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 눈으로 본 2021 산업]
세계 자동차 시장도 지난해 코로나19 충격을 딛고 올해 회복을 노리고 있다. 특히 신차가 쏟아지는 전기차 시장의 경쟁과 성장이 기대된다. 여기에 이른바 '모빌리티 시대'가 가속화되면서 투자자로선 기업의 '미래가치'를 제대로 파악하는 게 올해 투자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전기차 '400만대' 시대 예상
9일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세계 자동차 판매량(약 8,340만대)은 작년보다 약 9% 성장할 전망이다. 코로나19 여파로 16.1%나 판매량이 급감했던 작년(7,650만대)보다는 늘어나지만, 여전히 2019년(9,118만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올해 국내 자동차 판매량(386만대)도 작년보다 10.3% 성장할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내수와 수출 전망치는 다르다. 작년 사상 최대치(191만대)를 찍었던 내수시장은 올해(182만대) 4.4% 감소가 예상되는 반면, 수출(234만대)은 해외 코로나19 진정세로 작년보다 22.9%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성장 기대감이 가장 큰 차종은 단연 전기차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280만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30% 성장한 데 이어, 올해는 400만대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올해부터 주요 선진국의 △환경규제 강화 △친환경차 지원 확대 등 정책 영향이 커진다. 특히 유럽연합(EU) 지역에선 이산화탄소 배출량 제한(㎞ 당 95g)을 못 맞추면 아예 자동차업체에 벌금을 부과한다. 미국 역시 바이든 대통령이 자동차 연비 기준과 친환경 정책을 강화할 전망이다.
신모델이 쏟아지는 것도 주목할 요소다.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1위였던 테슬라는 올해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전기차인 '모델Y' 판매 시장을 중국, 유럽, 한국 등으로 확대한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차 'CV(프로젝트명)' △제네시스 'JW(프로젝트명)' 등 최근 공개한 전용 플랫폼 'E-GMP' 기반의 차세대 전기차 3종을 출시하고, 글로벌 전기차 3위 도약을 목표로 한다. 이 밖에도 폭스바겐 'ID.4',아우디 'Q4 e-tron', 메르세데스-벤츠 'EQS', BMW 'iX' 등이 올해 출시된다.
'모빌리티 시대' 기업 간 합종연횡 본격화
올해 투자자들이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다. 기존 업체들은 이른바 'C.A.S.E(커넥티드, 자율주행, 차량공유, 전동화)'로 대표되는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 대한 대비에 다투어 뛰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인력 재교육, 연구개발(R&D) 등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인데, 코로나19 충격으로 올해 세계 자동차 업체들의 R&D 투자액은 오히려 12% 감소할 처지다.
자연히 기업 간 협력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화제가 된 현대차그룹과 애플의 자율주행 전기차(일명 애플카) 공동 개발 협의가 대표적이다. 두 회사가 협력할 경우, 현대차그룹은 E-GMP 플랫폼, 전기차 제어부품, 자율주행센서 등을 담당하고, 애플은 '모노셀' 배터리, 소프트웨어(SW), 디자인 등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LG전자와 세계 3위 자동차 부품사인 '마그나'의 전기차 부품 합작사 설립 소식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합작 회사는 전기모터, 인버터 등 전기차 파워트레인(동력계통) 시장 선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지난해 아마존이 자율주행 스타트업 '죽스(ZOOX)'를, 오로라가 우버의 자율주행 사업부문 'ATG'를 인수한 것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인수합병(M&A)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로봇택시, 무인배송 분야의 합종연횡이 활발할 전망이다.
"미래 지향 기업에 주목해야"
증권가에서는 장차 성공하는 자동차 기업의 조건으로 '미래지향'을 꼽고 있다. 미래 모빌리티 산업 대비가 잘된 곳은 지금보다 더 큰 성장을 거두겠지만, 전통 내연기관 자동차에 갇힌 기업은 언젠가 좌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미국 증시를 달군 테슬라는 전동화, 자율주행 등에 대한 기술력과 매력적인 비전을 갖추고 있었다. 올해 '제2의 테슬라'로는 중국 전기차 업체인 '니오', 유인드론 업체인 '이항', 전기차 플랫폼 업체 '카누' 등이 거론된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이동 제약이 풀릴 것을 감안해 미국 승차공유 업체인 '우버', '리프트' 등도 다시 관심을 얻고 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통상 자본시장은 미래 가치를 선반영하는데, 코로나19로 미래가 좀 더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다"며 "자동차 외에도,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로보틱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장 가능성을 가진 모빌리티 기업을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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