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 징역 20년을 확정하자, 청와대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헌법 정신이 구현된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이명박ㆍ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 요구에 대한 우회적 답변이었다. '헌법 정신'에 부합하는 판결이니 박 전 대통령이 죗값을 충분히 치러야 한다는 것, 즉 당장의 두 전직 대통령 사면은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달 중 신년 기자회견에서 사면 추진 여부에 대해 직접 답하는데, 그 사이 청와대 기류가 확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 3·1절 특사를 추진하면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용'이라는 의심을 사는 것도 청와대 입장에선 부담이다.
14일 대법원 선고가 나온 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국민의 촛불혁명, 국회의 탄핵에 이어 법원의 사법적 판단으로 국정농단 사건이 마무리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헌법정신이 구현된 것이며, 한국 민주주의의 성숙과 발전을 의미한다"며 "전직 대통령이 복역하게 된 불행한 사건을 역사적 교훈으로 삼아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역사적 교훈"을 들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한 것은 당장의 사면 추진 가능성을 차단한 것으로 읽혔다. '재발해서는 안 되는 역사적 참사'를 일으킨 당사자를 대통령이 형 확정 직후 '특별히 사면'해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사면권은 대통령 고유 권한이며, 문 대통령은 '사면권의 엄격한 제한'을 약속했다.
청와대는 "촛불 혁명"을 언급, 박 전 대통령을 탄핵 구속하고 문재인 정권을 탄생시킨 주체를 잊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문 대통령이 정치적 이유로 전직 대통령을 사면하면 '촛불 혁명의 정신을 거스른다'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문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은 연초 사면론을 꺼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권의 정체성을 훼손한다며 거세게 공격해 왔다.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도 13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 눈높이에서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여론을 거스르는 사면은 없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4일 사면 여부에 대한 청와대 입장에 대해선 "대법원 선고가 나오자마자 사면에 대해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 대통령으로부터 별도 말씀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종 결정권자인 문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는 것이 맞다는 취지다. 문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당장의 사면'엔 선을 긋되, 임기 내 추진 가능성을 열어 두는 식으로 '통합 메시지'를 발신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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