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어떻게 흘렀나 파악 못 하는 한수원"
"한수원·정부, 주민들에게 아무런 설명도 없어"
"괴담 유포라는 野, 주민들 안전은 생각했나"
경북 월성 원전 부지 지하수에서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가 검출돼 논란이 된 가운데, 정작 원전 인근 거주 주민들은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아무런 정보도 전달받지 못하고 있으며, 한수원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지하수에 오염된 삼중수소 양이 바나나 6개, 멸치 1g 수준이라고 한 학자와 이를 인용한 국민의힘을 향해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월성 원전 부지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 이재걸씨는 12일 CBS 김종대의 뉴스업에 출연해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 상상도 못 했고, (한수원이) 항상 안전하다고 하니 정말 안전한 줄 알았는데 주민들이 까맣게 몰랐다는 사실에 화가 많이 났다"며 이같이 밝혔다.
경주 지역 시민단체들은 최근 한수원 자체 조사 결과 지난해 월성 원전 부지 10여곳의 지하수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누출량은 최대 71만3,000베크렐로 관리 기준에 18배에 달한다.
반면 한수원은 원전 외부에선 위험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고, 그 양도 인체에 영향이 없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맞선다. 그러나 한수원의 주장에도 시민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피폭 양 바나나 6개에 불과? 전문가가 할 말인가"
이씨는 "이 문제에 대해 (정부나 한수원이나) 어떻게 하겠다는 게 없다"며 "2년 전 국정감사 때 (원전 시설 중 파손된 곳을) 지난해 1월까지 수리하겠다고 했는데, 아직까지 수리를 안 했으면 주민들한테 이야기라도 해 줘야지. 기본적인 것도 이야기가 없다"고 성토했다.
이씨는 삼중수소의 외부 유출은 없으며 부지 내에서 일어난 일이라 주민들은 안전하다는 한수원의 주장에 대해 "진짜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이번에 발견된 게 부지 경계 지점 지하수인데, 지하수맥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원전이 완공된 이후) 40년간 이런 것도 파악을 못하고 있지 않느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이게 어디에서 나와서 어디로 흘러가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무조건 안전하니 너희는 상황을 몰라도 된다'고 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씨는 '월성 원전 주변 지역 주민의 삼중수소로 인한 연간 피폭량이 바나나 6개, 멸치 1g을 섭취하는 정도'라고 한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에 대해 "전문가가 할 말은 아니다"라며 "삼중수소는 내부 피폭을 일으키는 물질이고 유전자 변형에 장기간 노출 시 암까지 유발시키는데, 이를 멸치 1g, 바나나 6개에 비유하는 건 학자의 양심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용훈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교수는 앞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월성 주변 지역 주민의 삼중수소로 인한 1년간 피폭량은 바나나 6개, 멸치 1g을 먹었을 때"라며 "강원도와 부산 피폭량 차이의 1,800분의 1, 흉부 엑스레이 1회 촬영의 10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월성 원전에 삼중수소 많이 발생하는 것, 월성 원전 경계가 주변 마을보다 삼중수소 농도가 높은 것, 원전 내부에는 경계보다 높은 곳이 있을 수 있는 것은 당연한 것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논의되는 수준의 피폭 양은 암과 무관하다"며 "월성 방사능 이야기는 월성 수사 물타기를 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씨는 또 이를 두고 정치권이 공방을 벌이는 데 대해 "한심하다"며 "생명과 안전을 위협받으면서 살아가는 주민들 입장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저런 말은 안 할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앞서 이날 방사능 물질 유출을 확인하지 못한 감사원을 비판했다. 이에 국민의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윈회 소속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누출된) 삼중수소 양이 바나나 6개, 멸치 1g 수준인데, 이를 괴담으로 유포하고 있다"며 민주당에 공세를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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