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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실패 인정한 김정은, 비핵화말고 길 없다

입력
2021.01.07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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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5일 평양에서 개막한 노동당 제8차 대회에 참석해 집행부석의 중심에 앉아 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5일 평양에서 개막한 노동당 제8차 대회에 참석해 집행부석의 중심에 앉아 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의 국정 운영 청사진을 제시하는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노동당 제8차 대회가 5일 개막됐다. 5년 만에 열린 이번 대회에서 북한이 어떤 대내외 전략을 새롭게 내세울지는 며칠 간에 걸친 대회가 마무리되는 과정에서 드러나겠지만 첫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개회사에서 그 방향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눈에 띄는 것은 김 위원장이 지난해 끝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이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이라고 경제 실패를 자인한 점이다. 솔직 화법은 김 위원장의 새로운 통치 스타일로 부각된 지 오래이니 새삼스러울 게 없지만 북한이 심각한 경제난을 극복해내지 못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고백한 의미는 적지 않다. 수소탄 시험과 광명성4호 발사 업적을 과시했던 지난 대회와 달리 이번에는 '국가의 부흥 발전과 인민의 행복'을 위한 경제 재건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이유다. 대회 집행부와 대표자에 행정·경제 출신이 크게 늘어난 것도 이를 시사한다.

북한의 경제난은 김 위원장이 여러 차례 언급했듯 대북 제재와 코로나 확산에다 수해 등 자연재해로 인한 것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경제 부진의 이유를 "외부에도 내부에도 의연히 존재한다"면서도 "결함의 원인을 객관이 아니라 주관에서 찾고 주체의 역할을 높여 모든 문제를 풀어나가는 원칙"을 강조했다. 북미 회담이 무산된 뒤인 1년여 전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천명한 '자력갱생' 기조와 다르지 않다.

사상 최대의 대북 제재 속에 코로나 방역을 위해 국경까지 걸어 잠그는 바람에 북한은 교역이 20년 전 수준으로 위축되고 외화난, 물가 불안이 이만저만 아니라고 한다. 아무리 '자체의 힘'을 강화한다 한들 대외 개방을 통한 협력을 추구하지 않고 경제난 해결이 어렵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러려면 북한이 그동안 약속한 비핵화 의지를 얼마나 실천으로 보여 주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협상 방식은 바뀌겠지만 미국 새 정부와 비핵화 논의는 물론, 다양한 남북 협력 과제에 적극 응하지 않고서는 다음 5개년 경제계획의 성과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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