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자배정, 친분 관계로 주식 배정하는 악용 많아
이사회의사록에 배정근거 구체적 기록 의무화
'신기술 도입 또는 재무구조 개선' 요건도 있어
"바이오기업 경력 없고, 자산가도 아닌데 의문" 지적
김 후보자 "미공개정보 이용 안했고, 청문회때 소명"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자가 현재 보유 중인 1억원대 주식의 약 90%를 차지하는 바이오주(株)를 약 4년전 ‘제3자배정’ 방식으로 취득한 것과 관련해 해당 회사의 이사회 기록에는 ‘배정 근거’가 명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제3자배정은 특정인 또는 특정 법인에 새로 발행된 주식(신주)을 싸게 넘기는 등 ‘특혜 제공’으로 악용될 수 있어 반드시 배정 근거를 기록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아울러 김 후보자가 제3자배정으로 신주를 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상법상 제3자배정은 △신기술 도입 △재무구조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경우로 제한(상법 제418조)되는데, 김 후보자의 경력을 볼 때 이 같은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기 힘들다는 뜻이다. 일각에선 상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견해도 있어, 향후 인사청문회에서 취득 경위의 적법성 논란이 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사회의사록에 '배정 근거' 전혀 안 남아
국회에 제출된 인사청문요청안의 재산부속서류를 보면, 김 후보자는 현재 1억675만원 상당의 주식 종목을 소유하고 있다. 이 중 88%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키트 제조업체인 미코바이오메드(9,385만원 상당)가 차지하고 있다. 그는 2017년 3월 이 업체의 전신인 나노바이오시스의 유상증자 시 제3자 배정방식으로 참여해 5,813주(4,824만원 상당)를 취득했다. 단가는 당시 평균 주가보다 8.97% 할인된 가격이었다. 5개월 후 나노바이오시스는 미코바이오메드와 합병했고, 김 후보자는 지난해 9월쯤 2,530주를 추가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6일 한국일보가 관련 기록을 분석한 결과, 나노바이오시스가 김 후보자와 관련해 ‘5,813주 제3자배정’을 결정했던 이사회의사록에는 ‘배정근거’가 전혀 기록돼 있지 않았다. 김 후보자는 2001~2002년 미국 하버드 로스쿨 유학 시절, 이 회사 대표인 김모씨를 보스턴 한인교회에서 만나 인연을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개인적 친분이 주식 취득의 계기였던 셈인데, 이를 공식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던 것이다.
문제는 제3자배정의 적법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볼 소지가 크다는 점이다. 기업의 신주 발행 시 특정인 또는 특정 법인을 콕 집어 주식을 배정하는 제3자배정은 ‘일반공모’나 ‘주주배정’보다 빠르고 확실하게 투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친인척이나 가까운 지인에게 주식을 싸게 넘기고 차익을 얻도록 해 주는 등으로 악용된 사례가 많아 2000년대 들어 절차가 까다로워졌다. 이사회의사록에 ‘배정 대상자 선정 경위’를 포함해 공개하도록 의무화한 게 대표적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의사록에 ‘배정자 선정 경위’를 넣는 건 상장기업이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는 정석”이라며 “그런데도 이를 기록하지 않은 건 서류작업상 실수로 볼 수도 있지만, 배정 근거를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제3자배정 주식 '취득 요건' 충족도 의문
이와 별개로, 금융투자업계에선 김 후보자가 제3자배정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상법 규정과는 달리, 김 후보자에겐 ‘신기술 도입’ ‘바이오기업 경영’ 관련 이력이 사실상 전무한 데다, ‘기업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거액을 투자할 능력이 있다고 볼 수도 없기 때문이다. 상장기업이 제3자배정 방식으로 끌어들이는 일반적 투자자는 아니라는 얘기다.
특히 김 후보자의 제3자배정 주요사항 보고서를 보면, ‘투자 적격대상 요건 충족 여부 및 납입능력 등을 고려해 선정’이라는 일반론적 설명만 적혀 있다. 금융당국이 모범사례 예시로 든 ‘제약, 의료 업종에 20년간 재직’ 등의 구체적인 문구와는 전혀 다르다. 금융투자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김 후보자의 경우, 바이오기업 관련 경력이 거의 없고, 보유 재산(약 18억원)도 고액 투자를 반복적으로 하기엔 어려운 수준”이라며 “통상적인 제3자배정 대상자와는 거리가 멀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김 후보자의 ‘미공개정보 이용 차익 취득’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김 후보자는 그러나 이날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주식) 거래를 한 적이 없고, 상세한 내용은 청문회 과정에서 소상히 설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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