1인당 20~30만원 지급됐다고 방역지침 어겨가며 막 쓰러 가고 그러겠습니까? 이건 사실 국민을 폄하하는 표현에 가깝죠. 국민을 존중하시면 그런 생각 하기 좀 어려울 겁니다.”
솔직한 언사로 ‘사이다’란 수식이 따라붙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14일 또 다시 거침 없이 속내를 드러냈다. 이날 국회를 찾은 이 지사는 ‘재난지원금 보편 지급은 양극화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해법이 아니란 지적이 나온다’는 기자들 질문에 “우리 국민 여러분에게 보편적인 지원을 하면 그 돈을 쓰러 철부지처럼 몰려다닐 거라는 생각을 하는 자체가 국민들의 의식 수준을 너무 무시하는 것 아닌가”라고 발끈했다. ‘맞춤형 지원’이 당정의 기조지만, 자신의 소신을 굽힐 생각이 없다는 뜻을 다시 한번 밝힌 것이다.
이 지사의 작심 발언은 사실상 본인을 겨냥했던 김종민 민주당 최고위원 발언에 대한 반격이나 다름없었다. 김 최고위원은 전날 경기도가 도민 1인당 10만원씩 2차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전국민 지원도 중요하고 경기부양도 중요하지만, 어떤 조치도 방역 태세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이 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원팀으로서 애정어린 충고해주신 김 최고위원님께 고마운 마음”이라고 했다. 하지만 하루 만에 '본심'을 드러낸 것이다.
이 지사 발언을 두고, 당 안팎에선 대선주자인 이낙연 대표와 기싸움이 표출됐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 지사는 이 대표가 언급했던 이명박ㆍ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 최근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차별화했다. 이 지사와 가까운 수도권의 한 민주당 의원은 이날 김 최고위원 발언과 관련해 “유력 대선주자인 이 지사가 당 대표와 자꾸 다른 말을 하니 지도부 차원에서 나선 것 아니겠느냐”고 불편한 감정을 내비쳤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자치발전비서관을 지낸 민형배(광주 광산을) 민주당 의원이 최근 대선 후보로 이 지사 지지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도 신경전이 고조되는 배경으로 꼽힌다. 민 의원은 이날도 페이스북을 통해 " '이 대표가 (같은) 고향 출신인데 왜 그러냐'는 말씀은 하지 말아 달라"며 "출신 지역이 호오나 찬반 기준이 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이 대표 입장에서는 단단한 지지 기반인 호남 민심이 흔들릴 경우, 대선 레이스에 치명적이기 때문에 이런 흐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 지사는 29일 인공지능 관련 행사 참석을 위해 광주를 찾는다. 광주 지역 의원들과 간담회도 계획하고 있는데, 이 지사와 이 대표간 미묘한 분위기 때문에 의원들은 참석 여부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의 한 민주당 의원은 이날 “(이 지사 간담회에) 참석을 해도 안 해도, 자칫 특정인에게 줄 서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 걱정하는 기류가 있다”고 전했다. 다만 당 내부에서는 이 대표와 이 지사의 신경전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있다. 당의 한 최고위원은 “지금은 당내 대선주자들을 모두 띄워야 할 시기"라며 "자꾸 대선주자간에 서로 견제 모습들이 부각되는 게 우려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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