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밥상 물가'
코로나·북극발 한파 등 악재 겹쳐
쌀 소비↑공급↓...수급 균형 깨져 가격 상승
"당분간 채솟값 떨어지기 어렵다"
#13일 서울 송파구 롯데마트 월드타워점에서 계란을 고르던 정은주(39)씨는 집었던 유정란을 내려놓고 네 알짜리 구운 계란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정씨는 “계란값이 오르니 유정란이나 동물복지 식품은 더 많이 올랐다”면서 “몇 개 안 사는데도 비싸서 주저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서울 이마트 은평점 채소 코너에서는 가격표를 응시하며 포장된 시금치와 양파 등을 집었다 그냥 놓는 고객들이 수시로 눈에 띄었다. 같은 깐마늘이라도 '광고상품'이라며 100g당 164원이 더 싼 가격표가 붙은 곳으로 사람들이 몰렸다. 박모(64)씨는 "매일 먹는 파, 양파, 마늘이 너무 비싸졌다"면서 "가족들이 밖에 나가지 않으니 가격은 올랐는데 장은 더 자주 봐야 하는 게 참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연초부터 밥상 물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0%에 근접하며 바닥을 기고 있는 소비자물가 상승률과는 딴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하고 조류인플루엔자(AI)와 북극발 한파까지 겹치며 매일 같이 먹는 쌀과 계란, 육류, 과일 값이 무섭게 치솟은 탓이다. 당분간 이런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라 코로나로 힘겨운 가정에는 시름이 또 하나 늘었다.
1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전날 기준 쌀 20㎏ 평균 소매가격은 5만9,723원으로, 1년 전(5만1,796원)에 비해 15% 올랐다. 지난해 쌀 생산량은 재배면적이 줄고 작황이 부진해 전년 대비 23만7,000톤(6.4%) 감소했다. 반면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하루 한두 끼는 집밥을 챙기는 ‘집콕족’이 늘면서 쌀 소비량은 늘었다. 공급은 줄었는데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쌀값은 최근 3개월간 꾸준히 솟구쳤다.
삼겹살은 지난해 한 근(600g)에 약 1만원에서 올해는 1만2,000원 이상으로 올랐고, 한우 등심(100g)도 1만2,000원을 넘어 1년 전(1만999원)보다 비싸졌다. AI의 여파로 계란뿐 아니라 생닭과 오리고기 가격도 상승세를 그렸다.
한파가 이어지면서 냉해를 입은 채소류 가격도 급등했다. 이마트 은평점 기준 양파(2.5kg)는 4,980원, 시금치(1단) 2,980원, 대파(1봉) 3,480원, 밀양얼음골사과(5, 6개입) 1봉 9,980원, 깐마늘(500g)은 4,980원 수준이다. 모두 지난해 같은 시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집계한 소매가격에 비해 적게는 20%, 많게는 50% 가까이 폭등했다.
코로나ㆍ조류인플루엔자ㆍ기상이변 '3중고'
밥상 물가가 치솟은 건 코로나19와 기상이변 등의 악재가 겹친 탓이다. 지난해 50일간 이어진 역대 최장기간 장마가 지나자 가을 추수철에는 태풍이 찾아왔다. 올 초엔 북극발 한파까지 몰아치면서 공급량이 크게 줄었고, 곡물과 과채류, 육류 할 것 없이 줄줄이 가격이 올랐다.
여기에 수급 균형마저 깨져 주머니가 가벼워진 소비자들은 장을 볼 때 마다 손을 떨고 있다. 이동훈 한국물가정보 연구원은 "5인 이상 집합금지 등 강화된 방역조치로 외부 식당은 문을 닫고 집밥 수요는 늘었다"며 "수급 균형이 깨지며 가격이 더욱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로 경기불황이 지속되면서 체감 물가는 더 높다. 김한호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경기 위축기에는 식품 가격 상승이 주는 충격이 크다”며 “소득이 줄어도 식품소비는 꾸준하기 때문에 가계 단위에서 느끼는 심리적 부담이 큰 것”이라고 설명했다.
언제까지 오를까
전문가들은 밥상 물가가 당분간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이동훈 연구원은 "지난주에 가격이 급등한 채소는 한파로 인해 생육환경이 좋지 않고 수확작업에도 어려움이 있어 당분간 높은 가격대를 유지할 것"이라고 봤다. 곡물 가격은 상승세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김한호 교수는 “계절적 요인이 큰 곡물가격은 주요 생산지의 기상 조건이 안 좋아서 물가 상승으로 연결됐다”며 “작물 생산주기에 따라 다음 제철 작물이 나오니까 (높아진 물가가)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오른 곡물가격이 가공식품 등 장바구니 물가 전반에 영향을 줄 소지는 있다. 김 교수는 “밀은 제분과 제면, 제과 제빵에 원료로 들어가기 때문에 즉각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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