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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세대 유효기간 끝났다...새 세대 패러다임 나와야 할 때"

입력
2021.01.07 07: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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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23ㆍ67을 위한 입법ㆍ정책은 없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인터뷰

편집자주

2030·6070세대는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청년·노년을 사는 첫 세대다. 일자리·주거·복지에서 소외를 겪으면서도 ‘싸가지’와 ‘꼰대’라는 지적만 받을 뿐, 주류인 4050세대에 치여 주변부로 내밀린다. 세대간 공정을 바라는 이들의 목소리는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작은 외침이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지난달 24일 경기 성남시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지후 기자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지난달 24일 경기 성남시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지후 기자

사회적 가치를 둘러싼 경쟁에서 언저리로 내몰리며 주변화(marginalization) 현상을 경험하고 있는 2030과 6070 세대에 희망은 있을까.

세대 문제를 연구해 온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몇가지 요건들이 선행된다면 양 세대에 충분히 긍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장 교수는 "혁신적인 변화를 위해선 기득권을 쥔 86세대(1980년대 대학을 다니고 1960년대 태어난 세대)의 권한 이양이 필요하고, 세대 가치에 대한 진지한 고민 등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말했다.

2030의 가치 받아들일 준비 안 된 기득권

장 교수는 2030의 절망감이 커진 데는 기성세대의 책임이 적지 않다고 본다. 기성세대가 청년 세대의 특성이나 시대적 상황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기존 패러다임만 고수하며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현재 2030은 '포스트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세대이자, 당시 본격화된 신자유주의 흐름에 따라 사실상 시장에 완전히 맡겨진 첫 세대이기도 하다"며 "헤쳐나가야 할 현실, 공유하는 가치, 추구하는 미래상 등이 바뀐 상황에서 기성세대는 청년에게 기존의 틀대로 세상을 살아가게끔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득권인 86세대가 밀어붙이는 중심 가치는 2030과 동떨어진 지 오래라는 게 장 교수의 분석이다. 장 교수는 "한국 사회 주도권을 쥔 86세대는 청년 때부터 민족, 통일, 민주성, 집단을 위한 개인의 희생 등을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로 여겼지만, 2020년대를 살아가는 현재의 청년들은 아니다"라고 차이점을 설명했다. 그는 "지금의 청년들은 시장 논리에 부합하는 가치들, 예를 들어 효율과 공정, 원칙, 질서 등을 중요하게 공유한다"고 말했다.

그는 2030을 위한 정책과 대안을 마련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핵심 가치가 '합리성'이라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2018년 평창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계획 발표 △지난해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검색 요원 등 비정규직을 직접 고용 당시 청년들이 크게 반발한 일화를 예로 들었다. 장 교수는 "2030은 (남북 단일팀이라는 명분 때문에) 열심히 준비해 온 선수들을 왜 배제해야 하는지, (비정규직을 직접 고용하면서) 절차적 형평성은 왜 중시하지 않는지 등 합리성을 중심으로 판단을 한다"며 "청년들의 공유가치를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은 채 정책을 제시해선 안 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2030, 6070 양 세대의 희망을 꺾어놓은 결정적 계기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꼽았다. 장 교수는 "청년이든 노년이든 적어도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해 집이 필요한데, 대체안을 내놓지 않은 채 그 사다리를 좁히거나 없애버렸다"며 "특히 청년세대는 현 정부가 정립한 부동산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쓰인 '실험용 쥐'가 됐다고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삶과 노동의 의미 부여하지 못하는 노인 정책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지난달 24일 경기 성남시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지후 기자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지난달 24일 경기 성남시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지후 기자

이미 고착화한 사회적 위치나 경제 상황을 쉽게 돌이킬 수 없는 6070의 절망감은 더욱 심각하다. 자신들은 부모를 부양했으나 이젠 또 자녀들의 미래까지 뒷받침해야 할 상황에 처해, 자신의 생계를 책임질 여력조차 남아있질 않아서다. 장 교수는 "현실의 심각함에 비해 정부 정책은 노인에게 공공 근로 방식 일자리를 주는 식의 단기적 대응에 머물고 있다"며 "노년에게 어떤 삶의 의미나 노동의 가치를 전혀 부여해주지 못하는 데다, 상당수는 우리 사회가 꼭 필요로 하는 업무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지속가능성이 낮은 노인 정책에 예산을 계속 쓰게 된다면, 젊은 세대의 반발까지 일으킬 수 있다"고도 했다.

장 교수는 고령화 사회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것은 조세 정책과 연금 제도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조세부담률이 낮은 한국의 특성상 세금 인상에 대한 저항이 매우 크고, 자영업 부문이 비대해 조세 자체도 불투명한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등 타 공적연금과 비교해 항상 수혜를 덜 받고 있다는 인식을 갖도록 한 것도 전반적 개혁이 불가능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86 기득권의 변화, 혁신적 정책 필요

장 교수는 세대 문제를 해소를 위해 정부의 시각이 획기적으로 달라져야 한다고 봤다. 양 세대가 정부 정책을 자발적으로 받아들이도록 하려면 각 세대와의 접점을 늘리고, 단기적 성과에 매몰되지 않는 장기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급자 입장이 아닌, 수요자 입장에서의 정책 개발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장 교수는 "경제, 사회 분야의 시스템을 혁신적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는 굉장히 드물게 온다"며 "촛불 민심을 바탕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에게 그 기회는 주어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방향타를 쥐고 있는 86세대의 권한 이양이 뒤따라야 한다고 평가했다. 장 교수는 "86세대의 가장 큰 단점은 미래에 대한 정책 마련 능력과 관점이 너무 약하다는 것"이라며 "적어도 한국 사회의 권력 자원을 독점하고 있는 세대로서의 '86현상'은 끝을 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세대의 국회 입성을 위해 공천 룰을 재구조화 하거나, 청년 정치인을 체계적으로 교육해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했다.

신지후 기자
박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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