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증후군 딸·판사 남편 일상 첫 공개
가족 위해 아침 챙기는 등 엄마 역할 부각
오세훈·이재명도 아내와 예능 출연해
"이미지 세탁까지 도와주는 방송사"
오는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권 유력 후보로 꼽히는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종편의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방송에서는 나 전 의원의 장애가 있는 딸과 판사인 남편의 일상을 비롯해 '원정출산' 의혹으로 논란이 됐던 아들의 군입대까지 총망라해 담았다. 나 전 의원의 방송 출연을 놓고 정치 활동 재개를 위한 '민심 다지기'라는 얘기도 나온다.
나 전 의원은 지난 5일 방송된 TV조선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아내의 맛'에 출연해 처음으로 남편 김재호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다운증후군 딸 유나씨와 함께 지내는 일상을 공개했다.
이날 방송은 나 전 의원이 정치인이 아닌 한 가정의 엄마로서의 모습에 집중됐다. 토스트 등 아침 식사를 직접 만들어 남편과 딸을 챙기고, 딸의 드럼 연주에 탬버린을 흔들며 춤을 추는 등 그 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이 화제가 됐다.
특히 딸과의 관계는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밝은 성격의 유나씨가 엄마와 스스럼 없이 어깨동무를 하는 등 친구처럼 지내며 활짝 웃는 모습이 자주 화면에 비춰졌다.
그는 딸이 최근 장애인 취업사관학교 교육 과정을 수료했다고 밝히며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처음 아이를 낳았을 때는 막막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애가 정말 잘 클 수 있을까 등 어디까지 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더라"며 "그땐 정말 너무 힘들었다"고 유나씨를 키웠던 경험을 털어놨다.
또한 입대를 앞둔 아들을 위해 '곰신(고무신) 카페'에 가입한 모습은 그동안 원정출산 의혹을 반박하는 의사 소견서를 공개했던 일 등과 맞물려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나 전 의원의 이런 가정적인 모습은 어느 정도 시청자들에게 통한 듯 보인다. 이날 이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자체 최고 시청률(11.2%)을 기록했고, 나 전 의원과 유나씨는 6일 포털사이트의 인기 검색어 순위에서 상위에 랭크되며 하루종일 이슈가 됐다.
일부에선 나 전 의원의 이번 예능 출연이 그동안 정치인 나경원으로서 대중에게 각인된 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는 기회가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상파 방송의 한 관계자는 "최근 예능 프로그램들은 개인 일상을 들여다보는 관찰 예능이 대부분이어서 가족이나 친구 등이 등장하는 건 당연하다"면서 "이 때문에 관찰 예능에 나와 가족을 공개했던 정치인들은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하며 새로운 이미지를 얻는 데 성공했던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 역시 이번 예능 출연으로 자신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하고 싶은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정치 경력이 전무한 이수진 판사에게 지역구였던 동작구을에서 밀려나기도 했다. 서울시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지는 등 정치적으로 다른 돌파구가 필요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는 4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서 "국민들과 너무 거리가 멀어진다고 느껴져서 가까워지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예능에서 일상 생활을 공개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그는 "밥도 잘 못하고, 그래서 그냥 서투른 모습을 보면 (국민들에) 위로가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해봤는데, 그림(방송)은 엄청 (살림을) 잘하는 것처럼 나왔더라"고 말했다.
오세훈·이재명도 예능 선배...예능, 정치홍보 변질 우려도
정치인들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토크쇼 같은 1990년대식 예능이 사라지고 일상을 속속들이 공개하는 관찰 예능이 방송가를 덮치면서, 정치인들도 개인 생활을 드러내는 일에 낯설어 하지 않는 분위기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나 전 의원이 출연했던 '아내의 맛'에 먼저 등장했던 선배다. 2018년 그는 아내 송현옥씨와 함께 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30년이 넘는 결혼 생활과 손주를 예뻐하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평범한 일상을 공개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2017년 SBS 예능 '동상이몽 시즌2-너는 내 운명'에 아내 김혜경씨와 함께 출연했다. 그는 앞치마를 둘러매고 부엌에서 요리를 하는 등 가정적인 이미지를 부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예능 프로그램이 선거철을 앞두고 자칫 '정치 홍보용'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아내의 맛'의 경우 12일 방송에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출연하기 때문이다. 박 장관 역시 나 전 의원과 더불어 서울시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6일 논평을 내고 "'아내의 맛'은 다른 예능 프로그램이 평상시 정치인을 섭외한 것과 달리 선거 시기를 코앞에 두고 출연시킨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이어 "시청률을 위해 불과 3개월을 남겨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가 유력한 정치인을 섭외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홍보된 정치인 모습이 선거에 직접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정치인들의 연이은 예능 출연에 네티즌들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이들은 관련 기사 및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감성팔이에 지친 국민이 싸잡아 욕할 수도 있다는 걸 참고하시라(ss******)", "뻔뻔하기 짝이 없다. 국민에게 속임수로 혼돈을 주는 거냐(kh******)", "TV 녹화는 전부 각본대로 움직인다고 보면 된다(de******)", "선거를 앞두고 굳이 이 시기에 방송 출연하는 이유가 뭘까. 참 불편하고 진정성이 의심된다(lo******)", "부정적 이미지에 방송으로 물타기(sy******)", "이미지 세탁까지 도와주는 방송사(je******)" 등의 글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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