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 작가, 7일 트위터에 "영화화 한다"고 밝혀
1995년 이후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1990년대 농구 붐 일으킨 만화, '강백호' 열풍도
1990년대 국내에서도 팬덤 현상을 일으키고 지금까지 큰 사랑을 받는 만화 '슬램덩크'가 영화로 돌아옵니다. 1995년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개봉된 이후 26년 만인데요.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작품인 만큼 각국에선 영화화 소식에 "이 장면은 꼭 넣어달라"는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는데요. 그런데 특이하게 많은 팬들이 "영화는 꼭 애니메이션으로 보고 싶다"며 실제 사람이 연기하는 실사판 영화 제작을 강하게 반대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슬램덩크 작가 이노우에 다케히코(井上雄彦)씨는 7일 자신의 트위터에 "슬램덩크, 영화화됩니다"란 글을 올렸습니다. 슬램덩크를 영화로 제작한다는 짧은 티저 영상도 함께 게시했는데요. 티저 영상은 약 30초 분량으로, 영어로 슬램덩크를 쓰고 농구공을 그리는 장면이 전부였습니다. 영상과 트위터에는 '슬램덩크 무비(#slamdunkmovie)'란 해시태그도 달았구요.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배급사인 토에이사는 같은날 영화 슬램덩크 공식 티저 사이트와 트위터 채널을 열었습니다. 홈페이지에는 이노우에 작가가 올린 티저 영상과 트위터 계정, 영화 제작사 외에는 별다른 정보를 담지 않았는데요.
日서 1억2,600만부 넘게 팔린 전설의 만화
슬램덩크는 1990~1996년 일본 만화 잡지 주간소년챔프에 연재된 인기 만화로, 누적 발행 부수만 1억2,600만부를 넘었습니다. 일본에선 가장 성공한 스포츠 만화로 꼽히구요.
2일 일본 방송사 TV아사히가 방송한 '만화 총선거' 프로그램에선 일본인 15만명을 대상으로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만화' 설문 조사를 벌였는데, 슬램덩크는 원피스, 귀멸의 칼날의 뒤를 이어 3위를 차지했습니다. 원피스는 아직 연재 중이고, 귀멸의 칼날은 지난해 5월 연재가 종료된 점을 고려하면 연재가 끝난 지 25년이나 지난 슬램덩크의 인기는 두 만화를 뛰어넘는다고도 볼 수 있겠죠.
그도 그럴 것이 2018년에는 표지 디자인을 바꿔 재발매를 했는데, 520만부 이상이 팔리며 식지 않는 인기를 증명했습니다. 2018년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만화 4위를 차지했구요.
슬램덩크가 처음 연재 당시 큰 인기에 힘입어 1993년부터는 TV 만화로 만들어져 방영됐습니다. 국내에도 1998년에 TV 만화로 한 공중파 방송국에서 내보냈죠.
슬램덩크가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한 건 1992년 쯤입니다. 당시 일본 대중문화가 개방되기 전이라 일본식 이름과 지명을 쓸 수 없었는데요.
등장 인물의 이름과 학교, 지명 모두 한국식으로 바꾼 이유도 여기에 있죠. 등장인물 이름을 강백호, 서태웅, 채치수, 정대만 등으로 바꿨는데, 지금도 국내에선 일본식 이름이 아닌 한국식 이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강백호의 원작 이름은 사쿠라기 하나미치(?木花道)인데, 국내 팬들에게는 사쿠라기 하나미치보다 강백호가 훨씬 친숙하게 다가옵니다.
슬램덩크는 1990년대 국내 농구 붐을 일으킨 주역이란 평가를 받습니다. 국내에서 인기를 끌던 1994년에는 농구를 소재로 한 MBC 드라마 '마지막 승부'가 제작됐죠. 만화와 드라마의 인기가 맞물리면서 당시 국내에는 농구 열풍까지 불었습니다. 슬램덩크의 국내 누적 판매 부수는 1,450만부로 알려집니다.
2018년에는 국내에서 슬램덩크 농구공이 출시됐는데 불티나게 팔렸습니다. 스포츠 장비 전문업체 몰텐이 일본에서 2017년 4월에 출시한 슬램덩크 농구공을 1년 뒤 한국판으로 수정해 국내에 판매했구요.
슬램덩크가 나온 1990년대 분위기를 살리고자 당시 일본 고등학교 전국대회에서 사용한 공식 시합구 디자인을 적용했습니다. 농구공에는 슬램덩크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그림을 넣었는데요. 강백호가 북산고-산왕공고전에서 역전 결승골을 넣는 장면입니다.
누리꾼들 "북산고 대 산왕공고전 영화화 해 달라" 아우성
영화화 소식에 전 세계 팬들은 이노우에 작가 트위터에 댓글을 달며 기대감을 내비쳤습니다. 슬램덩크가 영화화되는 건 1995년 7월 네 번째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개봉된 지 26년 만입니다.
누리꾼들은 영어와 일본어는 물론 스페인어, 아랍어 등 각국의 언어로 환영한다는 글을 올렸죠. "대체 이게 무슨 일이냐", "반드시 극장에서 봐야 할 영화",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난다", "기대돼 미칠 거 같다"고 환호했습니다.
국내 팬들도 뜨거운 지지를 보냈습니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직장인 김건호(39)씨는 "어릴 때 재밌게 본 만화라 영화가 된다면 무조건 보겠다"면서 "마니아들이 많아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수 있어 걱정은 되지만, 어렸을 때 추억을 되살리는 것만으로도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는데요.
그러나 특이하게도 실사판 영화가 아닌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달라는 누리꾼들이 상당했습니다. 왜 일까요.
이들은 "명작을 그냥 가만히 둬라", "꼭 애니메이션으로 부탁한다", "(실사판) 영화화는 안 된다", "실사로 할 거면 그만둬라" 등의 반응을 보였다는데요.
1990년대 만화책으로 보던 추억 그대로 남기고 싶다며 영화화가 아쉽다는 팬들이 있습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박인기(33)씨는 "영화화 소식을 듣고 어렸을 때 추억이 떠올라 만화책을 다시 꺼내봤다"며 "혹시라도 실사화가 된다면 만화로 보던 환상이 깨질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런 누리꾼들의 바람대로 영화는 실사판 영화가 아닌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될 방침입니다. 토에이사는 이날 공식 티저 사이트 개설 소식을 알리면서 "새로운 애니메이션 영화를 제작 중입니다. 계속해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라고 밝혔어요. 즉 다섯 번째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제작될 예정이라고 공지한 셈인데요.
일부는 슬램덩크의 마지막 경기이자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북산고 대 산왕공고 경기'를 영화화해 달라고 아수성입니다. 만화 연재가 끝나기 전 TV 애니메이션이 먼저 끝난 탓에 이 경기를 포함해 만화의 결말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지 못했기 때문인데요.
그 중에서도 경기가 끝난 뒤 강백호와 서태웅이 손뼉을 치며 인사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장면을 영화에 꼭 넣어 달라는 누리꾼들의 요구가 많다고 합니다.
북산고-산왕공고전은 전국대회 2차전 경기로, 산왕공고는 전국 최강자로 꼽히는 팀이입니다. 모두 주인공인 강백호가 속한 북산고가 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접전 끝에 북산고가 산왕공고를 1점 차로 이깁니다.
누리꾼들은 지금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북산고-산왕공고전을 분석하는 글을 올리며 슬램덩크를 추억하고 있죠.
과연 처음 공개된 지 딱 30년 된 슬램덩크가 어떻게 영화로 만들어질 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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