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소 강아지의 눈망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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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소 강아지의 눈망울

입력
2021.01.12 16:00
수정
2021.01.12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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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11일 경기 양주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에서 새끼 강아지들이 보호자나 입양자를 기다리고 있다. 이 두 마리는 구조돼 새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고은경 기자

당분간, 아니 앞으로도 가고 싶지 않은 곳이 있다. 유실∙유기동물의 생과 사가 갈리는 보호소다. 다녀온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지금도 떠올리면 울컥함이 올라온다. 감수성이 풍부해서가 아니다. 누구든 보호소 안에서 울부짖는 동물들과 눈을 마주친다면 외면하기 어렵다고 장담할 수 있다.

유실∙유기동물이 보호소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보호기간이 끝나는 열흘 동안 어떻게 지내는지 알아보기 위해 경기 양주에 있는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를 찾았다. 이곳은 서울 20개구와 경기도 4개시로부터 위탁받아 유기동물 구조와 보호를 맡고 있다.

경기 연천에서 11월22일 구조됐던 개들은 보호기간이 끝나도 보호자나 입양자가 나타나지 않자 안락사 됐다. 동물보호관리시스템 홈페이지 캡처

방문 전날 보호소에 들어온 유기견 네 마리의 열흘을 따라가 보기로 했다. 현실 그대로 알리는 게 맞지만 보호자나 입양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안락사되는 걸 지켜볼 용기가 없었다. 보호소 동물을 다 구하진 못하더라도 이 네 마리는 살리고 싶었다. 동물보호단체인 팅커벨프로젝트가 구조에 도움을 주기로 했다. 취재 첫날, 같은 자리에서 함께 구조된 두 마리는 보호자가 나타났다. 내장형 동물등록칩 덕분이었다. 나머지 두 마리의 열흘도 '해피엔딩'이길 바랐다.

두 마리의 보호소 생활을 알아보기 위해 유기동물 보호 공간에 들어갔다. 입소한 날짜별로 구분되어 있는 방에는 작은 철창이 좌우로 네 칸씩 2층으로 놓여 있었다. 여기서부터 (두 마리를 구조하겠다는) 계획이 흐트러졌다. 태어난 지 1, 2개월이 채 안 된 작은 강아지들이 눈에 들어왔다. 강아지들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믹스견이었다. 이 작고 약한 생명들은 어디서 온 걸까. 사람이 다가가자 호기심은 있지만 겁을 먹고 뒷걸음질치는 강아지도, 유난히 존재감을 뽐내며 나가고 싶다는 듯 온몸으로 울부짖는 강아지도 기억에 남았다.

지난달 5일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에 들어온 닥스훈트와 몰티즈의 열흘을 따라가 보기로 했다. 이 두 마리는 보호기간이 끝날 때까지 보호자나 입양자가 나타나지 않아 팅커벨프로젝트가 구조하기로 했다. 동구협 제공

유기동물 공고가 올라오는 동물보호관리시스템(APMS)을 확인하니 강아지들은 경기 연천, 김포, 동두천 길 위나 버스정류장 옆, 야산 등에서 구조됐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강아지들의 공고는 끝이 없었다. 수시로 APMS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개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품종견의 경우 보호자에게 돌아간 사례도 있고 새 가족을 찾기도 했지만 믹스 강아지들을 찾는 보호자도, 입양자도 없었다.

이는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해 APMS 통계에 따르면 유실∙유기견 10마리 중 약 7마리는 믹스견이다. 또 한 언론사가 최근 10년간 APMS통계를 분석한 결과 유기동물 중 한 살 미만은 10마리 중 4마리로 가장 많았다.

경기 양주 서울동물구조관리협회에서 보호하던 강아지. 고은경 기자

믹스 강아지들이 길을 잃은 건지, 버려진 건지 확인할 수 없지만 적어도 마당에서 키우는 개들의 중성화 수술이라도 했으면 보호소에 와서 살아갈 기회 조차 얻지 못하고 안락사 당하지는 않았을 텐데라는 안타까움이 컸다.

동물단체 활동가들과 논의 끝에 보호자도 입양자도 나타나지 않은 첫날 선정했던 두 마리를 포함, 울부짖던 믹스 강아지와 그 옆 칸에 있던 강아지를 추가로 보호소에서 데리고 나왔다. 사실 활동가들에게 유기동물을 보호소에서 데리고 나온다는 것은 끝이 아닌 입양처를 찾아야 하는 또 다른 시작을 뜻한다. 현재 흑미, 토토, 모찌, 성탄이라는 이름을 얻고 새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경기 양주 동물구조관리협회에는 길을 잃거나 버려진 태어난 지 얼마 안된 강아지들이 많이 입소한다. 고은경 기자

유기동물 구조도, 가족을 찾아주는 일도 중요하다. 하지만 보호소를 다녀온 후 무엇보다 먼저 유기동물을 발생시키지 않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새삼 느끼게 됐다. 이를 위해선 동물등록 의무화가 필수다. 특히 개가 집을 나가도 찾지 않고 마당에서 방치하면서 기르는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유기동물 수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고은경 애니로그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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