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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이재준 고양시장 “착한 임대인 아닌 착한 제도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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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이재준 고양시장 “착한 임대인 아닌 착한 제도 만들어야"

입력
2021.01.07 13: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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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국회가 나서 자영업자
임대료 부담 덜어줘야"

이재준 경기 고양시장. 고양시 제공

이재준 경기 고양시장. 고양시 제공


최근 작은 음식점을 운영하는 지인에게 연락이 왔다. 그는 “요즘 힘드시죠?”라는 질문에 그는 한숨부터 쉬었다. “매출은 반 토막 났는데, 매달 100만원씩 가게 임대료를 꼬박꼬박 내다보니 이제 보증금에서 차감해야 할 지경입니다."

이 절박한 목소리들을 대변하듯 임대료 인하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6개의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그런데 이 법안들은 논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채 멈춰 버렸다. 사적 계약인 임대료 감면은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의 명백한 침해라는 것이다. 포퓰리즘이라는 비판도 있다.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은 자영업자들에게 상당히 ‘실례’인 발언이다. 자영업자에게 임대료는 점포 존립을 위한 ‘생존비용’이기 때문이다. 나의 생계라는 밥그릇이 정치인들의 밥상 위에서 이리저리 표류하고 포퓰리즘으로 매도당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소상공인들은 지난 1년, 코로나19 사태로 생존 위기에 내몰렸다. 집합제한부터 영업금지까지 고강도의 방역조치에 묵묵히 따랐지만 침해당한 그들 재산권은 ‘다수의 안전’이라는 방역논리에 묻혔다. 임대인의 수입은 불가침의 성역으로 접근조차 거부되는 상황과 비교된다.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임차인과 임대인 간의 갈등은 필연적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엄밀히 따져 보면 임차인과 임대인을 서로 멱살잡게 한 것은 코로나19도, 방역조치도 아니었다. 법과 제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1년 넘게 지속된 코로나19는 이미 사회재난으로 커졌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약자의 보호망을 미리 마련해 놓지 못했다. 고작 ‘착한 임대료 운동’이란 이름의 배려에 기대온 게 전부다.

지금이라도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와 국가가 나서 합의를 이끌어야 할 때다. 방법은 사회적 합의다. 소상공인에게 재난의 모든 고통과 부담을 전가할 것이 아니라, 이 고통을 어떻게 분담할지 논의해서 정해야 한다.

임차인과 임대인, 정부와 국회, 금융기관 모두가 합의로 비율을 정하는 게 답이다. 집합제한 시 15%, 집합금지 시 30%를 인하하는 동시에, 임대인에게는 세제 혜택과 더불어 대출상환 유예, 이자 감면 등을 통해 손실을 보전하는 것도 방법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어느 한 쪽에도 50% 이상의 손실을 감내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착한 임대인도, 나쁜 임대인도 없다. ‘착해지기’를 강요해서도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착한 제도다. 그래야만 소상공인의 붕괴는 물론, 경제 전체의 위기도 막을수 있다.

이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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