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현장에서 근로자가 숨지는 산업재해 발생 시 경영 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형이나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부과하는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중대재해법)이 8일 국회를 통과했다.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숨진 ‘정인이 사건’(입양아 학대 사망 사건) 재발을 막기 위한 아동학대범죄처벌 특례법 개정안도 국회 문턱을 넘었다.
하지만 중대재해법의 경우, 산업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5인 미만 사업장이 적용대상에서 제외되고 법안 명칭도 당초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서 '기업'이 빠지는 등 입법 취지가 퇴색했다. 아동학대범죄처벌 특례법 역시 '정인이 사건'으로 국민적 공분이 일어난 뒤에야 ‘벼락치기’로 법안이 처리돼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재석 의원 266명 중 164명의 찬성, 반대 44명, 기권 58명으로 중대재해법 제정안을 통과시켰다. 정의당 의원 6명은 법안에 반대한다는 취지에서 기권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산업 현장에서 중대재해 또는 부상자가 2명 이상 나올 경우 중대재해법이 적용된다. 특히 사망사고 발생시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받는다. 기업 등 법인도 사망 사고 시 50억 원 이하, 부상이나 질병은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2024년부터 법이 적용되고, 전체 사업체의 80%에 이르는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50인 이상 사업장은 내년 초부터 법이 적용된다.
본회의 통과 직전 법안 명칭이 바뀌기도 했다. 애초 발의된 법안명에는 '기업' 등이 적시됐었지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는 지난 7일 대안법의 이름을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으로 고쳤다. 입법 과정에서 재계 등으로부터 '기업'을 적대시하는 게 아니냐는 반발이 거세지자, 여당 주도로 법안명을 변경한 것이다.
정인이 사건 방지법인 아동학대범죄처벌법 개정안도 이날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향후 아동학대 신고 접수 시 경찰이나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은 즉각 조사나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 조사나 수사 결과는 유관기관에 통지ㆍ공유 해야 하고, 아동학대 행위자와 피해아동을 분리 조사하는 조항도 마련됐다. 부모의 체벌을 정당화 해 아동학대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친권자의 징계권' 문구를 삭제하는 민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하지만 '정인이 사건'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뒤에야 이에 대한 한발 늦은 대책에 나섰다는 점에서 ‘보여주기 식’ 입법이라는 비판이 따른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택배노동자의 과로를 방지하기 위해 물류 인프라를 확충하고 안전 대책을 강화하는 한편 택배업을 등록제로 전환하는 내용의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제정안도 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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