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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공이산, 중국은 결국엔 산을 옮긴다

입력
2021.01.12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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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중국 외교부장(왼쪽)이 무함마드 부하리 나이지리아 대통령. 신화 연합뉴스

왕이 중국 외교부장(왼쪽)이 무함마드 부하리 나이지리아 대통령. 신화 연합뉴스


미국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 12월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국에 대한 이미지와 별개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은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가장 부합하는 지역이 바로 아프리카 지역이다. 중국 왕이 외교부장이 새해 1월 4일부터 9일까지 나이지리아, 콩고민주공화국, 보츠와나, 탄자니아, 세이셸 등 5개국을 공식 방문한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중국 외교부장은 1991년부터 올해까지 31년 동안 새해 첫 해외 순방지로 아프리카를 방문하고 있다. 중국의 아프리카 중시와 관계 발전 의지를 보여 준다.

중국에 아프리카는 다자주의를 발산하고, 일방주의와 보호주의를 반대하는 국제사무에서 '천연의 동맹군'으로 간주된다. 중국은 20년 넘게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작년에는 중국·아프리카 방역 협력 특별 정상회담을 갖는 등 중국과 아프리카의 전통적 우호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오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관심이 줄어든 아프리카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거부권 행사가 가능한 주요 국가이다. 게다가 중국은 자신을 발전중 국가라고 규정하고 아프리카, 남미 등 이른바 발전도상국을 상대로 우호 협력 외교에 오랜 시간 공을 들여왔다. 일례로,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을 20년 동안 계속 개최해 오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중국과 아프리카 무역액은 20배, 중국의 아프리카에 대한 직접 투자는 100배 증가했다. 아프리카 유학생 12만명에게 정부 장학금을 제공했다. 아프리카 48개국에 의료진 2만여명을 파견, 약 2.2억명을 치료했다.

중국이 아프리카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외교적 중요성 때문이다. 왕이 외교부장의 표현을 빌자면 중국이 주창하는 인류운명공동체 건설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지역이 바로 아프리카이다. 중국에 대한 비호감도 다른 지역에 비해서 그리 크지 않다. 중국은 다자주의 심화를 위한 대외 협력 지점과 성장 거점으로서 아프리카를 중시한다. 다자주의와 상호 윈윈의 전형으로서 아프리카 중시 결과가 지금 중국과 아프리카의 긴밀 협력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많은 시간을 공들인 결과이다.

중국은 꼭 해야 하는 일이라면 시간의 제약에 구속받지 않고 자신의 시간을 간다. 예를 들어, 총 길이 6,300㎞에 달하는 만리장성 축조는 춘추시대에 시작하여 진나라를 거쳐 명나라 시기에 완성했다. 무려 1,500여년의 시간 동안 수많은 왕조가 일어나고 사라졌지만 만리장성 축조를 멈춘 적은 없었다. 삼협댐 건설도 "내 세대에 만들지 못하면 자식 세대에서 만들고, 자식 세대에서 만들지 못하면 손자 세대에서 만들면 된다"라는 생각으로 손중산이 첫 삽을 뜬 지 100여년 만에 완성되었다. 우공이산 정신으로 시작하여 결국 '산'을 옮겼다.

중국은 시간의 제약에 구속받지 않고 장기 계획에 따른 우호 협력의 중국·아프리카 관계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갖고 아프리카에 접근해 왔다. 여기에 중국과 아프리카 협력을 1대 54가 아니라 54에 1을 추가하는 전향적이고 유연한 접근도 한몫했다. 우리도 미래 세대를 위해서 꼭 해야 할 일이라면 지금 바로 물꼬를 트고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 스스로 시간의 속박을 끊고 긴 호흡으로 시간과 함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지혜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우공이산은 결국 '산'을 옮긴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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