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태교서 적은 봉투에 "모성 신화 강조" 지적
보건소 "과거 사업 때 쓰고 남은 물품 사용한 것 뿐" 해명
경기 용인시 수지구의 한 보건소가 사용한 임신부 대상 선물 증정 봉투의 문구가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논란이다. 모성애를 강조한 조선시대 태교서 문구가 적혀 있어 "시대착오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서울시 임신·출산정보센터 웹사이트의 성차별적 게시물 논란에 이어 가부장적 시선에 갇힌 행정문화에 대한 반감이 거세다.
13일 각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모 보건소 임신부 선물 봉투의 시대착오적 문구'라며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사진 속 봉투에는 '이사주당의 삶'이라는 제목으로 "스승님의 십년 가르치심은 어머니의 열 달 기르심만 못하고, 어머니의 열 달 기르심은 아버지의 하루 낳아주심만 못하다"고 적혀 있다. 조선시대 여성 실학자인 이사주당이 쓴 태교서 '태교신기'의 일부다.
'태교신기'는 이사주당이 네 자녀 양육 체험을 바탕으로 쓴 태교서로, 마음을 다스리고 먹고 자는 구체적인 태교 실천 방법을 담고 있다. 다만 누리꾼들은 여성의 무조건적 희생을 강요한 조선시대 서적을 인용한 데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해당 사진에는 "여자가 열 달 내내 품고 목숨 걸고 아이를 낳는데 아버지의 하루 낳아주심만 못하다니 화가 난다" "이걸 임신부에게 보여준 게 황당하다"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이와 관련해 보건소 측은 "2017년 '태교도시' 도시 브랜드 사업을 위해 옛 문헌 발췌 등 다양한 업무를 진행하던 시기, 홍보 차원에서 만들었던 봉투"라며 "일부 남아 있던 수량을 가방을 들고 오지 않아 불편해 하는 임신부들에게 몇 차례 제공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이번 논란은 서울시가 운영하는 임신 정보 사이트 게시글 삭제 소동이 있은지 불과 일주일 만에 발생해 누리꾼들의 더 큰 관심을 모았다. 서울시는 2019년에 개설한 임신·출산정보센터 웹사이트에 '남편 속옷 챙기기' 등을 임신 말기 여성이 알아야 할 정보로 게재한 사실이 알려지자 지난 6일 관련 내용을 삭제했다. 이 내용은 외신도 관심을 가져 미국 뉴욕타임스는 12일(현지시간) "가부장적인 한국 사회의 시대착오적 단면을 보여준다는 비판이 한국 내에서 들끓고 있다"며 관련 내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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