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굴의 의지마저 느껴진다. 김영만 군수 이야기다. 김 군수는 1심 재판부의 징역 7년 선고에 반발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김 군수답다는 평가도 있지만, 이젠 내려놔야한다는 한다는 지역 여론이 비등하다. 통합신공항 관련 업무 등 할 일이 태산인 시기에 행정 공백의 장기화가 불 보듯 뻔한 상황인 만큼 항소심의 재판결과와는 관계없이 우선 군수직을 사퇴해주는 것이 군민들을위한 최소한의 도리라는 것이다.
김 군수는 공인이다. 공인에게 요구되는 것은 도덕성이다. 도덕은 법의 기준을 뛰어 넘는다. 양심과 고결한 신념의 영역이다. 안동에서 26대, 27대 시장을 역임했던 김휘동 전 시장이 좋은 예다. 그는 한 사람이 너무 오랫동안 지자체장을 맡으면 좋지 않다는 신념으로 3선 선거에 나서지 않았다. 법이나 여론이 아니라 신념을 따른 결정이었고, 그는 현재 지역에서 전·현직 시장 및 국회의원을 통틀어 가장 존경받는 인물 중의 한명으로 손꼽힌다.
김 군수의 입지를 떠받치고 있는 도덕성의 두께는 백지장보다 얇다. 설사 자신의 주장처럼 본인이 2억원의 뇌물을 받지않았다손 치더라도 이번 재판과정에서 측근 및 공무원의 구속으로 그가 이끄는 지자체에 뇌물수수 관행이 뿌리박혔단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만으로도 김 군수의 사퇴책임은 충분하다.
그는 끝까지 싸워 결백을 밝히겠다고 하나 가능성은 없어보인다. 재판을 통해 드러난 뇌물수수 정황이 너무도 명백하고, 그 과정에서 위증도 폭로됐다. 거물급 변호사들을 대거 동원하고서 중형에 법정구속된 이유다. 주민들 사이에서 김 군수가 법정을 도박장 보듯 한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오로지 승부에만 매달린다는 것이다. ‘돈이 죽지 사람이 죽는 게 아니다’는 것이 도박판의 생리라는데, 도박 논리와 세상 이치는 다르다. 승부에만 집착하는 태도는 더 큰 화를 부른다.
1심 판결당시 선고문을 읽던 판사의 목소리가 아직 쟁쟁하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차가운 분노가 깔려 있었다. 최근 법정 추세에 비춰볼 때 김 군수가 아집을 계속 부린다면 2심 재판부는 1심에서 형량을 가중시키지 말라는 법도 없다. 명백한 증거와 정황에도 부인으로 일관하고 반성하지 않는 피고인에 대해 중형선고는 요즘의 법원의 판결추세다. 혹여 김 군수가 1심처럼 영향력 있는 변호사 등을 동원, 시간 끌기라는 꼼수를 부린다면 이 또한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재판부가 오히려 주민들의 군정 정상화 촉구를 적극 반영해 신속한 판결을 내릴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주민들에게 솔직하게 사과하고 사퇴하는 것이 응당하다. 그것이 김 군수가 지금의 상황에서 나름 실익을 챙길 수 있는 최선책이다. 백번 양보해서 돈은 받지 않았다는 그의 주장을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군수직을 내려놓고 항소심에 임하는 것이 지금 그가 보일 수 있는 최상의 정정당당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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