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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1억 상당 바이오주 '제3자배정' 근거 기록 없어... '무자격 취득'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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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진욱, 1억 상당 바이오주 '제3자배정' 근거 기록 없어... '무자격 취득' 의혹

입력
2021.01.07 04: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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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자배정, 친분 관계로 주식 배정하는 악용 많아
이사회의사록에 배정근거 구체적 기록 의무화
'신기술 도입 또는 재무구조 개선' 요건도 있어
"바이오기업 경력 없고, 자산가도 아닌데 의문" 지적
김 후보자 "미공개정보 이용 안했고, 청문회때 소명"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자가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자가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자가 현재 보유 중인 1억원대 주식의 약 90%를 차지하는 바이오주(株)를 약 4년전 ‘제3자배정’ 방식으로 취득한 것과 관련해 해당 회사의 이사회 기록에는 ‘배정 근거’가 명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제3자배정은 특정인 또는 특정 법인에 새로 발행된 주식(신주)을 싸게 넘기는 등 ‘특혜 제공’으로 악용될 수 있어 반드시 배정 근거를 기록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아울러 김 후보자가 제3자배정으로 신주를 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상법상 제3자배정은 △신기술 도입 △재무구조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경우로 제한(상법 제418조)되는데, 김 후보자의 경력을 볼 때 이 같은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기 힘들다는 뜻이다. 일각에선 상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견해도 있어, 향후 인사청문회에서 취득 경위의 적법성 논란이 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사회의사록에 '배정 근거' 전혀 안 남아


김진욱 후보자가 제3자배정 방식으로 주식을 받은 기업 미코바이오메드 이사회의사록(왼쪽 사진)과 다른 코스닥 기업의 제3자배정 관련 이사회의사록(오른쪽). 타 기업의 의사록에는 '배정자 선정 경위'가 들어가 있지만, 미코바이오메드 의사록에는 없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김진욱 후보자가 제3자배정 방식으로 주식을 받은 기업 미코바이오메드 이사회의사록(왼쪽 사진)과 다른 코스닥 기업의 제3자배정 관련 이사회의사록(오른쪽). 타 기업의 의사록에는 '배정자 선정 경위'가 들어가 있지만, 미코바이오메드 의사록에는 없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국회에 제출된 인사청문요청안의 재산부속서류를 보면, 김 후보자는 현재 1억675만원 상당의 주식 종목을 소유하고 있다. 이 중 88%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키트 제조업체인 미코바이오메드(9,385만원 상당)가 차지하고 있다. 그는 2017년 3월 이 업체의 전신인 나노바이오시스의 유상증자 시 제3자 배정방식으로 참여해 5,813주(4,824만원 상당)를 취득했다. 단가는 당시 평균 주가보다 8.97% 할인된 가격이었다. 5개월 후 나노바이오시스는 미코바이오메드와 합병했고, 김 후보자는 지난해 9월쯤 2,530주를 추가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6일 한국일보가 관련 기록을 분석한 결과, 나노바이오시스가 김 후보자와 관련해 ‘5,813주 제3자배정’을 결정했던 이사회의사록에는 ‘배정근거’가 전혀 기록돼 있지 않았다. 김 후보자는 2001~2002년 미국 하버드 로스쿨 유학 시절, 이 회사 대표인 김모씨를 보스턴 한인교회에서 만나 인연을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개인적 친분이 주식 취득의 계기였던 셈인데, 이를 공식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던 것이다.

문제는 제3자배정의 적법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볼 소지가 크다는 점이다. 기업의 신주 발행 시 특정인 또는 특정 법인을 콕 집어 주식을 배정하는 제3자배정은 ‘일반공모’나 ‘주주배정’보다 빠르고 확실하게 투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친인척이나 가까운 지인에게 주식을 싸게 넘기고 차익을 얻도록 해 주는 등으로 악용된 사례가 많아 2000년대 들어 절차가 까다로워졌다. 이사회의사록에 ‘배정 대상자 선정 경위’를 포함해 공개하도록 의무화한 게 대표적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의사록에 ‘배정자 선정 경위’를 넣는 건 상장기업이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는 정석”이라며 “그런데도 이를 기록하지 않은 건 서류작업상 실수로 볼 수도 있지만, 배정 근거를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제3자배정 주식 '취득 요건' 충족도 의문

미코바이오메드 주식을 제3자배정으로 받은 투자자들이 나열돼 있는 주요사항보고서(왼쪽 사진)와 금융당국이 작성한 주요사항보고서 모범 사례(오른쪽). 모범사례에는 개인의 선정 경위에 구체적인 경력이 적시돼 있다.

미코바이오메드 주식을 제3자배정으로 받은 투자자들이 나열돼 있는 주요사항보고서(왼쪽 사진)와 금융당국이 작성한 주요사항보고서 모범 사례(오른쪽). 모범사례에는 개인의 선정 경위에 구체적인 경력이 적시돼 있다.

이와 별개로, 금융투자업계에선 김 후보자가 제3자배정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상법 규정과는 달리, 김 후보자에겐 ‘신기술 도입’ ‘바이오기업 경영’ 관련 이력이 사실상 전무한 데다, ‘기업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거액을 투자할 능력이 있다고 볼 수도 없기 때문이다. 상장기업이 제3자배정 방식으로 끌어들이는 일반적 투자자는 아니라는 얘기다.

특히 김 후보자의 제3자배정 주요사항 보고서를 보면, ‘투자 적격대상 요건 충족 여부 및 납입능력 등을 고려해 선정’이라는 일반론적 설명만 적혀 있다. 금융당국이 모범사례 예시로 든 ‘제약, 의료 업종에 20년간 재직’ 등의 구체적인 문구와는 전혀 다르다. 금융투자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김 후보자의 경우, 바이오기업 관련 경력이 거의 없고, 보유 재산(약 18억원)도 고액 투자를 반복적으로 하기엔 어려운 수준”이라며 “통상적인 제3자배정 대상자와는 거리가 멀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김 후보자의 ‘미공개정보 이용 차익 취득’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김 후보자는 그러나 이날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주식) 거래를 한 적이 없고, 상세한 내용은 청문회 과정에서 소상히 설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상무 기자
박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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