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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 온' 무해한 드라마로 호평 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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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 온' 무해한 드라마로 호평 받는 이유

입력
2021.01.13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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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 온'이 호평 받고 있다.JTBC 제공

'런 온'이 호평 받고 있다.JTBC 제공

'런 온'이 무해한 사이다로 시청자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JTBC 수목드라마 '런 온'에는 세상 '쿨'한 인물들의 입을 통해 시청자들의 속마음을 대변하는 대사가 전해진다. 그렇게 속 시원한 '사이다'를 선사하지만,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끌어내리지는 않는다. 그래서 보는 이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명료하게 짚고, 저마다의 다양한 관점과 이해가 녹아있는 주제를 다루지만, 그 기저에는 상대를 배려하는 따스한 시선이 깔려있다. 대사를 통해 적절하게 시대 감수성을 녹이고, 이를 신중하게 연출한다. 시청자들에게 "무해하고 건강한 드라마"라는 평가를 얻고 있는 이유다.

먼저, 육상 선수 기선겸(임시완)과 영화 번역가 오미주(신세경)가 속한 체육계와 영화 업계에 만연한 문제들을 조목 조목 짚어내는 에피소드와 대사들은, 사회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를 친절히 짚어주었다.

"니 탓하지 말고 그렇게 만들어놓은 남 탓하라"며 체육계의 고질적인 위계 폭력 문제를 고발하기 위해 나선 선겸의 행보는 해결해야하는 자들의 방관적인 태도, 가해자에 대한 미비한 처벌, 미흡한 피해자에 대한 보호 조치 등 악습을 타파하기 위해선 총론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되짚어 봐야 하는 필요성을 느끼게 했다.

미주가 같은 업계 종사자인 박매이(이봉련), 희진(박주희) PD와 근무환경에 대해 대화를 나누다, "열정페이 디져라"라고 함께 헛헛한 웃음을 나눈 장면은 업계에 빈번하게 일어났던 '열정 페이' 사례를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일은 사랑해도 근무환경이 따라주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현실적으로 짚어내기도 했다.

당연하다 여겨왔을 법한 상황에 넌지시 질문을 던지며, 일상생활에서 의식 없이 흘려보냈을 표현과 행동들을 되짚어 보게 만들기도 한다.

칭찬으로 건네는 "엄마 닮아 예쁘네"라는 말의 바탕에는 외모지상주의가 있다고 지적했다. 곳곳에 클리셰를 응용한 대사로 균형적인 성인지 감수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런 온'이 호평 받고 있다.JTBC 방송캡처

'런 온'이 호평 받고 있다.JTBC 방송캡처

특히 여자라는 이유로 후계자 서열에서 밀려났던 서단아(최수영)가 "최고 경영자 되고 싶지. 근데 내가 하면 비정상이고 네가 하면 정상이래. 너랑 나랑 타고난 거 딱 하나 다른 거 성별인데"라고 짚거나, 혼맥을 강요하는 아버지에게 "제가 아는 게 많은 덕에 불편한 것도 참 많네요"라던 일침은 시청자들에게 '사이다 감성'을 선사하며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인물에 대해 세심하게 접근해 풀어내는 이야기들 역시 흥미롭게 다가오는 대목. 편견 어린 시선과 동정의 굴레를 씌우는 '고아' 대신 '보호 종료 아동'이라는 언어를 사용했고, 홀로 자라왔던 과정을 구태여 보여주기보다는 그로 인해 깨닫고 성장하게 된 과정을 담았다.

이에 "잘 컸어요"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단단한 사람이 된 현재의 미주를 보여주며, 섣부른 동정을 사전에 방지했다. '가족'이라는 범주를 확장시켜 세상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있음을 보여준 동시에, 가족 바깥의 사람도 포함하는 이야기에 함부로 접근하지 않는다는 점 역시 시청자들이 작품의 따스한 노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마지막으로 '선량한 어른'의 모습을 아름답게 담고 있는 인물들의 올곧은 행보 역시 작품의 무해한 매력을 배가시켰다. 학생들의 문제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선겸, '아이'가 아닌 '어른'이 돼도 힘들고 서툴다는 걸 자주 이야기하는 대사들, 무례함에는 되레 신사적으로 대응하는 우아한 대처 등, 스치듯 지나는 장면 하나에도 사소한 불편함을 유발하지 않았다.

이렇듯 '런 온'은 어제와 달라진 오늘의 언어들을 과장하여 보여주지 않는 대신, 이미 인물들의 생활에 일상적으로 녹아든 모습으로 그 변화 자체가 자연스러운 것임을 얘기하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익숙하고, 누군가에게는 낯설고, 때로는 새롭게 다가올 수 있는 상황을 자연스레 녹여내며 저마다의 다른 속도로 사회를 바라보고 나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이 작품에 함께 빠져들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진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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