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보도 쓰러진 택배기사 문자 공개
"업체들 분류작업인력 추가 투입도 미미"
"쓰러진 한진택배 기사님의 일 끝난 시간을 보면 하루는 새벽 3시, 하루는 4시, 또 5시, 6시... 여러분, 이렇게 일하면 아무리 건강한 사람도 쓰러지지 않을까요."
6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대책위) 기자회견에 참석한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이 착잡한 표정으로 말했다.
한국일보가 이날 보도한 '하루 17시간 배송 깨어나지 못한 오빠의 참담한 기록' 기사와 관련해 대책위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한진택배가 지난해 11월부터 심야배송을 금지한다고 약속했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작년 말 배송 도중 쓰러진 택배기사 김모씨의 사고를 통해 드러났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김씨가 고객에게 배송을 완료했다고 마지막 문자를 보낸 시간(11월 11일 오전 4시51분, 11월 13일 오전 3시4분)을 공개했다. 진경호 대책위 집행위원장은 김씨가 지난해 11월 28일 오전 6시1분에 배송완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상식적으로 이게 가능한 일인가 싶어 가슴이 먹먹하다"며 "택배사들의 약속이 허구였다는 걸 택배기사의 문자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진택배 기사 김씨는 작년 12월 22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서 배송을 하던 중 뇌출혈로 쓰러졌다. 그는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지만 아직 의식이 없다.
한국일보는 지난해 11~12월 김씨가 고객들에게 보낸 마지막 배송완료 문자시간을 토대로, 김씨의 두 달간 근무시간을 분석해 거의 매일 17시간 이상 일해왔다는 내용을 이날 보도했다. 김씨는 휴일인 일요일과 택배 물량이 평소보다 적은 월요일을 제외하고도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주 평균 87시간씩 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지난해 12월에 4명의 택배기사가 쓰러지거나 사망했다. 이 중에서도 한진택배 기사님은 쓰러진 뒤 네 번이나 수술했는데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진걸 소장 역시 "택배기사님들은 과로사를 한 게 아니라, 과로사를 당한 것"이라며 택배업체들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대책위는 김씨가 매일 심야노동을 했지만 전산으로는 오후 10시 이전에 배송을 마친 것으로 기록됐을 수 있다는 본보 보도에 대해서도 한진에 해명을 요구했다. 진경호 위원장은 "김씨 가족들이 김씨의 평소 근무시간 기록을 한진택배에 요청했지만 이를 거부하고 있다"며 "그 이유는 전산상 김씨의 배송은 오후 10시 이전에 끝난 것으로 기록돼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오후 10시 전에 모두 배송완료 스캔을 찍고 이후에 배송하면서 기사들이 다시 고객에게 일일이 문자를 보내며 일한 정황이 있다"며 “정말 '눈 가리고 아웅'이다. 한진은 자신들의 대책이 기만적이었다는 걸 명백하게 인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이날 택배업체들이 분류작업 인력을 추가 투입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택배 물량이 폭증하는 설날 연휴를 앞두고 택배노동자들의 과로를 막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CJ대한통운은 이에 대해 "15개 서브터미널에는 지난해 12월 말 현재 228명의 지원 인력이 일하고 있고, 이 중 102명은 10월 택배종사자 보호 종합대책 발표 이후 투입됐다"며 "11월 이후 지급된 비용은 회사와 집배점 협의에 따라 정산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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