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 정세균'의 1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전쟁이었다. 코로나19를 어떻게 매듭짓느냐가 향후 정치 행보를 결정하는 '키'라는 뜻이기도 하다. 정 총리는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로 분류되고 있다.
취임 1년을 맞은 그가 달라졌다. 미소를 거두고 강단 있는 면모를 보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최근 강조하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코로나19에 집중할 때"라고 말하지만 '정치인 정세균'을 위한 시동을 걸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코로나 총리' 정세균… '조용한' 취임 1주년
"바이러스는 가짜 세균이고요, 저는 진짜 세균이거든요, 정세균이니까. 가짜가 진짜를 어떻게 이길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정세균이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실하게 잡습니다." (1일 SBS 라디오)
정 총리는 14일 취임 1년을 맞았다. '세균'(코로나19)은 지난 1년간 정 총리에게 '전부'였다. 물론 과학적으로 세균과 바이러스는 완전히 다른 종류이긴 하지만, 방송에서 한 농담처럼 정 총리의 이름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연상되는 것은 자연스럽다. 지난해 2월 2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장을 맡은 이후 이날까지 총 185번의 중대본 회의를 주재했다. 양복보다 민방위복으로 불리는 노란 점퍼를 입은 그의 모습에 국민들은 더 익숙하다.
취임 1년을 기념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것도 고려됐지만, 정 총리는 참모들에게 "그냥 조용하게 보내자"고 했다고 한다. 코로나19가 아직 맹위를 떨치고 있기 때문이다. 정 총리는 14일 페이스북에 "21세기 세계사는 대한민국을 코로나19를 가장 모범적으로 극복한 나라 중 하나로 기록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총리실 관계자는 "정 총리는 지금까지처럼 앞으로도 코로나19 해결에 몰두할 것"이라고 전했다. 코로나19를 확실하게 매듭짓는 것이 자신의 정치 행보를 결정짓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가 취임하며 목표로 내걸었던 '통합 총리'나 '경제 총리'를 부각하기엔 시간이 많지 않다.
"유능한 문재인 정부" 강조... 與 양강구도 깨기?
정 총리는 4월 이후 총리직을 내려놓을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 백신 도입 및 접종 등이 안정적으로 이뤄지는 등의 계기가 있어야 사임 명분이 생긴다는 점에서다. 1분기 경제 성적표가 나오는 시점이기도 하다. 여권 관계자는 "4월 재ㆍ보궐선거까지 마쳐야 떠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정 총리의 존재감을 부각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 총리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성공'을 유독 강조하는 건 의미심장하다. 정 총리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유능한 문재인 정부를 만들자"고 목소리를 높였단 후문이다. 비공식석상에서도 국정 지지도 하락에 안타까움을 표하며 "문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한다고 한다.
지난 8일 국회에서는 문 대통령이 백신 수급 책임을 회피한다는 야당의 공격에 "국가 원수에게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고 발끈했다. 여권 유력 대권주자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지지도가 내림세로 접어든 상황에서 '친문재인'의 마음을 얻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해서도 최근 강한 견제구를 날렸다. 7일 정 총리는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주장하는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더 이상 '더 풀자'와 '덜 풀자'와 같은 단세포적 논쟁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양강 구도 속에서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한 행보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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