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위, '산안법 위반' 양형기준 대폭 상향 권고
각계 의견 수렴·?공청회 거쳐 3월 말 최종 의결
"중대재해법 미리 시행" vs "동일하진 않아" 평가
환경범죄·주거침입죄 양형기준안도 함께 의결

지난해 1월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노동청 앞에서 '위험의 외주화 금지 국가인권위 권고 이행 및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요구 노동시민사회단체 공동 기자회견'에서 관련 손팻말을 참가자들이 들고 있다. 연합뉴스
안전ㆍ보건 조치 의무를 지키지 않아 노동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사업주에게 법정최고형인 징역 7년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양형기준 권고 형량이 대폭 상향됐다. 피해자가 다수이거나 반복적인 사고일 땐 해당 형량의 2분의 1(3년6월)을 더해 최대 징역 10년6월까지 가중처벌도 가능해진다.
이 같은 양형기준은 관계기관 의견조회와 공청회 등을 거쳐 3월 29일 최종 의결될 예정이어서, 이르면 올해 상반기부터 실제 재판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최근 국회를 통과한 중대재해처벌법이 미리 시행되는 효과를 발휘하는 셈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죄질 나쁠 땐 법정최고형 '징역 7년' 선고
12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전날 제107차 전체회의를 열고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위반 범죄의 양형기준안을 수정 의결했다. 양형위는 먼저 산안법 위반 범죄의 기본 형량 권고 범위를 종전의 ‘징역 6월~1년 6월’에서 ‘징역 1년~2년 6월’로 상향 조정했다.
특히, 죄질이 나쁜 특별가중인자가 2개 이상 존재하면 법정최고형인 징역 7년을, 다수범(피해자 다수)이거나 5년 이내 재범(반복적 사고)인 경우엔 최대 징역 10년 6월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각각 권고했다. 사고의 규모와 반복성을 주요 양형 사유로 반영한 것이다.
양형 고려 요소(양형인자)도 재정비했다. ‘사후적 수습’이라는 비판이 일었던 ‘상당 금액 공탁’은 감형인자에서 삭제했다. 양형위는 “산업재해 예방에 중점을 두도록 유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대신 자수나 내부고발 등을 특별감경인자로 뒀다. 기업범죄 양상을 띠는 산업안전보건범죄의 경우, ‘범죄에 가담한 사람’의 수사 협조가 범행 전모를 밝히는 데 결정적이기 때문이다.
양형 기준의 적용 범위도 확대됐다. 지금까지는 ‘사업주의 산업안전보건의무 위반으로 사람이 사망한 경우(치사)’에만 양형기준을 적용했었다. 그러나 이번 수정 의결을 계기로 △도급인의 산업안전보건의무 위반으로 사람이 사망한 경우 △사망자가 현장실습생인 경우 △5년 이내 치사 범죄가 재발한 경우 등에도 양형기준 적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다만, 치사 범죄가 아닌 산안법 위반 범죄는 그 중 일부에만 양형기준이 적용된다. 양형위 관계자는 “안전ㆍ보건 조치 의무는 매우 복잡하고 다양하게 규정돼 있어 전부에 대해 양형기준을 설정하긴 힘들다”며 “징역형 선고 사례가 있는 범죄에 한해 양형기준을 설정했다”고 말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범죄' 양형기준 수정 의결안(징역형 기준)
기본 | 특별가중 | 다수범 | 5년 내 재범 | |
---|---|---|---|---|
수정 양형기준 |
1년~2년6월 | 2년~7년 | 2년~10년6월 | 3년~10년6월 |
기존 양형기준 | 6월~1년6월 | 10월~5년3월 | 10월~7년10월15일 | 규정 없음 |
기본 형량 2배... 사업주 처벌 효과는 불투명
양형위의 이번 권고는 사실상 기본 형량을 2배 가까이 올린 것이라는 게 고용노동부의 해석이다. 사업장 규모에 따라 시행시기가 ‘공포 후 1년 또는 3년’으로 정해진 중대재해처벌법이 미리 적용되는 셈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처벌수위 상향과는 별개로, 지금까지 주로 경영책임자보단, 안전보건관리책임자나 법인 자체에 산안법 위반죄를 물었다는 점에서 산재 사망 사고 발생 시 실질적인 사업주 처벌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지적도 있다. 경영자 사법처리가 보다 수월한 중대재해처벌법과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는 뜻이다.
앞서 대법원 양형위는 지난해 7월부터 산안법 위반 범죄 양형기준 강화 방안을 논의해 왔다. 현재 양형기준은 2016년 만들어진 것이어서 2019년 전면 개정된 산안법을 반영할 필요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잇따르는 산재 사망 사건에 비해 양형기준이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지난해 6월 30일 자 13면)이 꾸준히 있었기 때문이다. 2013~2017년 산업재해 상해ㆍ사망사건 판결 중 징역 및 금고형이 선고된 경우는 2.93%에 불과했다. 대부분은 벌금형(57.26%)이나 집행유예형(33.46%)형에 그쳤다.
양형위는 이날 ‘환경범죄’와 ‘주거침입죄’ 양형기준안도 의결했다. 대기환경보전법ㆍ폐기물관리법 등 6개 환경 범죄 중에서 징역 7년 이하 선고가 가능한 범죄는 기본 권고 형량이 징역 8월~2년으로 설정됐고, 최대 징역 4년까지 선고하도록 했다. 주거침입죄의 기본 권고 형량은 징역 6월~1년, 최대 징역 10월~2년으로 각각 정해졌다. 동종 전과자의 특수주거침입죄의 권고 형량은 최대 징역 3년 6월로 설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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