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펑크 2077' 참사가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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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펑크 2077' 참사가 남긴 것

입력
2021.01.0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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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진
최연진IT전문기자

지난해 말 게임업계를 떠들썩하게 뒤흔든 사건이 있다. 일명 ‘사이버펑크 2077’ 참사다. 결국 해결이 안 돼 올해까지 이어지는 이 사건은 IT분야뿐 아니라 모든 산업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사이버펑크 2077은 폴란드의 유명 게임개발사 CD프로젝트레드(CDPR)가 만든, PC와 가정용 게임기(콘솔)에서 즐길 수 있는 역할분담형게임(RPG)이다. CDPR가 ‘위쳐3’라는 훌륭한 게임으로 성공해 대규모 투자도 받고 증시에도 상장한 업체여서 후속작인 사이버펑크 2077에 대한 기대가 컸다.

CDPR의 예고대로라면 사이버펑크 2077은 놀라운 게임이다. 이용자가 주인공의 성기까지 디자인할 수 있을 만큼 '자유도'가 높은 게임이다. 이렇게 만든 주인공으로 ‘설마 이런 것까지 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게임 속에서 갖가지 일을 할 수 있게 개발됐다. 여기에 할리우드의 유명 스타 키아누 리브스가 주인공 목소리를 연기했고, 국내 출시판에는 우리 성우들이 참여해 게임 속 모든 대화를 생생한 우리말로 녹음해 제공했다. 덕분에 수년간 언론과 게임업계의 기대를 받은 사이버펑크 2077은 지난해 12월 10일 출시되기 전, 사전 예약으로만 전 세계에서 800만개가 팔렸고 연말까지 무려 1,300만개라는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했다.



그런데 막상 출시된 게임은 기대와 달리 완전 재앙이었다. 진행이 힘들 정도로 갖가지 결함이 나타났고 중간에 게임이 멈춰 먹통이 되는 일까지 자주 발생했다. 두어 차례 출시일을 연기한 CDPR 경영진들이 더 늦추면 주가가 떨어질까 봐, 개발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완성 게임을 그냥 내놓은 탓이었다.

결과는 게임 사상 최초의 전 세계적인 환불 사태로 이어졌다. 우선 게임기 업체인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가 각각 온라인 장터에서 이 게임을 퇴출시켜 버렸다. 미국 베스트바이 등 대규모 유통점들도 자체 환불을 실시했다. 결국 세계 각국에서 쏟아진 원성과 비난을 견디지 못한 CDPR는 이달 10일까지 전 세계에서 환불 절차를 밟겠다고 발표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승승장구했던 CDPR 주가는 반 토막 났고 경영진들은 투자자 기만을 이유로 집단소송까지 당했다. CDPR 개발자들조차 출시일에 맞추기 위해 혹사당했고 자신들의 반대를 무시한 채 미완성 게임을 내놓았다며 경영진에 거세게 반발했다.

안팎으로 최대 위기를 맞은 CDPR 경영진들은 환불과 별개로 1월과 2월에 대규모 온라인 수정 조치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크게 실망한 이용자들은 별로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CDPR는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잃은 것이다.

기업이 시장의 신뢰를 잃는다는 것은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그 뒤에 아무리 훌륭한 개선 조치나 제품을 내놓아도 돌아선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리기란 힘들기 때문이다. 돈에 눈이 먼 경영진의 욕심 탓에 CDPR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서 거짓말을 일삼는 양치기 기업이 돼버린 것이다.

CDPR의 사이버펑크 2077 사태는 여러 교훈을 던져주는 반면교사가 되고 있다. 차라리 손해를 볼지언정 품질을 양보하면 안 되고 소비자와 약속한 일을 저버리는 행위를 절대 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됐을지라도 잘못에 대한 책임과 반성, 시정 조치에 대해서도 인색하면 안 된다.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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